마스크

미세먼지, 마스크, 판데믹

by Tannamu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 마스크를 쓴다. 겨울의 마스크는 유독 묘한 감각을 남긴다. 차가운 공기가 마스크 너머로 스며들고, 내 호흡이 만들어낸 따뜻한 공기가 안쪽에 고인다. 걷다 보면 속눈썹과 눈썹 위로 맺히는 작은 물방울들. 그 촉촉함은 별 이유 없이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스크 특유의 향은 어쩐지 불편하고 소중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냄새 속에는 지나간 시절의 무게가 담겨 있다.


모든 것이 멀어지고, 언제라도 사라질 것 같은 혼돈의 시절이 떠오른다. 커피 향을 맡으며 카페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던 그때. 사람을 만나길 좋아하던 나는 자꾸만 허공을 마주했다. 병들어가는 사람들, 늘어나는 숫자들. 죽음을 세는 시간이 이어지며, 내일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스스로가 한없이 덧없게 느껴졌다.


심지어 그 시절 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그 일. 그러나 모두가 멀어져야 했던 세상에서, 내 계획과 의지는 초라한 조각처럼 흩어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의미가 있는지,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치 독한 감기에 걸렸던 기억처럼, 그 혼돈과 아픔도 어느새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잊힌 것은 아니지만, 그 무게가 더 이상 나를 짓누르지 않는다. 다만 차가운 겨울 공기를 느끼며, 속눈썹 위의 물방울을 바라보며, 그때의 감정이 문득 떠오를 뿐이다.


마스크 안에 고여 있던 숨이 어느새 식어 간다. 그저 익숙하게 스며들 줄 알았던 그 냄새가, 문득 낯설게 다시 코끝을 스친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잠시 멈추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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