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생각한다면 꼭 열어보시길
문득 이직하려고 했던 기업의 평판이 궁금해져 잡플래닛에 가입했다. 잡플래닛은 월평균 230만 명이 이상이 이용하는 사이트다. 초기에는 대기업 중심이었는데,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정보까지도 제공하고 있다. 전직자와 현직자의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취업이나 이직할 때 꼭 거쳐가는 관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기업 후기를 보기 위해서는 기업 리뷰를 작성하거나, 멤버십을 가입하거나, 제휴 대학을 확인해야만 한다. 다소 귀찮지만, 블러 처리된 리뷰를 안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나는, 전 직장의 후기를 남겼고, 그제야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었다.
이직하려고 한 기업의 리뷰는 88개나 적혀있었다.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는데, 대부분의 의견은 이러했다.
"부서별 케바케가 심한 기업, 지원부서가 어디냐에 따라 근무환경이 천차만별."
“엔지니어들은 절대 오지 말 것. 일하는 사람만 일하고 노는 사람은 늘 논다.”
“고인물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
평점 3점 이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요약하면 “부서별로 차이가 심하고, 무능한 상사가 많다”는 거다. 어쩌면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도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지원하고자 하는 부서가 ‘야근 많기로 소문난 부서’에 포함되어 있었다. 면접 후기도 봤는데 압박면접이 심하고 야근 가능 여부를 물어본다는 말이 많았다. 워라밸을 중요시 여기는 나는, 이 글을 읽고 안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기 전에 봤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모르고 지원했으면 이직 실패자가 됐을 거니 미리 알게 되어 천만다행이었다. 한번 신세계를 맛본 나는, 현 직장과 전 직장, 면접 봤던 회사의 후기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부 평점은 3점 이하로 최악이었다. 이쯤 되면 의문이다. ‘괜찮은 회사가 있긴 한 걸까? 도대체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하지?’
잡플래닛은 리뷰를 남길 때 재직증명서 같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거짓 정보도 난무하니 참고만 하자. 기사를 찾아보니 요즘에는 기업들이 리뷰를 조작한다고 한다. 그만큼 이 평가가 기업의 인사채용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거겠지. 그럼에도 찬찬히 다 살펴보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나오는데, 그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이직의 꿈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실제로 이직을 준비해보니 아직은 나갈 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나마 사람들이랑도 친해지고, 업무에도 적응한 지금 이 회사가 어떻게 보면 제일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바람 안 피우고 열심히 잘 다녀야겠다. 그러다가 또 스멀스멀 이직 생각이 올라올 때면, 잡플래닛을 보면서 이직의 욕구를 줄여나가면 되겠지.
지금 있는 회사가 최악이라고 생각되어, 퇴사 또는 이직을 원한다면 실제로 준비해보는 걸 추천한다. ‘여기보다 더 심한 곳도 있구나’, ‘그나마 여기가 괜찮은 곳이었구나’라며 지금 다니는 회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