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천국에서 일본어 관련 채용 건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전문적으로 무언가를 맡아서 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실력이 한없이 어중간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열해보자면,
2021년에 본 JLPT(일본에서 주최하는 일본어능력시험) N1은 180점 만점에 110점으로 합격했다.
2020년에 본 JPT(한국에서 주최하는 토익과 비슷한 일본어능력시험)는 990점 만점에 670점이 나왔다.
JLPT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N1에 합격했음에도 자기소개 정도밖에 못 한다. 따라서 제일 수요가 높은 회화 선생님은 절대 할 수 없다.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판이다. 또한 영상 번역을 하기에도 애매하다. 자주 보던 유튜브나 쉬운 드라마는 자막 없이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자막을 달고 봐야만 내용을 100% 이해할 수 있다. 꿈인 번역가를 당장 하기엔 일본어는 둘째치고 한국어 실력, 특히 어휘력이 부족해서 자신이 없다.
5년 동안 총 400권을 읽었으며 200~150권 정도의 리뷰를 썼다. 일반인치고는 많이 읽은 편이나, 이 정도로는 어디 가서 독서 전문가라고 명함도 못 내민다. 1일 1독 하는 다독가도 아니고, 날카롭고 예리하게 서평을 잘 쓰는 것도 아니기에. 글쓰기도 그렇다. 학교나 친구들, 가족 사이에서는 글 잘 쓴다는 소리는 몇 번 들어봤지만, 공개적으로 글 잘 쓴다는 소리는 많이 못 들어봤다. 내가 봐도 내 글은 평범하다. 뛰어난 표현도 없고, 묘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에피소드가 신선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니까 매우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이는데 전부 팩트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블로그의 이웃 수는 대략 1,370명, 인스타 팔로워 수는 대략 1,300명이다. 누가 들으면 놀랄 만큼 엄청 높지도 않고, 그저 취미라기에는 낮지도 않은 정말 딱 애매한 숫자다. 블로그는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일 방문자 수가 200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인스타 좋아요 수도 대부분 100개 미만이다. 가끔 #좋아요반사 에 들어가 관심도 없는 사람들의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고 되받는 내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2년째 번역 스터디 참여 중
블로그 포스팅 주 5회 이상
인스타 업로드 주 3회 이상
독서 30분 이상 + 리뷰 쓰기
기록 습관화
이처럼 내 기준에서는 꿈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래도 아직 애매하기만 한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그저 꾸준히 갈고닦으면 나중에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까. 1년 뒤에도, 3년 뒤에도 팔로워나 좋아요 수만 조금 늘고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내 좌우명은 5년 전부터 변함없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이다. 미래를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정했다. 늘 현재에 충실한 나지만 가끔은 모든 게 무의미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아주 미세해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무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나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지금 나는 누구를 가르칠 때가 아니라, 남에게 가르침을 받을 때다. 성급하게 뭔가를 이뤄내려고 하기보다는,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다 보면 나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애매한 능력을 포장해 한껏 있는 척하고 싶지 않다.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 되고 싶다.
400권의 책을 읽다가
어느새 내 글이 쓰고 싶어졌던 것처럼,
방대한 양의 지식이 쌓이면
자연스레 내 지식을 알려주고 싶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