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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랩 Aug 26. 2020

잘 나가는 스타트업 개발자를 그만둔 지 벌써 10개월

[퇴사 전]과 [퇴사 후 깨달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주의]

이 개발자의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저 그랩은 다른 개발자분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걸 미리 알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나가는 회사를 왜 퇴사했는지 물어봤다. 대답할 때마다 다시 곱씹어본다. 나는 왜 퇴사했을까. 그때 당시에 뚜렷한 결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아 글로 남긴다. 참고로 나는 다른 뛰어난 분들처럼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경력을 쌓지 않았다. 2번의 창업을 제외하곤 회사를 정규직으로 다닌 곳은 이 곳이 처음이자 끝이다.


[퇴사 전]

코오디잉

나는 개발자다. 현재도 아주 잘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풀스택 개발자로 활동했었다. 사실 이전에 2번의 창업을 하긴 했지만, 내가 월급을 받으면서 다녔던 회사는 처음이었다.

그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개발했다. 자발적 야근 그리고 주말에도 계속 개발 공부를 했었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게 즐거웠다.


그러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어떤 분야든 열심히 뭔가를 한다면 결국 성장한다. 하지만 시간은 굉장히 제한적인 자원이다. 그렇기에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TMI)
나는 성장이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게 부족한 상태를 인정해서 겸손해 보이는 동시에 열심히 뭔가를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가?


그렇게 질문에 답을 정리해보니까 '개발 실력이 출중한 개발자'의 방향으로 성장을 하고 있더라. 

그곳에서 개발을 잘하는 동료들과 같이 있다 보니 나도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개발했다. 그 당시에 나는 개발의 세계에 깊게 빠졌었다. 내 브라우저 기록들은 대부분 개발과 관련돼 있었고 회사에서는 다른 활동들은 제쳐두고 개발에 몰두했었다.


소크라테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feat. 더닝크루거 효과)

모든 영역은 깊이가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수록 점점 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그 분야가 정말 깊고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회사에서 개발을 더 깊게 알아갈수록 공부해야 할 게 더 많아졌고 나는 점점 개발(특히 백엔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 방향은 결과적으로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개발'을 도구로 삼아서 여러 가지 활동(교육, 창업, 필요한 프로그램 직접 만들기 등)을 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더라. 프로그래밍 자체를 심도있게 공부하는 것도 흥미가 있었지만 제한된 시간이라면 나는 후자를 하고 싶었다(물론 지금도 꾸준히 개발을 한다)


그래서 퇴사했다. 겉으론 패기로워 보였겠지만 퇴사하고 뭘 해야 할지 정한 게 없었다. 사실 퇴사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다른 스타트업을 한 군데 지원했다. 하지만 떨어졌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 다행이었다.


[퇴사 후]

발리 또 가고 싶다.

퇴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개발뿐이었다. 운이 좋게도 퇴사 소식을 알리니까 주변에서 외주 요청이 간간히 오더라. 그래서 외주 개발을 몇 개 받고 해외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한국으로 다시 얌전히 돌아왔다.


외주 개발을 하면서 새로운 일들을 벌려보고 싶었다. 어차피 외주 개발은 유동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새로운 일들을 도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개발을 도구로 삼는 첫 번째 활동으로 온라인 강의를 찍었다. 비개발자로 시작해 IT 창업을 2번 말아먹었고, 대학생 때 많은 외주를 받았으며 이전에는 나름 유명한 IT 스타트업 개발자로 활동한 내 경험은 강의로 풀어내기에 굉장히 좋은 소스들이었다. 그래서 '개발자가 되는 로드맵 A to Z'을 주제로 해서 내 다양한 경험을 콘텐츠화했고 판매했다.

(앞광고 주의) 클래스 101에서 온라인 강의를 찍음


이렇게 한 번 내 경험과 지식을 콘텐츠(영상)로 만들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바로 비개발자가 개발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정리해서 [개발자와 일할 때 필요한 모든 개발지식 A to Z] 자료집을 완성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콘텐츠를 읽고 공유해줬다(이때부터 관심의 맛을 알아버린 걸까...)


[자료집 링크] https://www.grabbing.me/IT-A-to-Z-By-1e1fbc981b7c4c03ac44943085ac8304


지금은 또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 뉴스레터를 하는 등, 나 자신(그랩)을 브랜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퇴사 후 10개월 동안 깨달은 것]


1. 생각보다 세상은 넓고 개발을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개발은 하면 할수록 정말 전문적인 분야라는 걸 느낀다. 그리고 나도 그 심해에 있는 지식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은 생각보다 그 정도의 지식을 요하지 않았다. 즉 내 성장 방향에 있어서 깊은 공부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럴리스트 되고 싶다. 세상을 살면서 많은 경험들을 해보고 이걸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세상은 넓고 개발로   있는 일들은 많다.


2. 나를 소개하기가 어려워졌다

보통 본인을 소개할 때 이름, 직업 그리고 나아가 회사까지 이야기한다. 보통 구체적인 심볼이 있어야 사람을 기억하기가 쉬우니까. 그러다 보니 회사를 퇴사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병행하는 입장에서 본인을 소개해야 할 때 난감하다.


임시로 나를 소개할 때 '개발 크리에이터'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개발 크리에이터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할까.. 사실 나도 잘 모른다(잉?). 내가 하는 일들을 나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힘든데, 남들한테 나를 소개할 때는 더 힘들다.


3. 기회는 기회를 가져온다.

내 경험을 콘텐츠(강의)로 만들었고 남들에게 알려지자 새로운 기회들(출판 제의, 강의 제안 등)을 접했다. 그리고 기회를 하나 둘 잡다 보니 나는 새로운 경험들에 근거한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과 기회들이 만나면 새로운 경험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식들과 조합돼서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다가오는 기회를 잡다 보니 새로운 기회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나는 항상 세상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야가 넓을수록 더 많은 일들이 보인다. 그러면 그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더 많이 추려낼 수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더 많이 추려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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