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키 수퍼라이트 노와이어 (블랙, 스킨)

진격의 리뷰어 _ 첫 번째 리뷰

by 잠전문가

구매 일시: 2021.04.26

구매처: 온라인 쇼핑몰

구매 사유: 땀이 샘솟는 계절을 대비 두 벌 재구매.

제품 만족도: ★★★★☆



유일하게 재구매해 본 속옷.

개인적으로 정말 싫은 옷이 있다면 단연 브래지어다. 죄 없는 내 두 쪽을 이유 없이 수감시키는 교도관! 여름에도 기어코 덮어주고 감싸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성실자!

물론 싫다면 안 입을 수 있지만 "그래, 이게 내 유두다!" 할 용기랄까 그런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입고 있다.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이나 깜깜한 밤에는 가끔 헐렁한 티셔츠에 외투를 걸치고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길에서도 가슴 앞으로 팔짱을 낀다거나 외투 자락을 자꾸만 끌어모으게 되는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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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외출할 때만 입으므로 내게 브래지어란 외출복에 가깝다. 가벼운 반바지, 산뜻한 티셔츠 따위는 입는 즐거움이라도 있지, 입기 싫은데 돈까지 주고 사야 해서 왠지 사면서도 억울한 외출복, 브래지어. 하지만 이 제품은 꽤나 소비한 보람이 있는 측에 속한다.

"오, 나 여태 브라자 입고 있었네?!" 이 한마디로 제품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겠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브래지어 후크부터 푸는 내가 집에서도 한참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남편마저 박수를 치며 제품력을 극찬했다. 남편은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사탕처럼 겉옷을 벗지 않고도 요리조리 브라를 풀어 집어던지는 나를 늘 신기해한다.


심플리 브라는 '왜 몸에 입는 옷에 철사가 있어야 하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억압받지 않는 여성의 삶을 응원합니다.

제품 설명 맨 위에 적힌 글이다. 판매금액의 일부는 여성단체에 기부된다고도 하니 내 흉부를 위한 작은 소비가 또 다른 의미로 가닿는 것 같아 좋다.


이 브라는 얇고 부드러우며 조이지 않는다. 뭘 대차게 먹지 않아도 체한 기분을 선사하는 가혹한 브래지어들이 얼마나 많던가. 노와이어에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 특히나 있는 듯 없는 듯 조이지 않으면서도 들뜨지 않는 밑단 부분이 마음에 든다. 구매평에 간간이 '잡아주지 못한다'는 평을 봤는데 나는 개의치 않는다. 두 컵에 가둬두는 것도 미안한데 뭘 그렇게 잡기(!?)까지 하는가. 일곱 살 딸내미의 말처럼 멋을 부리려면 조금 불편한 것도 참아야 하는 것. 나로서는 편하기 위해서 샀기 때문에 쉐입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단점이라면 싼 티 나는 금장 고리 정도가 되겠다. 다행히 도금된 액세서리도 내 몸처럼 편하게 받아들이는 피부라 무리 없이 착용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얇고 가볍게 나온 디자인도 제법 세련된 편이다. 음, A컵이나 B컵이나 적당히 착용할만한 융통성있는 컵이다. 가슴의 볼륨에 뭐 대단한 자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스갯소리로 월드컵은 아니지만 아시안컵 정도는 된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나로서 A컵을 사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인정할 때가 되었다. 아시안컵은 출산과 수유 그리고 세월이라는 풍파와 함께 시음컵 정도가 되었다. 뭐, 아쉽지는 않다. 내게 가슴의 의미란 그저 지방으로, 한때 아이의 밥, 눈코입처럼 그냥 존재하는 신체기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나무위키에서 유방을 검색하니 "포유류의 신체기관으로, 발생과정에서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 만들어지는 기관이나, 수컷의 것은 2차 성징 시기에 발달하지 않아 인터섹스가 아닌 이상 흔적만 남게 된다."라고 나온다.

아, 모두에게 유방이 만들어졌다면 나는 지금 브래지어를 사지 않았을 텐데! 노출이 없는 여자 아이돌 멤버의 속옷 광고를 보고 '속옷 모델이 왜 제품 실착을 하지 않느냐'는 엉망진창의 논리를 외치는 이들이 없었을 텐데! 하는 낮은 탄식을 해 본다.


많이 돌아왔지만 정신 차리고 제품 리뷰를 다시 이어보자면 편한 핏을 원하면 사이즈업을 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종이 포장이라는 점과 귀여운 로고가 플러스 요인! 무봉제라 매끈하고, 야들야들하달까 부대끼는 느낌이 없어서 활동하기에 편안하다. 나뭇잎 두르고 다닌 조상님을 둔 우리에게 속옷이야말로 '안 입은 것 같은' 편안함이 제일 아닌가.

심지어 가격은 이 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왠지 속옷이라는 것은 개인의 기호가 많이 반영될 것 같아서 주변에 추천은 차마 하지 않았다. 너무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 오히려 추천하기 꺼려진달까. 왜, '내 몸은 소중해' 하고 다들 비싸고 좋은 속옷 사 입을 것 같은 마음. 잠옷을 따로 사지 않고 낡은 티셔츠를 즐겨 입는 나로서는 왠지 조심스럽다. 하지만 가성비는 훌륭하다. 오래오래 단종되지 않았으면 하는 제품.







* 택배를 집 앞에 두고 간다는 기사님의 문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하루 아니면 이틀을 지나지 않고 매일 오는 택배 상자 그리고 내 소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소비를 기록하다 보면 또 다른 모습의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 '진격의 리뷰어'라는 챕터를 만들어보았다. ('별 다른 이유 없이 싸지르는 인간'만 발견될까 겁이 나지만)


하필 진격의 리뷰어 코너를 발견한 첫날 배송된 물건은 브래지어였다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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