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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전문가 May 07. 2019

공원 예찬

어느 5월의 소풍, 서귀포 베릿내 공원

삼일의 연휴 대장정이 끝났다.

오- 강 같은 평화. 역시나 일상이 좋다.

아무리 가족이어도 24시간 밀착 생활은 좀 숨이 조여 오고 어쩐지 모공도 막히는 기분이 들고 막...


자욱한 미세먼지로 몽환적인 바다를 바라보며 미세먼지 시즈닝 바비큐 해 먹던 1박 2일 미세먼지 특집 캠핑과는 달리, 웬일인지 연휴 마지막 날 반짝 공기가 좋아져(장난하나..) 우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도시락과 돗자리를 챙겨 소풍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이뿐이랴. 물론 어른이들도 환장한다.

따스한 햇볕, 청량한 바람, 푸른 나뭇잎... 좋은 날엔 모두들 햇볕에 구르는 멍멍이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보물 같은 베릿내 공원. 서귀포 중문 색달해변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나무 정자 위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편다.

이틀간의 캠핑과 집안일로 몹시 지친 아버님은 한 잠 주무시고, 아이와 나무 그네를 탄다.

과자 부스러기를 조금 흘려 개미들의 영차영차 협동 대작전을 관찰한다. 돌멩이로 잎을 빻아 시금치나물을 만든다. 챙겨 온 색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의 주제는 '건강에 좋은 것' 이란다. 건강에 좋은 것은 알지만 절대 먹지 않는 당근, 브로콜리, 깍두기(?)따위를 열심히 그린다. 집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온 체중을 담아 발구르기'에 303호 층간소음 유발자는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커다란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은 말 그대로 새소리 물소리만 들릴 뿐이다. 때로 고요한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진다.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걸었다가 마주 보고 웃었다가 흔들흔들 그네를 타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해가 물러나는 시간이 되자 자리를 정리한다. 아이도 흡족한 소풍이었는지 흔쾌히 귀가를 승낙해준다.


"우리 몇 시간 있었지?"

"세 시간."

"오래 있었네. 공원에 있으면 시간도 잘 가고 힘도 안 들어."

"키즈카페랑 정 반대네."


우리는 다 먹은 오징어 짬뽕 컵라면 따위를 들고 흐흐 웃었다.

나른하고 조용한 시간을 뒤로하고 아쉬움도 피곤함도 없이 담백한 귀갓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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