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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영 Jul 08. 2023

작은 일탈

나도 그러하네…K직장인

휴직원을 냈다.

말로 뿌려놓은 것도 있고, 스스로도 결단을 내고 싶었다. ‘정말 쉬어야겠다.’라고 생각한 지 3주 만의 일이었다. 팀장 부문장의 사인을 받자마자 인사팀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걸 눈치를 너무 봤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회사는 한 달간 쉴 수 있는 휴직 시스템이 있다. 퇴사율이 높았을 때 회사에서 달래기용(?)으로 만든 시스템인데 사실 아무나 쓸 수는 없다. 남은 일을 고스란히 팀원들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5월 초 급작스런 조직변경으로 태풍이 휘몰아쳤고, 우리 팀은 좌절 또는 환호(?)했다. 그리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업무가 넘어가는 팀에 인수인계는 끝냈고, 새로운 일은 시작 단계였다.


나의 회사는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이다. 나는 대행사, 스타트업, 해외취업까지 두루두루 거쳐 여기에 안착했다. 그래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장단점, 어떻게 눈치껏 회사생활을 해야 하는지도 안다. 첫 회사에서 열정을 다 쏟아부어서인지 그 이후 회사에서는 그만큼의 열정은 없다. 그냥 출근해서 그날에 비상사태가 없길 바라며 오전을 보내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퇴근시간을 기다린다. 일하면서 가끔 보람을 느끼기는 하지만 퇴근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좋은 회사라고 느끼는 것은 하나 있다. 이 회사 와서 그래도 초반에는 취업사이트에 들어가는 일이 전혀 없었고, 적어도 1-2년 후의 미래는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전 회사에서는 하루하루는 즐거웠지만 내가 3개월 후에도 여기 있을까… 할 정도로 미래는 불안했고, 잦은 이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그만두는 것이 불안했다. 팀을 옮기고(아니 옮겨지고) 수많은 고비들이 있을 때마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가도 그 고비가 지나면 또 지낼만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업무강도와 이 월급, 집과의 거리 등을 생각하면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으로 인한 힘듦은 사이클처럼 정기적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또 오는구나 싶으면 왜 이 고통은 끝나지 않고 해결책이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올해는 정말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다 또 괜찮아질 거야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계획을 좀 구체적으로 세워보기로 했다. 옵션은 두 가지였다. 그때는 4월이었는데 4월 말까지 회사를 다니고 바로 떠나버리는 것(면접을 준비 중이었다), 또 하나는 6월까지 버티다가 1년 정도 일을 쉬며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는 것. 결론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조직변경 태풍으로 이 또한 지나갔고, 조직변경이 결국 나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었다.


그래서 간다. 한 달 살기 치앙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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