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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영 Jul 14. 2023

치앙마이 일기 15

운동 어묵국수 카페(no.39) 마사지 예쁜 거리 식당 크렁매카 빅씨마트

7월 13일 목요일


결국 그분이 찾아오셨다. 그동안 잘 버티고 있었는데 배탈이 난 것 같다. 아침 운동을 할 때만 해도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집 앞의 어묵국수에서 아점을 먹고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어묵국수를 먹는데 신호가 왔다. (나는 어묵국수 세 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 온 친구가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 건물로 가서 (바로 맞은편이었다.) 1층에서 화장실을 다녀왔다. 어제 먹은 것 중에 무엇이 원인인지를 생각해 봤는데 사태고기인지, 살짝 덜 익은 망고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음식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목적지는 친구가 찾은 카페 No.39이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예술인 마을 쪽과 가까운 것 같다.) 가운데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영롱한 컬러의 물이 가운데 있어서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곳이다. 들어가자마자 라이브가 들렸는데 뉴진스 디토를 부르고 있었다. 진짜 K할미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고1 때 처음 일본에 갔을 때만 해도 보아가 일본 진출했다고 국내에서는 난리였지만 음반 매장에서 보아의 CD 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치앙마이 카페를 들어갈 때마다 한국 노래를 들려줘서 여기가 치앙마이인지 성수동 카페인지 현실감각이 없어진다. 근데 이 카페, 정말 ‘말 그대로’ 이 컬러를 물감을 풀어낸 것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나오는 물부터 컬러가 이 색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 컬러이긴 했는데… 흙으로 다 스며들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밖에 앉아 먹으려는데 너무 덥고 앉자마자 손가락에 모기를 물렸다. 시원하게 실내에서 먹기로 했다. 여기는 중국인반 한국인 반이다. 오늘은 라테를 마실까 아침에 생각했었는데 배의 불편감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문했다. 딸기 케이크도 시켰는데 적당히 맛만 봤다. 나의 장염 역사는 2007년 하필 이 친구와 2주간 함께했던 중국 여행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거의 일주일간 장염을 앓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젊음이 좋았는지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 그냥 먹고 싸고 먹고 싸고를 반복했다. 햄버거도 먹고 튀김도 먹고 그냥 다 먹었다. 외국이라 매실을 챙겨 먹을 수도 없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배가 아플 때 외갓집에서 보내주신 매실을 자주 먹었다.) 그래서 싸이월드에서 그때 사진을 찾아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반쪽이다 ㅎㅎ친구는 아직도 그때 언니가 화장실을 자주 가서 자기는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느라 여행이 외로웠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배탈이 난 것은 맞다. 다행인 것은 내가 이 한 달 살기를 위해 유일하게 챙겨 온 비상약이 배탈 약이라는 것이다.


오늘 오후에는 마사지를 받기로 했는데 가격도 적당하면서 깨끗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친구의 이번 여행 처음 마사지라서 너무 허름한 곳에는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검색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오늘의 마사지도 리나 마사지 타페게이트점이었다. 카페에서 전화를 걸어 3시 30분으로 예약을 했다. 20분 정도 여유 있게 도착했다. 아메리카노만 마셔서 배가 좀 고픈 상태였는데 여기서 배를 애매하게 채웠다가는 마사지받다가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몸상태가 좀 안 좋았던 것 같다. 살짝 갈증도 느껴졌는데 다행히 마사지샵에서 생수를 줘서 두 모금 정도 마시고 들어갔다. 두 시간 타이 마사지를 받았다. 저번에 압이 약한 마사지사가 아니길 바랐는데 다행히 젊은 두 명이 우리를 맞아줬다. 압이 아주 세지는 않았지만 내가 편안하게 느낄 정도로 딱 좋았다. 그리고 발바닥을 잘 만져줘서 그런지 장이 안정을 찾고 컨디션이 점점 돌아옴을 느꼈다.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오늘 태국에 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선거 결과 발표를 하는지 타페게이트 앞에 지지자와 카메라가 몰려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적극적인 지지자들은 사진으로 부채도 만들어 흔들고 있었다.

마지막 일정은 집 근처에 있는 크렁매카였다. 저번에 혼자 가보고 너무 괜찮아서 친구가 오면 같이 꼭 와봐야지 했었다. 마사지받은 곳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여서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처음 보는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지금까지의 치앙마이 분위기와는 너무 다른 골목이다. 마치 제주도에서 잘 꾸며진 동네에 온 것 같았다. 괜찮아 보이면 바로 구글 검색을 해서 리뷰를 확인했다. 사람이 많아 보이는 식당은 한국식 삼겹살처럼 먹을 수 있는 구이집이었는데 무제한이라고 한다. 리뷰도 좋았지만 오늘은 무제한 뷔페가 나에게 의미가 없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 옆으로는 1일 요가 클래스도 있었는데 너무 올드타운스럽지 않고 진짜 제주도 우리 집 앞에 요가센터 같았다. 그 옆에 예쁜 카페가 있었는데 식사도 파는 곳이다. 리뷰를 보니 얼마 전에 왔던 한국인이 정말 만족했던 곳이란다. 손님은 없었지만 일단 들어가 봤다. 소품 하나하나가 정말 예뻤고 너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딱 적당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였다. 음식도 타이음식, 파스타, 돈가스까지 다 있었다. 우리는 파스타와(여기서 영어가 안되시는 주인아주머니와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났다. 결국 새우/게 파스타 2개가 주문되었고, 우린 다 먹었다. 맛있었으면 되었다.) 돈가스, 베트남식 롤을 시켰다. 배탈 때문에 음식 먹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여기서 먹는 음식들은 위생상태가 보장될 것 같았다. (부엌은 2층에 있어서 볼 수 없었지만) 주인아주머니가 음식을 내오시고 마지막 돈가스는 청바지에 흰색 셔츠를 입은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서빙했다. 소스가 특이했는데 태국에서 파란색을 내기 위한 식재료로 많이 쓰는 버터플라이 꽃으로 만든 소스라고 소개해줬다. 정말 입맛 까다로운 아빠가 와서 먹어도 괜찮을 굉장히 한국스러운 맛이었다. 그 남자분은 영어를 아주 잘하셨는데 알고 보니 치앙라이 사람이었다. 유학파인 것 같았는데 실제로 우리가 밥 먹는 와중에 중국인 가족이 들어오더니 9살 남짓 여자아이의 영어 레슨 문의를 했다. 치앙라이 사람이 인터뷰를 봤고 그 중국 소녀는 굉장히 똘똘했다. 사실 이 분도 원어민 같지는 않았는데 좀 웃기는 상황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우리가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표정관리를 신경 썼다. ㅎㅎ  빨리 계산하고 나가야 되는데 (실제로 먹는 내내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다.) 그들의 대화가 길어져서 돈을 낼 타이밍을 놓쳤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야 주인과 스몰토크를 하고 나왔다. 이 골목은 다시 생각해도 우리가 이번 여행 중에 만난 보물 같은 골목이다. 치앙마이가 감성은 넘쳐도 시골스러움은 어쩔 수 없는데 여기 4-5 곳 붙어있는 가게들은 다 세련미가 넘친다. 가게가 얼마나 예쁜지 누가 인테리어를 담당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가게를 나와 드디어 크렁매카로 갔다. 계획보다 많이 어둑할 때 도착했다. 전에 왔을 때보다는 상점들이 많이 닫혀 있었다. 그래도 야경은 훌륭했다. 그때는 스피커를 틀고 노래하는 7세 꼬마들 두 팀이 개울을 사이에 두고 라이벌처럼 있어서 웃겼는데 오늘 그 꼬마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꼬마들보다 좀 더 큰 고학년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그 앞에 정말 채리나 감성에 (니들이 채리나를 알아?) 꼬마가 눈빛까지 강렬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치앙마이에서는 어딜가나 버스킹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다들 목소리도 좋고 기타 실력도 제법이다. 다들 제 2의 리사를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다.ㅎㅎ 더 어두워지니 불빛들을 찾아 모기 때가 많아졌다. 앉아서 커피 한 잔을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한 바퀴 천천히 돌고 그냥 돌아왔다. 그래도 고양이 멍멍이 구경은 실컷 했다. 여기 동물들은 주인들처럼 마음이 평온해서 그런가 예민한 고양이를 못 봤다. 애교는 없더라도 세상 평온하다. 더위를 먹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걸어서 7분이면 우리 집이다. 집 앞에서 망고나 사 올까 하고 발길을 돌렸지만 제일 가까운 망고가게 아주머니가 오늘은 나오시지 않았다. 그래서 빅씨마트로 갔다. 이제 슬슬 기념품들을 사야 하는 시점이라 우리 둥이들이 좋아하는 말린 망고를 600 밧트 주고 사 왔다. 8시 30분쯤에 집에 와서 유튜브도 보고 일기도 쓰면서 여유 있는 저녁을 보냈다. 한국에서 챙겨 온 배탈약도 챙겨 먹었고 지금까지 추가 신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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