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케밥 와로롯시장 힙지로카페 저녁수영 야식
7월 14일 금요일
이제 나의 치앙마이 생활은 중반을 넘어 종점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이제 일기나 가계부를 들춰보지 않고서는 그날 무엇을 했는지 가물가물 하고, 가기 전까지 꼭 한번 다시 하고 싶은 일들을 짜임새 있게 스케쥴링 해야만 할 것 같다. 계획했던 일은 많았지만 반도 해내지 못했다. 하루는 생각보다 짧았고 더위에 내 의지대로 이동할 수 없었으며 너무 빡빡하게 살다가는 이 시간들을 즐길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적당히 여유를 둔 것도 있다.
하루하루가 가는게 아쉽기 보다는 또 다음에 다시 올 계획을 세워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소풍이나 수련회가 다가오면 누구보다 설렜고, 소풍이 끝나고 나서도 한 일주일은 그 날을 곱씹으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좋은 여행지를 반복해서 간다. 끝남이 아쉽지 않도록 하는 나만의 방법 같기도 하다. 계속 새로운 추억을 쌓고 이 나라가, 이 동네가 익숙해지는 느낌이 좋다. 다시 못올 것 같아서 아쉬워하지 않고 다음에 올 때는 누구와 와서 여기를 꼭 다시 와야지 하며 여행을 마무리 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도 이렇게 슬슬 마무리 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가서 빨리 집 청소 한 번 싹 하고 내 방 침대에서 눕고 싶기도 하다. 어제는 영상통화로 친구와 귀국날 등촌칼국수 약속을 잡았다.
오늘 아침도 운동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와서 특별한 일정이 있는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했다. 어제 러닝머신 기계가 안되었을 때 도와준 남자가 있길래 눈인사를 했다. 누구보다 운동에 진심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새빨간 운동화 알고보니 언더아머다. 3대.. 500? 인정이다. 운동 후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집 앞에 인도음식을 먹자 했는데 막상 가게 앞에 가보니 내가 좋아하는 치킨 마크니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야시장 쪽에 있는 케밥을 먹기로 했다. 야시장 왔다갔다 하면서 한 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퀘사디아와 치킨 케밥을 시켰는데 그럭저럭 맛있었다. 아, 어제 배탈 약을 먹고 잤더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오늘 아침에도 한 포를 먹고 비상약으로도 들고 나왔다.
볼트를 불러 와로롯 시장에 갔다. 와로롯 시장 보다는 그 앞에 괜찮았던 라탄 가게와 그릇 가게를 가는 게 목적이었다. 친구는 와로롯 시장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내가 두 번 가본 결과 우리는 별로 살 것이 없을 것이라고 미리 말을 해뒀다. 말린 망고도 어제 집 근처 마트에서 사뒀고 생각 난김에 망고젤리(방콕 여행에서 샀던 것과 비슷한게 있었다.)나 좀 사서 나왔다. 그리고 1분 거리에 있는 라탄 가게를 갔다. 여기서 지난 주 혼자 있을 때 슬리퍼를 사서 지금 집에서 실내화로 신고있는데 신을 수록 예뻐서 몇 개 더 사둬야겠다. 그리고 그 때 샀던 라탄 지갑도 몇 개 더 골랐다. 이 곳은 라탄 거리 가게들보다 예쁜 라탄 소품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가방은 다음 주에 라탄 거리로 다시 가서 사려고 했는데 작은 사이즈 괜찮은 가방을 발견했다. 회사에 친한 사람들과 가방 정보를 공유하는(정확히 말하면 서로의 소비를 말리는… 하지만 가성비 괜찮다 싶으면 적극 응원하는) 일명 ’가방방‘이 있는데 거기에 이 가방을 올렸더니 다들 구매를 한다고 해서 내 것까지 3개를 사왔다. (크기가 작은 가방이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 옆에 그릇가게에서 법랑 컵과 나무 접시를 몇 개 골랐다. 여기서 잘 하지도 못하는 네고를 해야하는 스트레스가 좀 있었는데ㅎㅎ(못 깎으면 원래 그 가격에는 줄 수 없는 것이라고 합리화 한다.) 오늘 간 곳은 정찰제이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대낮에 돌아다니니 또 땀 범벅이다. 빨리 카페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어서 주변 카페를 검색해봤는데 진짜 초반에 후기를 보고 가고 싶어서 찜해두었던 카페가 3분 거리란다. 신난다. 후기에 (한국인 후기가 우선적으로 보여지는 듯 했다.) 힙지로 카페 같은, 정말 보물같은 카페라고 했는데 정확한 리뷰였다. 오래된 상가 4층에 있었는데 마침 직원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도 아무 것도 없는 공허한 곳이었는데 문을 열자 정말 보물같은 공간이 나왔다. 넓은 곳에 예쁜 테이블들이 넓직하게 있었고 가운데 통창으로 보이는 뷰가 예술이었다. 사람도 없었고 적절히 한국노래들이 섞어 나왔다. (정말 한국 카페에서 엄선한 것 같은 플레이 리스트였다.) 마감인 5시까지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음료는 맛있었지만 양이 작아서 두 잔씩 시켜 먹었다.
나와서 볼트를 잡았는데 퇴근 시간즈음이라 그런지 취소가 되었다. 오랜만에 그랩을 이용했는데 확실히 가격 차이가 난다. 오늘은 밝을 때 수영을 해보기로 했다. 6시 40분 정도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았는데 한 할머니가 6살 남짓 손자에게 스파르타 훈련을 시키고 있다. 진짜 생존 수영 수준이었다. ㅎㅎ 오리발까지 가져가서 신나게 수영을 하는데 옆에 중국인 모자가 오리발을 어디서 가져왔냐고 했다. 중국말로 한국에서 가져왔다고 하니까 아, 나보고 중국인인줄 알았다고 한다. 젠장 ㅎㅎ 베이징에서 왔고 11살 아들 영어 캠프겸 일주일을 와있다고 했다. 인상이 엄청 좋으신 분이었다. 나이도 나랑 별 차이 안날 것 같았다.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쪽에 미국인도 중국어를 할 줄 알았고 좀 웃긴 상황이었다. 어둑해지니까 모두 빠지고 우리만 남아서 한 시간 정도 하다가 내려왔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어제 슈퍼에서 산 짜파게티를 끓여먹는 것이었는데 전기냄비에 선이 없었다. 호스트에게 연락하니 청소하는 사람이 빠뜨린 것 같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종목을 컵라면으로 바꾸고 나는 얼른 야시장에 가서 망고, 바질 볶음밥, 꼬치를 사왔다. 그 사이에 친구는 편의점에서 물을 사와서 내가 도착할 즈음 라면을 끓여놓고 있었다. 유튜브도 보면서 우리의 모습도 찍으면서 모든 것이 완벽한 맛있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