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그동안 나에게는 아주 큰 변화가 있었다. 치앙마이에서부터 굳게 다짐했던 팀 이동을 성공했다. 사내 잡포스팅에 지원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계획보다 빨리 이동 결정이 났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를 하게 되었다. 회의를 들어가도 온통 모르는 용어뿐이고,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 상황을 과거의 나의 경험에 비유해 보자면, 외국어 전공이어서 어학원 수업과 별반 다를 게 없고 과제도 단어 외우기나 깜지였던 내가 복수전공으로 경영학과 수업을 들었더니 조별발표가 생기고 PPT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며 받은 충격이다. 이직을 하고 싶다가도 망설였던 이유 중에 하나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었다. 자기소개에는’ 적응이 빠르고 빨리 내 것으로 만든다.‘라고 적지만 나는 그것이 매우 두렵다.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여도 그렇다.
새로운 팀으로 옮기고 4일째 되는 날, 집에 가는 길에 조금 우울해졌다. 그전 팀에서 나름 ‘에이스’였는데 몰라서 질문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 속에 내가 있다. 시간이 지나도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좌절이 밀려왔다. 부모님은 바뀐 팀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엄청 궁금하신가 보다. 그 관심도 부담스러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한 고민을 하면 새치가 한두 개씩 나는데 조만간 친구에게 새치가 없는지 봐달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여기는 업무 속도가 엄청 빨라서 하루하루 진행과정 변화가 엄청나다. 기존 팀에서는 2일 정도의 수행기간을 주었다면 여기는 바로 다음날 오전이다. 팀 내 평균 나이도 훨씬 높다. 이전 팀은 내가 맏언니 격이었는데 여기는 팀에서 막내다. (차라리 다행이다..ㅎ) 이렇게 ‘일하는’ 팀장을 만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팀원들도 열정적이고 배울 점이 많다. 그것만으로도 사실 만족도는 높다.
3개월 프로젝트, 나는 아직 병아리인데 벌써 필드에 나가야 하는 기분이 들어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가도 하루하루는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 이제 적응이 좀 되는 것 같다. 이 업무를 좀 알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때가 오면 나에게 아주 큰 선물을 주어야지 하고 다짐해 봤다. 차? 아이패드?
치앙마이 부적의 효과인지 그래도 아직은 긍정적이다. 좌절의 기분이 몰려올 때마다 전 팀보다 훨씬 상황이 좋고, 존경할 수 있는 상사이며, 새로운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고, 이걸 해내었을 때 보람이 무엇보다 크겠구나 생각한다. 굳어있는 뇌를 다시 가동하는 느낌인데 최근에 이런 ‘배우는’ 느낌이 많이 없었다. 화상 중국어를 하고 있기는 한데 중국어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사적인 대화로 시간을 때웠고, 수영실력도 제자리에 머무는 느낌이었다.
운동을 하나 더 하고 싶은데 내 체력이 버텨줄까 싶어서 보류했다. 당분간은 회사 업무에 집중해야겠다.
해낼 수 있을까?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느낌은 싫다. 바보는 아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다들 처음은 있잖아… 모르겠다. 오늘도 해보자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