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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영 Jul 08. 2023

치앙마이 일기 7

운동 반캉왓 올드타운 네일 마사지 야시장

7월 5일 수요일


전날 일찍 자서인지 아침에 눈이 빨리 떠졌다. 오전에 러닝머신을 하면서 모창가수의 길 새 영상을 봤는데 너무 웃겨 함박웃음을 지으며 운동을 했다. 일찍 준비된 김에 오늘은 예술인 거리라는 반캉왓에 가보기로 했다. 볼트를 잡아 20분 정도를 가니 초기에 쿠킹 클래스 간 길과 비슷한 느낌의 동네가 나왔다. 치앙마이에서 차를 렌트하고 다니면 내 활동범위가 더 넓어지고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반캉왓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인 가족과 마주쳤다. 한국인들에게 소문난 관광지라 그런지 동네에서 못 본 한국인들을 여기서 다 만나는 느낌이다.

유튜브에서 본 것보다는 작은 규모였고, 생각보다 볼 건 없었다. 작품이라기엔 소품 정도를 만들어 파는데 그렇게 사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기대했던 자개 소품집이 제일 괜찮았다. 여기 근처에 또 한국인 사장님이 하는 카페+소품집이 있다고 한 것이 기억나서 검색을 해보니 걸어서 6분 정도 거리이다. 가는 길이 정말 시골길이다. 시골길 중간에 갑자기 뿅! 하고 나오는 수준. 누가 봐도 한국인인 사장님이 한국말로 인사를 해 준다.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우리 아빠였으면 언제 태국에 왔냐, 한국에서는 뭐 했었냐를 물었겠지만 ㅎㅎ 정말 분위기가 너무 예쁜 카페다. 소품샵과 붙어 있어서 구경을 했다. 자개 모양이 천차만별인데 아까 반캉왓에서 본 자개 수저가 더 예쁜 것 같아서 돌아가는 길에 거기서 샀다.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키고 에어컨이 되는 작은 방에 있는데 태국 대학생 두 명이 들어와 고양이와 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갬성의 카페 인테리어였는데 고등학교 때 많이 듣던 제이의 노래가 나와서 갑자기 감성이 충만해졌다.

다시 내렸던 곳에서 볼트를 불렀다. 오랜만에 올드타운이나 가보자 했다. 오래간만에 관광객 모드가 된 것 같다. 예전에 후기를 봐두었던 네일 샵으로 갔다. 다행히 바로 된다고 한다. 백인들에게 유명한 곳인지 손님들이 온통 백인들이다. 기본 젤 네일에 컬러와 포인트를 추가해도 기본 가격을 받는다. 우리나라였으면 최소 7-8만 원은 했을 텐데 1만 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했다. 물론 큐티클 케어가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가성비로는 훌륭하다. 나오자마자 발견한 김밥천국 느낌의 밥집에서 모닝글로리와 아직 이름을 모르는 바질 돼지고기 덮밥을 시켰다. 정말 당분간은 이것만 먹고살아도 될 만큼 너무 내 스타일의 짭조름함이다. 기름 많이 넣고 테두리가 거칠게 터진 계란 프라이가 너무 매력적이다. 한국 돌아가도 당분간 계란 프라이는 이렇게 해 먹고 싶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왔던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아까부터 오늘은 꼭 타이마사지 두 시간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선데이마켓 가기 전에 받았던 곳이 깔끔하고 괜찮았던 것 같아 거기로 갔다. 가는 길에 괜찮아 보이는 마사지샵이 있으면 바로 구글 리뷰를 검색했다가 별로면 또 걷고를 반복했는데 역시나 이곳이 제일 괜찮은 것 같다. 오늘은 사람이 없다. 바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마사지사가 얼굴이 익숙한 것을 보니 그때 혜미를 해주던 그분이신 것 같다. 왜냐면 압이 엄청나게 약했기 때문 (혜미가 이곳의 마사지가 압이 너무 약했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이다. 안 아프면 더 좋지 뭐 하는 마음으로 받았다. 팁까지 2만 7천 원에 행복인데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지 뭐.

끝나고 이곳에서는 카라멜을 주는데 저번에는 너무 물컹한 것 같아서 안 먹었었다. 그런데 선데이마켓에서도 팔길래 오늘은 맛이 궁금해서 먹어봤더니 이게 뭐야. 완전 내 스타일이다. 잘 안보이던데 다음에 보이면 무조건 사겠다.


마사지가 끝나고 나오니 해가 지고 오늘은 유난히 선선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정면에서 보는 타페게이트다. 요 며칠 좀 지루하다고 느꼈는데 다시 관광객 모드로 돌아오니 기분이 좋고 이 순간이 소중해졌다. *아마 그분이 오셨다 갔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틀 전 걸었던 화려한 먹자골목(술집골목)을 지나왔다. 내 동선 기준 치앙마이 가장 유흥가인데 백인 할배들이나 좀 앉아있는 옛날 분위기이다. 그래도 양쪽 빼곡히 가게들이 즐비해있는 모습이라 걸어가는 재미가 있다. 호객행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 맛집도 숨어있다. 오늘은 망고가 꼭 먹고 싶었는데 빅씨마트에 망고가 없다. 아니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모르는 엄청 큰 종류로만 들어와 있었다. 여기도 맨날 망고가 있는 건 아닌가 보다. 하는 수 없이 야시장으로 들어가 망고 파는 곳을 찾았다. 세상에 여기서 먹은 망고 중에 가장 맛있었다. 그리고 오는 길에 로티도 사서 드라마 <셀러브리티>와 함께 저녁을 보냈다.

여기 있으면서 너무 무료하게만 보낸 것 같아 네이버 카페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얻었다. 귀찮아서 안 하려고 했던 수영 강습이라도 받아봐야겠다 싶어서 메일을 보냈다. 서진이랑 카톡을 하면서 교외로 나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 앱에서 근교여행을 예약해서 가면 좋을 것 같다. 멋진 캠핑장도 있다고 하니 여기도 가봐야겠다. 왠지 정말 너무 재밌는 시간들이 될 거 같다. 그동안 나만의 시간들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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