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하고 한살 더 먹은 친정언니 첫째 딸. 내 생애 첫번째 이모가 되게 해준 조카다. 언제 이리 컸는지 벌써 계란 한판은 넘어버렸으니 마냥 어린애 같았던 조카는 이젠 술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조카는 남친 아니 이젠 예비 부부로 내년 날도 잡았다.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건 최근 신혼집 마련으로 미리 혼인신고도 했으니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
조카 사위는 세프다. 부엌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 첨엔 낯설게 느꼈었다. 그러나 그 낯섬이 점점 익숙해지고 어느순간 듬직하고 믿음직 스러웠다.
결혼 날도 잡고 겸사겸사 그동안 바쁜사연들을 들려줄겸 찾아왔다. 만날때가 되긴 했다. 남편은 음식하지 말고 나가서 먹자고 한다. 그러나 조카사위의 의도 달랐다. 밥통에 밥만 넉넉히 해달라고 한다.우리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밥한끼 맛나게 해주고 싶다며 오히려 장까지 바리바리 다 봐 왔다. 우리들 만남엔 외식은 없다.
내 부엌의 주인이 잠시 바뀌는 순간.
조카사위는 싱크대에서 그릇부터 고른다. 메뉴가 오므라이스니 만큼 적당한 그릇들을 줄을 세웠다.
식탁앞에 마주 앉은 남편은 조카사위를 보며 묻는다.
"ㅇㅇ씨 오늘 메뉴는 뭐야~?"
사뭇진지한 남편의 질문에 더 진지하게 답해주는 조카사위.
"네.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할 오무라이스와 이모부님 좋아하시는 김치째개 입니다. 집에서 김치를 많이 보내주셔서 찌개하기 딱 좋게 익은 상태입니다."
둘의 대화를 듣던 난 빵 터졌다.
"요즘 유행한다는 오마카세? 가정식 출장 오마카세 인거?" 이렇게 말하곤 한바탕 모두 웃었다. 오무라이스를 위한 야채들은 차례대로 다져 종류별로 담아두고 김치찌개를 위한 적당한 냄비를 골라 끓인다.
조카사위의 큰마음을 냄비는 알아주지 못한채 김치찌개는 자꾸 넘친다. 이내 우리집서 제일 큰 냄비가 싱크대 구석에서 라운드에 올라갈 준비를 하는 야구선수처럼 싱크대서 헹궈진다. 콰르르르~~냄비를 교체하고 한결 마음이 맛있어졌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는 식욕을 돋우기 충분했다.
둘째 조카도 근처 다 왔다는 이야기에 마중을 나왔다.
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도 사고 집에 도착했을땐 밥상이 완료 되었다.
우람각시
우리집에 올때면 늘 정성껏 한끼 해주려 애쓰는 조카사위가 참 고마울뿐이다. 모처럼 북적북적 들뜬 주말 오후를 맛있는 한끼에 감동은 그대로 따라올뿐이다.
김치찌개 또한 말한들 뭣하리~
근사하게 정성가득한 한끼를 대접 받고 난 기분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언제나 이모를 위해 성의를 다 해주는 조카네. 내리 사랑이라는데 지금은 나란히 걷는 동행인 같은 마음이다.
"ㅇㅇ야~ 날잡은것도 축하하고 무엇보다 둘이 행복해보여서 더욱 좋구나.! 지금처럼만 사랑 나누며 살자. 이모가 더 잘할께~~소중하고 정성가득한 밥도 잘먹었단다. 언제나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