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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Jan 10. 2022

케이크 대신

초o파o나 오o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침 한 SNS의 알림이 뜬다. 'OO님, 과거 오늘 있었던 일을 확인해보세요.' 8년 전 오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세월이 주는 무상함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남편의 두 팔에 가득 안긴 두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사진 속 모습은 첫아이가 5살 무렵 남편의 생일상 앞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둘째가 어린 탓에 잠든 시간을 틈타 스파게티에 야채쌈과 스테이크를 준비한 생일 상이었다. 평소 케이크를 즐기지 않은 남편이기에 남편이 좋아할 레트로 케이크로 대신했었다. 초코 oo 이를 층층이 쌓아 마음 같아선 요플레라도 얹고 시리얼로 장식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소박하게 케이크 촛불이 밝게 축하를 해주는 듯했다.


눈웃음이 아빠를 닮은 두 아이는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두 손 모아 즐거워하는 사진이 매년 이쯤 되면 되네 곤 한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첫째 아이에게 사진을 공유하면서 답 톡을 기다려 보았다.

"엄마, 나 이날 기억나요. 편지 엄마한테 안보여주고 아빠한테 바로 보여드릴라고 꾸깃꾸깃 접어두었단 말이에요. 어린이집에서 얼마나 열심히 썼는데..."

아이는 아이대로 이날의 기억이 담겨 있었나 보다.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며 적었을 삐뚤빼뚤 구겨진 편지와 그림들. 첫아이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남편의 생일날. 남편은 평소보다 늦게 퇴근한 바람에 아이들과 먼저 밥을 먹었다. 뒤이어 들어온 남편의 조촐한 생일상은 평소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을 주문하고, 케이크를 아이들에게 맡겼다.
8년 전엔 남편이 좋아하던 초o파o로 했다면 올핸 아이가 좋아하는 오o스로 바뀌었다. 층층이 쌓고 그 위론 떠먹는 요구르트를 얹고 초코볼로 장식을 했다. 그 옛날 한 번쯤 해 먹어 봤을 만한 비주얼이 재탄생하였다. 그리고 생일카드와 함께 아빠의 생일노래를 불러드리며 하루 종일 아이들을 설레게 했던 아빠의 생일은 마무리되었다.


품에 안을 수 없을 만큼 큰 두 아이는 아빠의 양쪽에 든든히 자리 잡아 주고 있고, 여전히 그 미소는 환하게 지켜내고 있었다. 케이크를 대신한 초콜릿 과자들도 레트로 감성으로 밝게 빛나 주니 소박한 아빠의 생일도 무사히 지나갔다. 소소했던 일상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아빠의 생일날이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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