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고 향기롭게 Jan 17. 2022

아궁이 속 보물찾기

고구마는 불맛이여라~

시아버님 생신이 이번 주 평일인 관계로 주말 형제들이 모였다. 얼마 전 트랙터 사고를 당하시고 퇴원하신 지 하루. 크게 다치시지 않은 것 만으로 천운이라 해야 하는 트랙터의 폐차 수준의 사고를 접하니 아버님이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 우심이다. 아직 후유증도 남아있는 상태이시기에 꾸준한 물리치료를 병행하셔야 한다.


시골집은 두 분의 병원신세 부재로 한동안 텅 비어 을씨년스러웠다. 사람이 없는 집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온기를 잃은 집안 찬 공기가 더욱 춥게 느껴졌으니.


군불을 지펴야 한다. 한편에 마련해둔 참나무 장작들에게 불을 붙인다. 신문지 몇 장에 붙인 불들은 마중불이 되어 이내 장작에 옮겨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다른 장작도 이내 적당한 위치에 던져본다. 이 순간이 즐거운 건 아이들이다. 가느다란 꼬챙이에 불을 붙여 누구 불이 먼저 붙었다는 등 두 아이는 흥미 가득이다.


벌겋게 변한 숯 사이로 고구마 몇 개를 던져놓고 꼬챙이로 살살 덮었다. 골고루 잘 익으라며 벌겋게 이글거리는 숯들에게 열일을 부탁한다. 가마솥은 이내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으며 아궁이 속 불꽃에게 보답하듯 끓어오른다.


이쯤 되면 아궁이 앞은 뜨거운 반면 그 앞을 조금만 벗어나면 겨울 찬바람이 바로 반기니 적당한 따스함을 찾을 거리를 쪼그리고 앉은 채 이리저리 찾아본다. 한 손에 잡은 꼬챙이로 잘 구워지는지 고구마의 안부도 살피고  이리저리 뒤적이며 보물찾기를 하듯 잘구워진 군고구마를 아궁이 앞으로 모아놓았다.


뜨거운 고구마를 신문지에 싸서 아이들과 방으로 들어왔다. 목장갑 끼고 벗겨낸 속살이 노란 고구마를 부모님께 먼저 맛 보여드리고 도란도란 군고구마맛을 느끼며  '앗! 뜨거'를 연발하며 시골의 맛도 느낄수 있는 아주 작은 소박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 번쯤 '그때 그랬었지'.. 를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 하나를 더해본다. 아궁이 속 불꽃의 온기처럼 아버님의 건강이 무탈히 회복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주말풍경을 전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케이크 대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