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3 / 12 날씨, 따뜻함
이틀 전,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게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의 치부를 들춰서 웃음거리로 만드는 게 ‘친구’라는 단어로 포용될 수 있을까. 단편적인 순간의 농담 정도야 웃어넘기겠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없어서 남의 아픔을 훔쳐 그 자리에 판돈으로 내건다는 게, 그래서 웃음이라는 상을 거두어들인다는 게 무식하고, 꼴값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마음이 쓰이는 것도 분명했다. 숙취 때문에 어제 하루 종일 집에만 처박혀 있어서 안 좋은 마음은 풀릴 겨를 없이 더 뒤죽박죽으로 변해 있었다. 그럴 땐 나가야 한다. 볕을 보고 산책을 하면 한결 좋아진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산책을 갔다. 빌어먹을 코로나 때문에 뒤틀린 호주 워홀 일정도 다시 정리할 겸, 이틀 전의 일로 놀란 가슴도 진정시킬 겸, 겸사겸사.
오늘 산책의 종착지인 최애 토스트집에서 햄치즈와 베이컨 토스트 두 개를 연달아 때리고 나니 생각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의 자존감을 낮추려는 사람과는 안 보면 된다. 그들은 나에게 썩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사람과 만날 의무도, 의미도 없다.
생각보다 ‘친구’라는 단어는 무겁다. 벗어던지기엔 새겨져 버린 이야기가 너무 많고, 써져버린 감정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남 생각하다 피해 본 게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 이제 더 이상 마음 약해져선 안 된다. 내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 감성을 더하지 말자.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나의 마음을 다 쏟아도 시원치 않을 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