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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리셔스 Nov 09. 2023

노란 고무줄과 마우스

당신의 꽃은 무엇인가요?

 나는 노란 고무줄이 싫다. 

가끔 급할 때는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는다. 문제는 묶었던 머리를 풀 때다. 노란 고무줄이 풀리면서 귀한 머리카락도 같이 빠진다. 급 후회로 가득 찬다. 검은 머리끈을 좀 더 찾아볼걸 그랬다. 

내 소중한 머리카락 돌려줘!!!!  


어렸을 적 짖꿎은 남자아이들은 노란 고무줄로 나를 맞췄다. 은근 이 고무줄의 위력이 어마어마하다. 맞으면 따끔한 게 기분 나쁘게 아프다. 그래서인지 고무줄이 끊어질 때 느낌도 별로다. 장난치는 애들의 고무줄을 맞은 느낌이 난다. 

하지만 노란 고무줄이 제일 싫을 때는 삭아서 끊어져버린 경우다. 자신이 하던 역할을 저버리고 힘을 잃고 망가져 버린다. 대체품이 없을 때는 더 난감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느낌과는 정반대로 고무줄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 아이가 있었으니.. 
오늘 그림책의 주인공은 고무줄 사랑이 대단하다. 


  책이름: It's my rubber band , 지은이: Shinsuke Yoshitake


Are you throwing away this rubber band?


 버려진 고무줄을 얻은 주인공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이 고무줄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패션소품이 되기도 하고 놀잇감이 되기도 한다. 많은 러브레터를 모아놓는데도 쓰인다. 심지어 외계인을 무찌를 때도 유용한 노란 고무줄이다. 
 그렇게 노란 고무줄은 주인공에게 "보물"이 된다. 


 It seems like everyone wants to keep their treasures for themselves.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보물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미를 부여해 주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특별해진다. 이 그림책에서는 고무줄이 나온다.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던 노란 고무줄이 주인공에게로 가서 보물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 내 책상 주위를 보더라도 수많은 물건들이 있다. 책, 유리잔, 키보드, 마우스, 덩그러니 놓여있는 빨간 펜, 


이 물건들은 그저 물건들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새로 바꿔놓은 마우스는 조금 특별한 느낌이 든다. 이 마우스는 2년 전에 샀다. 단지 외관이 예뻐서 충동구매한 마우스였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쓸 기회가 없었다. 이사를 준비하던 중에 필요 없는 물건을 모두 처분하고자 마음먹었다. 마우스도 그 물건 중에 포함되었다. 새 마우스는 그래도 제값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마켓에 올려놓은 지 며칠이 되어도 마우스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조금 더 깎아줄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 마우스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마켓 어플에 수시로 들어가 봤다. 

내가 찍은 마우스의 사진도 계속 쳐다본다. 볼수록 예쁘다. 써놓은 글도 찬찬히 다시 읽어 본다. 이 마우스는 사가는 사람이 전혀 후회하지 않을 물건이다. 기대와 달리 마우스는 팔리지 않았다. 

여전히 피드에 남아있는 나의 마우스...  




며칠 전, 쓰던 마우스를 떨어뜨렸다. 마우스는 버벅거리더니 고장이 나고 말았다.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던 중에 마우스가 망가지다니. 갑자기 큰 걱정이 몰려들었다. 평소에는 아무 관심도 갖지 않았던 물건이다. 불현듯 서랍장 깊숙한 곳에 있는 새 마우스가 떠올랐다. 마켓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여전히 박스채 깨끗한 마우스였다. 유레카를 외쳤다. 


박스에서 마우스를 꺼냈다. 은빛 몸체에 누르는 부분은 흰빛깔인 마우스는 땅에 착 붙은 귀여운 '마우스'다. 컴퓨터에 연결해 보았다. 전에는 느낄 수 없던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마우스와 나는 교감하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머릿속에 마우스를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골똘히 마우스에 집중하고 마우스의 좋은 점들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어느 순간 마우스는 나에게 "꽃"이 되었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 그림책을 읽고 정리하는 나의 생각들은 사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다. 마우스는 키보드와 함께 나의 글쓰기를 도와주는 물건이다. 소중히 쓰다듬고 정성껏 대하고 싶다. 나의 글이 기분 좋게 써지도록 도와주는 친구들이니까.




영어그림책 속 소중한 영어문장


Grandma always wears the watch that Grandpa gave her.

할머니는 언제난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주신 시계를 차고 있지요.


Dad takes really good care of his old model car. 

아빠는 그의 오래된 모형자동차를 잘 보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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