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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쌤 카이지 May 16. 2023

4년 만에 홍콩엘 갈 수 있을까요?

'무료 항공권 대란' 직접 참전해 보니

말 많은 당신이 불통인 이유...


지난주 생애(?) 처음으로 브런치 북을 완성했습니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저 스스로도 사람들과 올바르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이 구경 와 주세요~ㅎ)




다음 작품(?)을 구상하던 중에 홍콩 관광청에서 무료 항공원을 대거 푼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사실 이런 행사, 특히 머리 안 쓰고 요행 없이 선착순으로 뭔가 돼본 일이 잘 없는 사람입니다.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저 이벤트 당첨되면 가줄게, 홍콩"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아내와 제가 1년에 2~3번은 다녀오던 곳이 홍콩이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도 없이 순전히 여행으로만 이렇게 홍콩을 자주 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홍콩에 마지막으로 간 게 5년 전입니다. 그렇다고 코로나가 이유도 아니었습니다.


2019년 홍콩에 큰 시위가 있었죠. 도주범죄인 및 형사법 관련 법률 지원 개정 법안이 도입되면서 촉발됐습니다. 홍콩인들은 중국의 강압적인 통제가 시작됐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래서 홍콩 민주화 시위라고도 불렸죠.


아내도 그런 중국에 발끈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이라도 이런 상황에선 가지 않겠다고 했죠.. 제가 이렇게 저렇게 설득해 봤지만 먹히지 않다가 코로나까지 제대로 터졌습니다.


그리고 또 3년이 더 흘렀습니다.



올해는 꼭 홍콩에 갈 생각이었지만 아내에게는 아직 말을 못 하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아내도 내심 안된다고만 했던 게 미안했던지 '홍콩 보이콧'을 철회할 명분(?)을 찾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이 이벤트였죠.


남편이 이런 거 절대 안 된다는 거 알고 운만 떼어 볼 요량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 잘 못 봤습니다ㅋ


16일 정오에 손가락이 빠른 사람이 표를 가져갑니다. 1만 장 정도 풀린다고하니 '전국 1만 등' 안에만 들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왠지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괜히 시간만 쓰고 기분만 나빠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 남자의 오기가 발동한 뒤입니다.


손가락을 열심히 풀고, 정신을 맑게(?) 유지했습니다. 점심 약속 따윈 잡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을 때가 아닙니다.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사이트가 터질 기미가 보입니다.


땡~


홍콩 관광청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신청란이 안 보이더군요.. '그러면 그렇지' 싶었습니다. 한 번만 버벅거려도 안 될걸 알았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새로고침 폭격에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나온 화면...



이게 뭐야...


40분 숫자가 먼저 보였습니다. '역시 그럼 그렇지..' 자포자기하던 찰나..


순번 8202...


8202등을 했습니다~ㅋ 전국 1만 등 안에 들었네요.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습니다. 40분? 기분 좋게 기다립니다.


"페이지를 열어 두십시오"


네~ 폰으로는 시키는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40분 켜두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느리게 지나갑니다. 배도 안고핍니다. 항공사에서 로그인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다며 순번을 다시 받으라고......



그땐 이미 대기 인원만 12만 명이....ㅜㅜ


화가 났습니다. 이렇게 허무하다뇨. 이렇게 무책임하다뇨. 당장 어디든 전화를 걸어 "난 8200등을 했다"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럴 때 경거망동(?)을 하면 정말 끝입니다. 참아봅니다. 화를 삭이면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제일 는게 참을성(?) 입니다ㅋ


10분 정도 지났는데 화면이 바뀝니다.


통과했나 봅니다.


물론 난데없이 뭔가를 발표한다는 말이 찝찝하긴 했지만.. 2천 분 정도 제 뒤에 있으니 별일 있겠나 생각 합니다.


지난 1시간 마음 졸였던 기억은

정신 차려보니 이미 없네요ㅎ


4년 만에 홍콩에서 불러줘서 가보게 될 거 같습니다.

마침 발표일에서 두 밤만 더 자면 생일인데..


다른 나라에서 예쁜 생일 선물 받은 걸로 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처음으로 공짜 이벤트라는 것에 선착순 등수 안에 들어본 후기였습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인가'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주의 : 항공권 딱 1장만 준대서 아내 비행기표는 제돈제산 해야 한다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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