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없는공급:팔리는 글쓰기를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작가 데뷔를 꿈꾸며. 내 글에 수요가 있나?

오랫동안 정식 작가로 책을 내놓고 싶었고, 그 원고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썼다. 첫 시리즈의 주제는 동화를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피노키오, 백설공주, 흥부와 놀부 등 동화라는 소재는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은 나름 만족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약 1주일 전, 한 작가분과의 미팅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쓰고 싶은 것과 독자가 읽고 싶은 것은 다르다는 것. 당연하고 진부한 조언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써 온 글은 내 취향에만 맞는 것은 아니었을까 성찰해보게 되었다. 선배 작가는 내게 흥미로운 제안을 해주셨다. 요새는 단번에 종이책을 만드는 것보다는 전자책으로 먼저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는 것이었다. 전자책은 분량이 적어도 괜찮고 소수 취향의 독자들에게도 잘 전파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재에 있어서도 내가 직접 경험한 한 줌의 정보라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나는 빠르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료되어 지금까지의 동화 재해석 시리즈를 잠시 쉬고 전자책 집필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절찬리에 유통된다는 전자책 순위를 보니 좀 당황스러웠다. 요새 인기있는 <세이노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6주 만에 1억 벌기>, <영어성적 올리는 치트키>, <무리에서 가장 예쁜 여자랑 연애하는 방법> 같은 자기계발서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책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막상 목차와 내용을 살펴보면 인상적인 부분들도 있었다. 나도 팔리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으면 어느정도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어떤 글을 써서 전자책을 판매해볼 수 있을까? 내게는 좀 특이하면서 그나마 내세울 만 한 경력이 하나 있는데, 서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로스쿨을 막 졸업했다는 것이다.(내가 좋아하는 우영우 변호사와 12기 로스쿨 동기라서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기껏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게 겨우 학벌이라니.. 뭔가 자괴감도 들었지만 아직 나는 작가 지망생이니까 부딪쳐보기로 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수험생 가족들을 자극할만한 제목으로 입시 자기계발서를 써볼까? 그런데 시중에는 공부법과 합격수기라는 책도 천편일률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약간 차별화를 두기로 했다. 로스쿨에서 내가 경험했던 각종 불평불만들, 우리 학교 공동체가 이렇게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공상한 이야기들, 그리고 이렇게는 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은 각종 시행착오들로 이야기를 써보면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독자에게 진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이 전자책 집필을 마친 뒤 내가 그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설픈 데뷔작이지만 솔직하게 쓰면서 즐거웠어'라고 웃어넘길지, '도대체 그런 쓸데없는 글은 왜 써낸거야'라고 부끄러워할지. 그래도 일단 지금은, "모든 경험은 자산이 된다"라는 격언을 대책 없이 믿어보려고 한다. 지금은 로스쿨 입학제도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입시 시스템에서는 학점을 잘 받는게 중요하니까 학부 내내 강의평가를 유심히 조사해서 "학점을 후하게 줄 만한 수업만 들어라. 교수님께 면담을 신청하고 공부하려는 열정을 어필하면 과제나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복기 스터디를 만들어서 수업내용 전체의 녹취록을 만들고, 예상 답안을 미리 써보는 훈련을 하라. 어떻게든 선배에게 기출 족보를 구하고 키워드를 외워라. 제일 중요한 건 교수 성향상 학점에 불확실성이 없고 표준화된 문제와 채점기준을 가진 수업만 고르는 것이다." 이런 글들을 써야 하는 걸까?


나름 흥미를 가지고 쓰다보니, 자연스레 로스쿨 입시에서 블라인드 제도는 정당한 것인가, 다양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법학적성시험의 한계와 단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타당할지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또 다시 독자가 원하는 게 아닌 내가 쓰고 싶은 글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이 정도면 많이 타협했다. 어차피 독자들의 선택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화려한 제목에 혹해서 들어왔더라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근본적인 고민은 당장 성적을 올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물질과 경쟁에 찌들어 있다가도 문득 이상과 윤리를 떠올리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나의 로스쿨 후배들도 내가 겪은 혼란과 생각들을 읽어보고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내 글이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뤼튼 AI에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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