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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단체교섭: 교섭 범위와 노동3권의 의미

함께 뭉쳐서 더 나은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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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 Madox Brown

Date: 1852 - 1863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Ⅰ. 단체교섭과 노동3권

"왜 노동자에게 단체교섭권이 중요할까요?"


1. 단체교섭권의 의의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뭉쳐 사용자에게 임금이나 근로시간, 그 밖의 노사관계 전반의 조건을 함께 협상할 수 있도록 인정된 권리를 [단체교섭권]이라 부릅니다. 헌법도 노동자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라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그중 <단체교섭권>은 일터에서 노동자가 더 나은 처우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권리라 할 수 있습니다.

노조법도 사용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노조법 제29조, 제30조, 제81조 등).

하지만 이 권리가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하면, 사용자나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교섭이 가능한 주제(교섭사항)에는 일정한 범위와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2. 노동3권의 상호관계

노동3권을 간단히 살펴보면, [단결권]은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권리, [단체교섭권]은 그렇게 단결한 단체(노동조합)가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할 수 있는 권리, [단체행동권]은 교섭이 결렬될 때 파업이나 태업처럼 집단행동을 통해 의견을 관철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노동3권 중 무엇이 주된 핵심인가?”라는 견해 차이가 학계에도 있습니다.

[단체교섭권 중심설]: 단체교섭을 가장 중요한 권리로 보고, 단결과 행동(파업)은 교섭을 위한 수단으로 봅니다. 이 관점에서는 주로 ‘근로조건에 대한 협상’에 목적을 둔 교섭만을 단체행동권의 정당한 영역으로 인정하려 하기 때문에, 교섭 주제도 임금·근무시간 등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경제적 요구’에 주로 국한됩니다.

[단결권 중심설]: 노동조합의 결성과 그 활동 자체를 궁극적 목적으로 여겨, 단결권을 폭넓게 해석합니다. 이때에는 국가 정책이나 사회 제도를 대상으로도 단결활동을 펼칠 수 있으므로, 교섭 주제가 보다 확장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결국 이 둘 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교섭대상의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은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폭넓은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이므로, 판례나 통설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와 직결되는 상당히 넓은 영역을 교섭가능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다34523, 2003두8906 등).

Ⅱ. 단체교섭대상과 일반적 기준

"노사관계에서 무엇을 교섭할 수 있을까요?"


1. 교섭대상의 폭: ‘근로조건’과 그 밖의 노동관계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주제는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전반”]입니다.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은 물론이고, 노조 활동과 절차, 노사관계 운영 전반도 포함될 수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사용자가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문제(예: 국가 정책 결정, 정치 활동과 직접 관련된 사안)까지 모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가 법적으로나 사실상 처리할 권한이 없는 사항]이라면,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청해도 이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다른 기업 경영에 관한 결정”이나 “사법기관에 의한 구속·석방 같은 형사절차”는 사용자 권한 바깥 영역이므로 교섭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큽니다.

2. 단체교섭사항 3분론: 의무적·임의적·위법적 교섭사항

노동조합법은 교섭대상에 관해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지만, 미국 [전국노동관계법(NLRA)] 해석에서 발전한 ‘3분론’이 우리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위법적(불법) 교섭사항>


법령에 반하거나, 공서양속(공공질서·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주제는 교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종교나 사상 강요, 차별조항, 명백한 불법행위 등”은 교섭해서도 안 되고, 설령 합의에 이르러도 무효가 됩니다.


<의무적 교섭사항>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기준 등 [근로조건 결정]에 직접 영향이 있는 사항은 대표적인 의무적 교섭사항입니다. 여기에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나 노조전임자제도, 교섭절차, 쟁의행위 절차” 같은 [집단적 노사관계] 운영 문제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두8906).


이 범주에 해당하면,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할 때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제재를 받습니다.


<임의적 교섭사항>


의무적 교섭사항도 아니고, 불법적 사항도 아닌 [그 중간영역]으로, 사용자가 교섭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주제를 가리킵니다. 예컨대 ‘타 기업 관련 사항’이나 ‘노동조합 내부 통제’ 등 근로조건과 직접 관계가 적은 사안이 여기에 속할 수 있습니다.


단, 노사가 원하면 교섭을 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 반드시 단체행동(파업 등)을 통해 관철할 수 있느냐”는 별도의 문제로, 전통적으로는 임의적 교섭사항에 대한 쟁의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이 다수 견해입니다.


3. 권리분쟁과 이익분쟁, 그리고 교섭대상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이미 법령이나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권리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이를 ‘권리분쟁’이라 부르는데, 어떤 학설은 “권리분쟁은 이미 정해진 권리에 관한 해석 문제이므로, 교섭으로 결정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봅니다.

그러나 다른 견해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법률·단체협약 위반인지 여부가 불분명할 때, [노사가 교섭을 통해 조정·해결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이 사건이 단순히 개인 한두 명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전체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판례에서도 “조합원의 근무환경 전반에 영향을 주는 권리분쟁이라면, 단체교섭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가 있습니다(대법원 2014다33604, 2015도8190 등).


Ⅲ. 구체적 사례로 살펴보는 단체교섭대상

"어떤 내용이 실제로 교섭 가능할까?"


1. 임금·근로시간·복지후생

[임금]은 단체교섭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임금액의 인상률, 기본급과 수당·상여금·퇴직금 등 다양한 형태의 보수체계, 지급 시기와 방법도 포함됩니다. [근로시간] 역시 마찬가지로 핵심적인 교섭 주제입니다. 교대근무, 연장근로, 휴게시간, 탄력근로제 도입 등 구체적인 제도 역시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합니다.

복지후생(기숙사·통근버스·직업훈련·학자금 지원 등)도 근로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처우와 직결되므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인사·해고·징계

[해고나 징계, 전보·배치전환처럼 인사와 관련된 문제]도 근로조건에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그 기준이나 절차를 협상하려 한다면 이는 의무적 교섭사항이 됩니다(대법원 2021두64876). 다만 ‘특정인에 대한 인사 결정’을 사용자에게 강제하는 것까지 반드시 허용되는지는 상황마다 다릅니다.

예컨대 조합 간부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 해고철회 요구가 “해고 기준 자체를 명확히 하여 전체 조합원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가진다면, 단체교섭으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사용자가 전혀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영역(예: 형사사건의 구속·석방)이라면, 교섭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3. 조합활동과 단체협약 절차 등 집단적 노동관계

근로조건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자체 활동과 결부된 사항], 예컨대 노조 전임자제도, 노조 사무실의 제공, 게시판 사용, 교섭 절차나 쟁의행위 방식 같은 노사관계 전반의 운영 문제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내용 역시 ‘집단적 노동관계’로 분류되어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두8906).

특히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등은 우리나라 법 개정으로 인해 과거보다 해석이 복잡해졌습니다. 현재는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정비되어, 법정 한도를 넘는 면제 시간을 단체협약으로 인정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습니다(노조법 제24조 등). 그럼에도 전임자 문제 자체가 교섭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가 어느 선까지 편의를 제공할지는 노사 자치의 영역으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4. 경영참가적 사안과 이슈 확장

오늘날 노조가 경영 전반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지분구조 변경이나 산업재해 예방 대책 등에도 적극 나서는 등, <경영사항>과 관련된 요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전통적으로 “사용자의 고유 권한이니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보았지만,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경영 결정]이라면 교섭대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확산 중입니다.

단, 아직까지 우리 법원과 학계에서는 “사용자의 처분권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근로조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확인되는 경우”에 한해 경영사항을 교섭대상으로 삼도록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 전반을 무제한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Ⅳ. 맺음말: 자율과 균형, 그리고 법적 한계

노동자가 단결하여 사용자와 교섭한다는 것은 단지 임금만 올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근무환경에서 일할 권리, 조직된 목소리로 현장의 의견을 관철할 권리”를 보장받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교섭 가능한 주제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실제로 어디까지가 단체교섭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의가 이루어집니다. 우리 헌법이 노동3권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해도, <권리를 잘못 행사>하거나 <사용자의 권한을 무조건 침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노·사 당사자가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전반’에 대해 자율적으로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입니다. 이때, 위법적 사항을 피하면서도 가능한 한 폭넓은 주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노사자치’를 발전시키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 사용자는 ‘의무적 교섭사항’에 대해서만 법적 책임을 지지만, 노사 모두 협의가 가능하다면 ‘임의적 교섭사항’도 얼마든지 협약 체결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서로의 권한과 한계를 분명히 이해하고, 협력과 조정을 통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통로]를 확보해 두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일 것입니다.


"본 글은 [노조법 주석서(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대표 김선수, 김지형, 이흥구, 단체교섭 전론]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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