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생긴 불의의 사고, 누가 책임질까?
Craftsmen, Tomb of Nebamun and Ipuky, by Norman de Garis Davies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근로자가 일을 하다 다쳤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을 요구해야 할까요?"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부상이나 질병, 혹은 이로 인한 장해·사망을 당했을 때, 국가가 보험자의 역할을 하여 피해를 당한 근로자나 유족에게 신속하게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사업주는 이 제도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면 근로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 등을 통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사업주의 "고의·과실"을 입증할 필요 없이 치료비·휴업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사업주 입장에서도 한 번에 거액의 배상금을 떠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산재보험의 근거 법률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은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라 정의합니다(법 제5조 제1호). 이 제도를 통해 국가가 ‘보험자’로서 재해 노동자의 생활 보장과 재활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산재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 함께 현대 복지국가 제도의 중추적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제도는 어떻게 변해 왔을까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0년대 초반에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의 무과실책임이 명확히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전쟁 직후 어려웠던 경제 상황, 근로자의 법 지식 부족, 재해보상을 위한 감독 체계의 미비 등으로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산업재해 보상을 담당하고 그 재원을 사업주들의 보험료로 충당하는 방식의 "산재보험"이 1960년대 초반 본격 논의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주로 광업·제조업 등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에 우선 적용되었고, 이후 제도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보험 적용 범위가 순차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상시 1인 이상 근로자를 두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당연 가입해야 하며, 보상 범위나 급여 종류도 초창기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로는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는데, 이전에는 "업무수행 중"에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사고만 보상하던 이른바 ‘2요건주의’가 적용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장소나 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보상한다"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했습니다.
"무과실책임과 위험 분산, 그리고 재해 예방까지!"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일일이 책임(과실)을 묻지 않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무과실책임). 이는 일반 불법행위책임이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달리, 단시간 내에 보상을 받을 수 있어 피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큰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일반 소송에서는 과실 여부, 손해액 산정 등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다툼이 이어질 수 있지만, 산재보험은 법령상 정해진 급여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보상함으로써 신속성을 확보합니다.
대법원 역시 "산재보험급여는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 책임을 국가가 직접 떠안는 성격이므로 과실상계나 책임 주체를 따지는 문제와 무관하게 신속한 생활 보장을 꾀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두5141 판결 등 참조), 무과실책임의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제도는 각 사업주가 납부한 보험료를 재원으로 활용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가 보험급여를 제공해 줍니다. 따라서 개별 사업주가 재해발생 시 전부를 배상할 재정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도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산재보험은 "책임보험"의 속성도 지니며, 근로자가 사고로 이미 사업주로부터 일부 보상을 받았다면 그 범위 내에서 보험금이 줄어들거나, 반대로 보험금이 먼저 나간 경우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재해보상 책임이 일정 부분 면책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8826 판결).
산재보험은 단순히 금전 보상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위한 사업도 지원합니다. 국가가 재원과 통계를 확보해 재해 예방책을 마련하고, 직업훈련이나 전문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재해 근로자가 기존의 작업 현장 또는 새로운 일자리에 원활히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사회보험이자 책임보험,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이유는?"
헌법재판소 판례(헌법재판소 2004. 11. 25. 자 2002헌바52 결정)에 따르면,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국가 차원에서 분산·관리하는 사회보험의 일종이며, 따라서 사회보장수급권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국민건강보험이 모든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비하는 제도라면, 산재보험은 "근로자"라는 집단이 업무 도중 입은 재해에 대하여 추가적·특별히 높은 수준의 보장을 받도록 만들어진 셈입니다.
근로자가 업무상 다치면,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을 비롯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나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산재보험법이 시행되면서 근로자는 신속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고, 이러한 보상에 소요된 금액만큼은 사용자가 따로 배상할 의무가 면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민사상 손해 규모가 산재보험급여보다 훨씬 큰 경우(예컨대 근로자의 중대한 장애로 인한 거액 손해)가 있다면, 그 차액만큼은 별도로 소송을 통해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산재보험급여만으로는 부족할 때, 추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더라도, 사업주의 "고의·과실"이 분명한 상황이라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 또는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민법 제390조 등)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해 근로자는 산재보험급여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 청구가 가능합니다.
단, 근로자의 과실이 함께 인정된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액이 과실상계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산재보험급여로 받는 금액이 훨씬 커서, 실제 민사배상을 구했을 때 오히려 손해액이 적어지는 역전 현상도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보상 범위부터 불복 절차까지, 법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현행 산재보험법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 총칙: 목적, 정의, 적용 범위, 보험관계 성립·소멸 등
제2장 근로복지공단: 공단의 설립과 업무 범위 등
제3장 보험급여: 실제로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 등 주요 보상 제도를 규정
제3장의2 진폐특례: 특정 직업병(진폐)과 같은 특별 질환에 대한 추가 규정
제4장 근로복지 사업: 재활·복지사업에 대한 국가·공단의 역할
제5장 산재보험 및 예방기금: 기금의 조성 및 관리
제6장 심사 청구 및 재심사 청구: 분쟁 해결이나 행정 불복 절차
제7장 보칙: 시효, 해외 파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특례 규정
제8장 벌칙: 법령 위반 시 형사처벌 및 과태료 규정
가장 핵심이 되는 보험급여로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상병보상연금, 유족급여, 장의비, 직업재활급여 등이 있습니다. 예컨대 휴업급여는 재해로 인해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 일정 기간 임금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고, 상병보상연금은 장기 요양이 필요한 경우 휴업급여 대신 장기간 소득을 보전해 줍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승인 여부나 급여 산정 방식에 불복이 있다면, 우선 공단에 설치된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 청구"를 할 수 있고, 그 결정에 불만이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사법부의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판례와 「행정소송법」 등 참조).
"어떤 사업장이 반드시 가입해야 할까, 그리고 예외는 무엇일까?"
산재보험법상 기본 원칙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는 것입니다(법 제6조). 따라서 규모가 크든 작든, 물건을 팔든 서비스를 하든, 근로자가 1명이라도 고용되면 당연히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생깁니다.
그러나 위험률·규모·장소 등의 사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은 적용 제외가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 ▲공무원이 적용받는 공무원연금법·군인연금법, ▲선원법,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에 의해 재해보상이 보장되는 사업, ▲소규모공사(총공사금액이 일정 기준 미만이거나 아주 작은 건축물 공사), ▲가구 내 고용활동, ▲상시근로자 수가 1명 미만인 사업, ▲농업·어업 등에서 상시 5명 미만의 법인 아닌 사업 등이 이에 속합니다.
적용 제외 사업장이라도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면 사업주와 근로자 과반수 동의 등을 거쳐 임의로 가입할 수 있으며, 한 번 가입하면 함부로 해지하기 어렵습니다(보험연도가 끝난 뒤에야 해지 가능). 또한, 원래는 당연적용이었으나 규모 축소 등으로 적용제외 요건에 해당하게 된 사업장이라 해도, 별도 절차 없이 일정 기간 "의제가입" 처리되어 계속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업주가 여러 장소에서 복수 사업을 운영할 경우, 이것을 별개의 사업장으로 볼지, 아니면 하나로 묶어 단일 사업장으로 처리할지에 따라 산재보험료율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판례(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두5176 등)는 "장소적 분리 여부"뿐 아니라 "서로 다른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공동의 위험도를 공유하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산재법 주석서 집필대표 권창영, 전론, 제6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