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HARLAN COUNTY USA
Directed by Barbara Kopple
United States, 1976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는 과연 몇 살까지 일하게 해줄까?"
정년제란 "근로자가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계약 관계가 끝나는 제도"를 말합니다. 사업장마다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으로 정년이 정해져 있으면, 그 연령에 달한 시점에 근로자가 자동으로 퇴직하거나(정년퇴직제), 혹은 사용자가 별도로 해고의 의사표시를 해야 관계가 종료되는 방식(정년해고제) 등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년 해고가 아닌, 정년퇴직"이 일반적입니다. 즉, 60세처럼 미리 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순간 근로계약이 자동 소멸하는 사례가 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공식적인 정년이 도입된 것은 법원조직법(1949년)상 법관 정년규정입니다. 이후 공무원 분야에도 점진적으로 정년개념이 확산되었고, 민간기업은 근로기준법(근기법)에서 별도의 정년조항을 두지 않자 회사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 규정을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년은 최소 60세 이상"이 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로 1991년에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권고 수준이었다가 실효성이 문제되자 2013년 개정으로 "정년 60세 의무화"가 명시되었고, 2016~2017년경부터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근로자 측면" : 기업 내에서 일정 연령까지의 고용이 보장된다는 안정감을 줍니다.
"사용자 측면" : 연령이 높은 근로자를 ‘해고’ 형태가 아닌 정년 도달로 내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재를 충원함으로써 인력구성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갖춘 곳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정년'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요?"
정년제는 여러 방면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특히 "퇴직 조건, 적용 범위, 법적 성질"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근속정년" : 일정 근무연한이 되면 퇴직
"직급정년" : 일정 기간 내 승진하지 못하고 같은 직급에 머무르면 퇴직
"연령정년" :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퇴직
"차등정년제" : 같은 회사라도 직종이나 직급에 따라 정년연령을 다르게 두는 제도입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유효하나, 성별 차이 등 객관적 근거가 없는 차별이면 무효가 됩니다(대법원 1993.4.9. 선고 92누15765 등).
"단일정년제" : 사업장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연령을 정년으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정년퇴직제" : 정년에 도달하는 순간 별도 해고절차 없이 근로계약이 자동 종료되는 형태입니다.
"정년해고제" : 정년에 도달해도 사용자가 해고 의사표시를 해야만 근로관계가 끝납니다. 이 경우 해고로 보기 때문에 근기법상의 해고제한규정이 적용됩니다.
"'연령차별'은 아닐까?"
정년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므로, 평등권 및 근로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업무능력 쇠퇴, 인력구성 및 사법체계의 질서 유지를 위해 연령 기준을 두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헌재 2002.10.31. 선고 2001헌마557, 대법원 1998.2.13. 선고 96다52236 등).
물론 합리적 이유가 전혀 없는 경우, 즉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불균형적인 차별이라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정년'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일종일까, 별도의 계약조건일까?"
법리적으로 정년은 "기한이 있는 고용계약으로 볼지, 해제조건부 계약으로 볼지" 등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보통 "정년에 달하면 자동으로 근로계약이 종료하는 당연퇴직사유"로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생일'이 달라지면 정년도 달라질까?"
사업장 단위에서 당사자들이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하면 됩니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60세 미만 정년은 무효로 보고, 60세로 간주합니다. 다만 ‘정년’이 아예 없던 곳에 "무조건 정년을 신설"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회사는 일정 연령을 명시하는 편입니다.
특정 기준일(예: 입사 당시 제출한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을 따르기로 명시했다면 그 기준을 우선합니다. 그러나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가 실제 생년월일임이 분명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실제 생년월일로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7.3.9. 선고 2016다249236).
"만 60세가 되는 날"을 기준으로 보거나, 그날이 포함된 반기·연말 등으로 일괄 설정하는 식입니다. 구체적 규정이 없으면 "정년 해당연령에 도달하는 날"로 보고, 그날 24시에 근로관계가 끝나는 것으로 처리하는 판례(대법원 2018.6.28. 선고 2016다48297)도 있습니다.
"'정년'이 근로조건에 속하나요?"
근기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야 하므로, "정년제도가 있으면 반드시 근로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만약 관행으로 정년을 운영해왔다면, 그 관행이 일정 기간 이의 없이 반복되어 회사 내부 규범이 된 것으로 인정될 경우 근로조건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새로 정년제를 도입하거나, 정년연령을 낮추는 경우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대법원 1997.5.16. 선고 96다2507). 반대로 정년을 높이거나 폐지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유리하므로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정년 연장 대신 임금을 대폭 삭감"한다면 실질적 불이익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정년퇴직제"는 자동 퇴직이므로 근기법상 해고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정년해고제"라면 사용자 측이 해고사유로 삼는 것인 만큼, 해고예고·해고사유 서면통지 등 근기법상의 해고 규정이 적용됩니다.
"'정년 지난 뒤에도 일하고 싶어요!' 가능한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한번 퇴직처리가 된 뒤"에 다시 근로계약을 맺어 근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는 이전 근로계약이 이미 종료된 것으로 보기에, 새 계약에서 임금이나 직급 등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령자고용법은 사용자가 재고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장려하고 있고, 국가가 재고용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정년연장" : 원래 정해진 정년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어서, 기존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집니다.
"재고용" : 정년에 맞춰 근로계약이 일단 종료된 후, 새로운 근로계약이 시작됩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정년 도달 후에도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한다"는 명시가 있다면, 근로자는 재고용을 신청할 수 있는 일종의 ‘기대권’을 갖습니다. 물론 회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면 그 거부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최근 판례 경향도 있습니다(대법원 2023.6.1. 선고 2018다275925 등).
"'정년'을 없애거나 더 늘리는 나라들이 있나요?"
미국, 영국 등은 정년 그 자체를 연령차별로 보아 폐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했습니다. 일본도 계속고용제를 확충하며 "정년의 상한을 실질적으로 65세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고령근로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려는 방향으로 선진국들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정년을 6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리면서,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임금피크제"가 함께 논의됩니다. 우리나라도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이후 재정 부담을 감축하기 위해 많이 도입되었는데, "연령차별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임금피크제는 보통
(i) 정년을 그대로 둔 채 일정 나이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
(ii) 정년을 연장하되 그 연장구간 임금을 낮추는 방식,
(iii) 정년 경과 후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나뉩니다. 그중 "정년 이전부터 삭감"하는 형태는 불이익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정년에 이르는 ‘점진적 은퇴제’도 제안됩니다. 이를 통해 급작스러운 퇴직으로 인한 불안감을 덜고,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 부담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금 감소 등 근로조건 변화가 뒤따르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정년', 다른 법과도 얽혀 있나요?"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 계약은 정규직으로 본다"는 원칙이 있지만, 55세 이상 고령자는 예외로 자유롭게 기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년이 이미 지나서 재고용된 고령근로자라도 "계약 갱신 기대권"이 생겼을 경우, 이를 함부로 배제하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2.3. 선고 2016두50563).
사업주가 남녀의 성별을 이유로 정년에 차이를 두는 것은 명백히 금지됩니다(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예컨대 남자는 60세, 여자는 55세 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대부분 위법판결이 납니다(대법원 1993.4.9. 선고 92누15765 등).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이미 해당 사업장의 정년이 지났다면 고용의무가 소멸되거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22.10.27. 선고 2017다9732 등). 파견근로자도 동일·유사 직종의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과도한 불이익이 없는지 주의해야 합니다.
(본 글은 '근로기준법 주석서(노동법실무연구회) 공동편집대표 김선수&김지형, 제23조 후론'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