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의 정당성 판단기준-회사 안에서의 자리 이동, 어디까지 가능할까?
Knights Of Labor: Cartoon. american Cartoon, 1886, By Joseph Keppler, Showing Terence V. Powderly Giving The Back Of His Hand To A 'Scab' And To An Employer.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사용자 의사와 헌법상 근로자 보호의 교차점"
회사 안에서 직원이 맡은 일이나 근무지를 바꾸는 것을 통칭해 "인사이동"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전보>, <전근>, <전적> 같은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사용자는 보통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거나 "인원을 재배치하겠다"는 목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지만, 근로자의 역할·장소·근로계약 상대방 자체까지 달라지면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헌법상 근로의 권리와 노동3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인사이동은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법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사이동처럼 근로자에게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조치는 바로 이 조항과 맞물립니다. 판례도 "인사명령은 사용자 권한에 속하더라도, <법령 위반>, <권리남용>, <정당한 이유 결여>가 있으면 무효"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대법원 2023.7.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등).
전통적으로 <경영권설>, <포괄적 합의설>, <계약설> 등이 학설로 제시되지만, 우리 판례는 "사용자에게 업무상 필요 범위 안에서 폭넓은 재량이 있다"는 점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자의 권리가 훨씬 우선한다고 해석할 수도, 그렇다고 근로계약에 정한 범위를 넘어서 함부로 인사이동을 못 한다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근로자의 동의와 사업상 필요성>, 그리고 <근로조건에 대한 명시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실제 유효한 인사이동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보, 전근, 전적... 비슷해 보여도 다릅니다"
"전보"는 동일 기업 내에서, 근로 내용이나 직무가 장기간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A 부서 영업직"에서 "B 부서 개발직"으로 바뀌는 식입니다.
"전근"은 회사는 같지만 사업장(지역)이 달라지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다만 실제 회사 생활에서는 근로 내용·장소가 동시 변경되는 식으로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구분이 모호해 보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전보>와 <전근> 모두 근로계약의 중요한 요소(근무지·담당직무)가 달라지므로, <근로계약을 위반하는가> 그리고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근로계약에 "서울 지점에서만 근무한다" 또는 "의사·간호사 등 전문직무를 수행한다"처럼 구체적이고 특정된 내용이 있다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이를 바꾸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 1992.1.21. 선고 91누5204 판결 등).
다만 특별한 합의나 부득이한 회사 사정으로 업무 부서가 없어지는 상황이라면, 근로자 동의 없이도 전보·전근이 허용될 여지가 일부 있긴 합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근무지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았다면, 사용자에게 어느 정도 전보·전근권이 인정됩니다. 그럼에도 <권리남용>, <법령 위반>인지는 계속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조직 효율화" 필요는 거의 없는데도, 특정 직원에게 지나치게 먼 곳으로만 계속 전근을 시킨다면 이는 재량권 남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에서는 크게 네 가지 요소를 평가합니다.
• <법령 위반 여부> : 차별 목적이나 부당노동행위 등 명백히 금지된 사항인가
• <업무상 필요성> : <노동력 적절 배치>, <업무 능률 향상> 같은 목적이 실질적으로 있는가
•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 출퇴근 거리, 가족생활, 임금 변화 등 전반적 손해가 "통상 감수 범위"를 넘는지
• <절차적 요건 준수> :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의 절차 규정 또는 당사자 협의 과정을 성실히 거쳤는지
이를 통틀어 "사용자의 일방적 조치가 타당한 목적과 절차로 이루어졌고, 근로자가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불이익을 입지 않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전적"은 원래 다니던 회사와 근로관계가 끝나고, 계열사 등 "새로운" 회사와 근로계약이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예컨대 그룹사 간 인사교류나, 구조조정 목적으로 일부 직원을 다른 법인으로 이동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전적은 근무 장소만 바뀌는 전근과 달리, <근로계약 상대방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 무거운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근로자의 "동의"가 필수>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대법원 1996.4.26. 선고 95누1972 판결).
물론 입사 당시 취업규칙에 "계열사로 옮길 수 있음"을 두었다 하더라도, 그 계열사의 구체적 사업 내용이나 근로조건을 알 수 없었다면 포괄적 동의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적 후 근로조건 승계 여부는 양측(원 소속·전적 후 기업)과 근로자가 별도 합의를 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칙적으로는 이전 근무경력이나 호봉이 자동으로 승계되진 않습니다.
주로 은행·금융권에서 "실적이 낮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재배치를 하는 제도입니다.
형식상 "전보"와 비슷하지만, 보직이 낮아져 임금이 줄거나, 사실상 희망퇴직을 압박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하므로 논란이 큽니다.
판례상 이 역시 "전직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그대로 준용합니다 (대법원 2009.3.26. 선고 2007다54498 등).
따라서 <업무상 필요성, 불이익 정도, 절차 준수>를 모두 충족해야 하고, 평가 기준이 모호하거나 퇴출용으로만 악용되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둘 다 잠정적으로 직무를 맡기지 않는 조치입니다. 예컨대 회사가 "업무 능력 부족" 혹은 "규정 위반" 등을 들어 직위를 박탈해 근무를 못 하게 하는데, 징계와는 구별됩니다 (대법원 2022.10.14. 선고 2022두45623 판결 등).
<대기발령>은 주로 "당분간 쉴 것"을 명하고, <직위해제>는 "아예 자리에서 내리는" 방식이지만 실무적으로는 거의 비슷하게 쓰입니다.
이 조치로 임금이 감액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도 보직이 회복되지 않으면 사실상 해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정당성 인정"이 매우 엄격히 요구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기발령·직위해제 사유가 <회사 규정상 명확>해야 하고, 근로자에게 심각한 생활상 불이익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적정한 절차(사유 통지·소명 기회 등)를 보장해야 유효한 조치로 인정됩니다.
"휴직"은 회사가 근로자의 근무 제공을 일정 기간 정지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경영상 이유로 잠시 회사를 쉬게 하거나, 근로자 본인이 질병·가사 문제 등으로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원휴직>은 근로자가 원해서 쓰는 것이므로 보통 분쟁이 적지만, <직권휴직>은 사용자 판단으로 명해지기에 분쟁이 흔합니다.
직권휴직도 무조건 다 가능한 건 아니고, "법령 위반 없이, 업무상 필요가 있으며, 근로자 생활상 불이익이 과도하지 않고, 절차적 요건을 지켰는가"를 따져야 유효합니다 (대법원 2009.9.10. 선고 2007두10440 판결).
"억울하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인사이동도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낼 수 있습니다. 전직·전근·휴직 등으로 임금이나 처우가 크게 바뀌었다면, 그 뒤 3개월 안에 신청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판정 결과에 따라 사용자는 인사명령을 취소하거나 원직 복직을 시켜야 할 수 있습니다.
부당한 인사이동으로 급여가 줄었을 경우, 그 손해액을 회사에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인사이동 무효 확인청구>나 <임금 차액 청구>가 대표적입니다.
근로자가 정신적 손해까지 입었다고 주장하려면, 사용자가 악의적으로 불이익처분을 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만 위자료가 인정되는 편입니다 (대법원 2008.6.26. 선고 2006다30730 판결).
인사이동 자체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거의 없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거나 <임산부·청소년 등에 대한 차별적 전보> 등 명확한 법령 위반이 드러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근로기준법 주석서(노동법실무연구회) 공동편집대표 김선수&김지형, 제23조 후론]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