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노동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Drawing "The Locked Door!" refers to the Triangle fire(1911) and depicts young women(workers) throwing themselves against a locked door in an attempt to escape the flames.
Editorial cartoon by Robert Carter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근로기준법>은 직업의 형태를 가리지 않고 “임금을 목적으로 회사나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라 일컫습니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나는 사장님이랑 도급계약을 맺었는데?”, “내가 받는 건 수수료인데 임금이 맞나?” 같은 의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법적 권리나 의무가 ‘근로자’ 인정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계약이 성립하면 근로기준법상의 최저임금, 근로시간, 휴일·휴가와 같은 필수적 보호 규정이 적용됩니다. 반면, 법원이 “이건 사실상 자영업자 형태”라고 판단해 ‘근로자성’을 부정하면 이 보호들은 적용되지 않지요. 따라서 자신의 지위가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권리도 달라집니다.
특히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레미콘 지입차주] 등은 과거부터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놓고 수많은 분쟁이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용종속성’이라는 개념이 핵심이 됩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에 판례와 학설은 추가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가 상대방(사용자)에게 어느 정도나 지휘·감독을 받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집니다. 이를 ‘사용종속성’이라고 부르고, 근로자성을 판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과거(1994년경)부터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여러 가지 지표를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누차 밝혀 왔습니다(예: 대법원 1994.12.9. 선고 94다22859). 그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업무 내용과 방법을 누가 결정하는가?]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는가, 아니면 대체로 자율적인가?]
[근무시간과 장소에 대한 통제가 있는가?]
[노무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손실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가?]
[기본급이나 고정급은 있는가? 임금이 실적에 따라 달라지더라도 노동 대가로 볼 수 있는가?]
[업무가 계속적·전속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여러 업체를 오가며 독립적으로 일하는가?]
이처럼 법원은 하나하나의 요소가 모두 충족되어야만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몇 가지 요소가 빠져 있다고 하여 곧바로 ‘근로자 아님’으로 결론 지을 수도 없고, 전체 맥락을 살펴서 판정”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LSA)>은 ‘경제적 실체(economic realities)’ 테스트를 강조합니다(Donovan 판결 등). 즉, 업무의 지휘·감독뿐 아니라 “노동자가 사용자 사업에 통합된 정도, 누가 자본 투자를 담당하는지, 노동에 따른 위험·이익을 누가 부담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또한 <ABC 테스트>라는 강력한 기준을 도입한 주(州)들도 있는데, 원칙적으로 모든 노동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 측이 “노동자가 독립사업자”임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이 3요소(A·B·C) 모두 충족해야만 자영업자로 분류되죠.
독일은 크게 “근로자”, “유사근로자”, “독립사업자”로 삼분합니다. 종속성이 인정되면 근로자로 분류하고, 조금 약하면 ‘유사근로자’로 보호대상에 일부 포함합니다. 독일 판례는 전통적으로 [인적 종속성]을 핵심으로 보는데, 최근에는 [조직적 종속성], [경제적 종속성] 등도 폭넓게 고려해 경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영국법은 보통법(Common Law)상 [관리·통제], [기업조직 편입 정도], [경제적 실체], [상호 의무성]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성 여부를 파악합니다. 전문직·프리랜서 경우에는 직접적 명령이 잘 없는 대신, 해당 기업조직에 얼만큼 속해 있고, 시간·장소 등에서 실제 제약이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일본의 노동기준법 또한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종속노동”을 기준으로 근로자를 정의합니다. 다만 법 문언에 ‘사용’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 종속관계를 좀 더 직접적으로 추론하기 쉬운 편이라 평가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지침은 “지휘감독의 유무”와 함께 “독립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를 같이 살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옛 판례는 “사용자가 지시권이 ‘권리적’ 형태인지, 노무제공자가 독자적 거부 권한이 있는지 등”을 주로 살폈으나, 체계적인 지표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1994년에 “실질적으로 종속된 상태에서 일을 했는지”를 보는 기준으로 8개 요소를 제시했습니다(대법원 1994.12.9. 선고 94다22859). 이후 학습지 교사, 입시학원 강사,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등 여러 직종에 이를 적용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2006년(대학입시학원 종합반 강사 사건) 판결에서 이전 판결들을 보완했습니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상당한 지휘·감독]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노무자가 ‘자신 명의로 사업을 영위하는지, 손익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지” 등 독립사업자성 여부를 좀 더 세심히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사용자가 임의로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든지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다”든지 하는 형식적 요소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됐죠.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는 회사 지휘와 감독을 받긴 하지만, 교사가 수수료 방식으로 실적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고, 때로는 시간·장소 구속력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대법원 1996.4.26. 선고 95다20348).
하지만 이후 노조법(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별개의 문제로 해석하여,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즉 <근기법>과 <노조법>은 목적이 달라 인정 범위 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러 사건에서 보험모집인은 근무시간을 사실상 자유롭게 관리하고, 성과에 따른 수입 편차가 크며, 직접 고객을 모집하는 등 스스로 영업을 주도한다는 측면이 강조돼서 근기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편입니다(대법원 2000.1.28. 선고 98두9219).
사실상 매일 출근하고 컴퓨터·사무실 등도 회사가 제공하며, 팀별로 실적을 관리하는 등 일정한 지휘·감독이 있으면 근로자로 인정됩니다(대법원 2008두1566 등 다수 사건). 반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며, 고정급 없이 실적수수료만 받고, 회사가 구체적 통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사례는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도 있었습니다. 즉 채권추심원이라고 무조건 똑같지 않고, “실제 근무 형태와 지휘관계”를 상세히 따지는 것입니다.
대표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하나죠.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캐디 피를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받는 점, 근무시간이 자유로운 점, 회사가 구체적 징계를 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6.7.30. 선고 95누13432 등). 다만 이 결론에 대해 “캐디가 사실상 독립사업자라고 보기 어려운데, 형식상 직접 받는 봉사료가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데 악용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어 언제든 법리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자신 소유 또는 명의로 등록된 화물차를 가지고 운전하는 ‘지입차주’라도 “오로지 한 곳에서만 운송업무를 담당하고, 손익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으며, 운송회사 지시에 따라 출근·휴가 등을 통제받는다면” 근기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5두51460). 반면 매번 운임을 계약·조정하고, 다른 곳에서도 자유롭게 일하면 근로자가 아닙니다.
보통 회사의 대표권이나 업무집행권이 있는 등기임원은 “사용자의 지배·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 여겨집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큰 권한이 없고, 출퇴근·휴가관리나 임금 지급 방식을 보면 일반 직원과 다르지 않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등).
<노조법>은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라고 규정하여, 실업자·구직자까지 포함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대법원 2004.2.27. 선고 2001두8568 등). 예컨대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되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근기법은 현실적 근로 조건 보호, 노조법은 단결권을 통한 교섭권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노조법상 근로자가 훨씬 폭넓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정리해보면, 근로자성의 핵심 개념인 사용종속성은 시대와 업종 특성, 법원의 해석에 따라 계속 변동되어 왔습니다. 오늘날엔 지시에 대놓고 반발하지 않아도 상당한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또 “비품이나 비용, 손익리스크를 누가 안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지위] 등에서 앞으로도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판례와 학설도 점차 다양한 취업 형태를 반영해가고 있으므로, “표면상 계약서 내용”이나 “주장”만 믿지 말고 실제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구체적 근무 형태와 지휘관계를 종합적으로 본다.”
이 말이 결국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으로, 조금만 다른 사정이 있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본 글은 [근로기준법 주석서(노동법실무연구회) 공동편집대표 김선수&김지형, 제2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