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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지시 위반 등의 사례에서 징계해고의 정당성(2)

"회사의 지시는 어디까지 따라야 할까요?"

Sit-down strikers guarding window entrance to Fisher body plant number three.
Photo by Sheldon Dick, 1937.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Ⅰ. 업무상 지시의 정당성

"합리적인 지시라면 따라야 하고, 부당하다면 거부할 수 있다?"


업무상 지시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가 가능한지 여부는 우선 그 지시가 "정당한 지시"인지가 핵심입니다. 사용자의 지시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법령에 합치해야만 유효한 명령이 되며(대법원 1995.3.28. 선고 94다45715), 예컨대 회사가 노사합의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라고 강요하거나, 명백히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행위를 지시하는 경우에는 설령 근로자가 그 지시를 거부했어도 이를 이유로 징계해고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로자가 맡기로 한 노무제공의 범위 내에서 통상 예상되는 위험에 해당한다면, 위험도가 높더라도 회사 지시에 응해야 할 의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하는 작업을 지시받은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근로계약 의무의 위반이 아닙니다. 또한 회사가 뒤늦게 근무시간 변경 등의 지시를 내렸는데, 그 지시가 신의성실 원칙을 심각하게 벗어난 경우에도 위반을 징계사유로 삼기 어렵습니다.


Ⅱ. 업무명령 위반과 징계의 정당성

"무조건 해고가 아니라, 지시와 위반의 정도를 따져 봐야 한다!"


i) 징계처분 시 핵심 판단 요소
업무명령을 어겼다는 사유로 징계할 경우엔 그 명령이 정당했는지, 근로자가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데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 나아가 징계해고라는 가장 무거운 처분이 사회통념상 적절한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대법원 1991.5.28. 선고 90다8046).

ii) 전직·차별 처우 등에 대한 거부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기능직 사원을 사무직으로 여러 차례 돌려버리거나, 다른 근로자들과 비교해 급여가 줄어드는 차별을 지속한다면, 근로자가 그 부당함에 항의하기 위해 일시 작업거부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징계권 남용"이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1.5.28. 선고 90다8046).

iii) 휴가 신청·조퇴 승인에 대한 지시 불응
집단적으로 휴가를 승인하면 안 된다는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 사례에서, 단지 그 승인행위만으로는 사용자가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보긴 힘들다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6.4.27. 선고 2004두12766). 즉,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휴가가 업무질서를 심각하게 해친다면 몰라도, 그 수준에 미치지 않는 한 곧바로 해고까지 이르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입니다.


Ⅲ. 운송업체에서의 배차 지시 등

"버스·택시 회사의 배차 지시, 어디까지 거부가 가능할까?"


i) 배차 행위와 승무 거부
자동차운송업에서 배차 지시나 배차 행위는 "통상적인 업무 수행 명령"으로 간주됩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사는 배차 지시에 따라야 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거부하면 근로계약에 따른 핵심 의무를 저버린 것이 되어 중대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9.13. 선고 94누576).

ii) 승무 정지의 성격
회사가 운전사에게 내리는 ‘승무 정지 처분’도 업무 명령의 하나로 보며, 근로자에게 금전적 불이익을 초래하더라도 바로 징계처분으로 보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 처분이 "경영상 합리성" 없이 이뤄져 사실상 근로자를 배제하려는 목적이라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8.12. 선고 94누1890).

iii) 운행 경로 이탈·배차 거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운행 경로 이탈, 지시 불응 등을 징계사유로 규정했다면, 이는 실제로 근로계약 위반에 해당하므로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다수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0.10.23. 선고 89누6792).


Ⅳ. 시말서 제출 의무

"회사에서 반성문·사죄문을 요구하는 시말서, 반드시 내야 할까?"


i) 시말서 미제출 자체가 징계사유인지
취업규칙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시말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된 경우, 이를 제출하지 않는 행위가 새로운 징계사유가 되긴 합니다(대법원 1991.12.24. 선고 90다12991). 하지만 반성문 수준으로 요구하는 시말서 미제출만으로 곧바로 "해고"까지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이 많습니다.

ii) 시말서에 ‘반성·사죄’ 강요가 문제되는 경우
시말서가 단순 경위서가 아닌, ‘양심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라’는 의미라면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위배되어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0.1.14. 선고 2009두6605).


Ⅴ. 폭력행위와 해고

"동료나 상사를 때렸다면 당연히 해고될까?"


i) 폭행을 징계해고사유로 규정 가능
폭행은 회사 경영질서를 해치는 대표적 행위이므로,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징계해고사유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효합니다(대법원 1992.3.13. 선고 91다39559).

ii) 구체적 폭력 사례와 해고 정당성
폭행 정도가 심하고, 동기가 불순하며, 기업 내 위계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상사도 근로자를 폭행해 충돌이 유발된 경우"나 "사소한 술자리 시비" 정도라면, 단순히 폭력행위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해고까지 인정되진 않습니다(대법원 1992.5.22. 선고 91누5884 등).


Ⅵ. 범죄행위·중대사고로 인한 손해 야기

"'회사의 금고에서 돈을 훔쳤다면?' 같은 명백한 범죄엔 해고가 가능"


i) 횡령·배임·절도
사용자의 재산을 임의로 빼돌리는 행위는 회사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므로 징계해고사유가 됩니다(대법원 1990.11.23. 선고 90다카21589). 심지어 소액일지라도, 특히 버스·택시처럼 운송요금 횡령 행위는 매우 엄중히 다뤄집니다.

ii) 중대한 과실
근로자의 부주의로 인해 중대한 사고가 발생해 기업이나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준 경우에도 해고사유가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동료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그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대법원 1997.4.8. 선고 96다33556).


Ⅶ. 사생활 비행

"'사생활'이라고 무조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이미지 훼손이 크면 문제!"


i) 원칙
근로자의 사생활은 근로계약과 직접 연관이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이를 이유로 징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비행이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중대하고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면 해고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12.13. 선고 93누23275).

ii) 부동산 투기·교사의 품위 위반·도박 등
업무 관련성이 짙은 부동산 투기, 혹은 교사의 불륜으로 학교 품위를 심각히 실추시킨 행위, 반(反)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도박·음주 행위 등은 사회통념상 회사 명예나 질서를 크게 해칠 수 있기에 해고가 인정되는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8.2.10. 선고 97누18523 등).


Ⅷ. 노동조합 활동·쟁의행위와 징계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노동행위일 수 있다!"


i) 정당한 노조활동의 범위
회사는 시설 관리 차원에서 유인물 배포, 집회 등을 사전 승인제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조건 개선이나 단결권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에서 이뤄진 조합 활동을 이유로 징계해고할 순 없습니다(대법원 1988.10.11. 선고 87누147). 반면 허위 사실 유포나 심각한 업무방해에 이르는 행위라면 해고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ii) 부당해고 기간 중 쟁의행위 참가
이미 해고되었으나 “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쟁의행위에 참여했다면, 그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판정되는 경우 복직 후에도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4.9.30. 선고 93다26496).


Ⅸ. 형사사건 유죄판결과 해고

"'유죄'를 받았다고 다 해고되는 것은 아니다!"


i) 형이 확정되어 근로제공이 불가능할 때
업무에 직접 지장을 초래하는 범죄로 구속되어 장기간 근무할 수 없다면, 회사를 더 다닐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단순 벌금형처럼 "회사 이미지 훼손·근무 불가능 사유"가 뚜렷이 없는 경우엔 해고가 정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6.24. 선고 93다28584).

ii) 확정판결이 아닌 집행유예
공익성이 강한 사업장에서 "집행유예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조차, 직장 질서를 훼손한다는 점이 심각하다면 해고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1997.9.26. 선고 97누1600).


Ⅹ. 당연퇴직·권고사직과 징계해고

"명목만 바꿔서 해고해도 되는 건가?"


i) 당연퇴직 규정
일부 규정에선 징계절차 없이 특정 사유(예: 정년, 파산) 발생 시 ‘자동으로’ 퇴직된다고 명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질이 징계해고와 같은 효과를 노리는 경우라면 결국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대법원 1993.10.26. 선고 92다54210).

ii) 권고사직
징계해고보다 덜 불이익한 수단으로써 회사가 “해고 대신 사직서를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근로자가 사직 제안을 거부했다면, 회사가 다시 "정식 징계절차"로 해고를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1.11.26. 선고 91다22070).


XI. 이중 징계와 면책합의

"한 번 벌 줬으면, 또 처벌 못 하는 게 원칙!"


i) 동일 사유로 두 번 징계는 불가능
똑같은 사유를 반복해서 징계하면 "이중 징계"로 무효가 됩니다. 다만 처음 징계처분이 취소되거나 무효로 확인되어 다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계하는 것은 허용됩니다(대법원 1994.9.30. 선고 93다26496).

ii) 노사 합의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경우
파업이나 농성처럼 노사 갈등이 심했던 시기에 “민·형사상 책임 및 신분상 불이익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했다면, 그 합의 범위 내에서는 회사가 다시 징계를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2.7.28. 선고 92다14786).


XII. 해고 무효 후 추가 징계

"절차 하자 등으로 해고가 무효가 된 뒤, 다시 해고할 수도 있나?"


해고가 무효 판결을 받았다면 처음부터 해고가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회사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거나,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다시 징계해고를 진행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사유를 단순 반복해 해고하는 경우라면 절차와 목적이 정당해야만 유효하겠지요(대법원 1995.12.5. 선고 95다36138).


(본 글은 [근로기준법 주석서(노동법실무연구회) 공동편집대표 김선수&김지형, 제23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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