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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속 ‘그 목소리’, 얼마나 자유로운가?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를 다시 읽어본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는 '빛의 화가' 故 하동철 화백의 '10개의 빛의 계단'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빛을 표현한 10개의 화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렬한 색채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닫힌 구조를 통해 중후함을 강조한 이 작품은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자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I. 양심의 자유의 기본개념과 입헌취지

<자신만의 내면을 지키는 힘>, 국가권력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마음속 깊은 곳, 곧 [도덕적 판단과 자기 내면의 진지한 결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취지이며, 이를 통해 <인간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이 보호된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우리 헌법은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나누어 별개 조항으로 보호합니다(헌법 제19조, 제20조). 이는 역사적으로 서양에서 종교적 신념이 점차 세속적 영역에서도 존중되면서, 결국 개인의 윤리적 판단이나 가치관 결정에 이르는 자유로 확장된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독일기본법 역시 신앙과 양심을 함께 규정(기본법 제4조)하며, “자율적인 윤리적 판단”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매우 중시합니다 (BVerfGE 12, 53f. 등 참조).
이렇듯 양심의 자유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지탱해 주는 기둥 같은 것이며, 민주주의와도 긴밀히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각자 믿고 싶은 것을 믿고, 그 믿음이 옳다고 느껴지면 그에 따라 말하거나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다원적인 사회가 운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I. 양심의 자유의 역사적 발전(연혁)

<“신앙의 자유에서 개인적 윤리로, 종교에서 세속의 영역으로” — 그 험난했던 길>


초기 우리 헌법(건국헌법 제12조)에는 [신앙과 양심]이 하나의 조항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1962년 헌법부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면서 종교의 자유와 분리했으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그 체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의 내면 영역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 차원에서 좀 더 광범위하게 ‘양심’을 독립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중세 시절 ‘국가-교회’ 분리가 인정된 것을 씨앗으로 삼아 종교의 자유가 발전했고, 그 뒤에는 다양한 윤리관이나 세계관까지 보호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었습니다. 17세기 북미대륙의 식민지 문서부터 18세기의 미국 권리장전(1791)과 프랑스 인권선언(1789) 등에 이르러 [“신앙과 양심의 자유는 국가의 강요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구체화되었고, 결국 20세기 독일기본법과 우리 헌법의 양심 조항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III. 입헌례와 비교법적 의의

<다른 나라 헌법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I) 독일
독일기본법 제4조는 종교와 양심, 병역거부까지 한 데 묶어 [“신앙과 양심의 자유는 불가침이며, 누구도 양심에 반하는 집총병역을 강제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특히 독일에서는 <종교적 신념이든 비종교적 세계관이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할 자유> 자체를 높이 평가합니다. 따라서 국가가 특정 세계관이나 종교에 편향되는 것을 금지하는 [국가 중립성]의 원칙이 확고합니다.

II) 미국
미국 연방헌법은 ‘양심(freedom of conscience)’을 직접 적시하지는 않지만, [종교의 자유 및 언론·표현의 자유(개정 제1조)]를 넓게 해석하여 광범위한 내면적 자유를 인정합니다. 이를 통해 [비종교 영역에서의 사상·양심 표현]까지 폭넓게 보호하려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IV. 다른 조문과의 체계적 관계

<신앙, 표현의 자유와 어떻게 얽혀 있을까요?>


헌법 제20조 종교의 자유와 제19조 양심의 자유는 외견상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신앙>을, 후자는 <윤리적 판단이나 세속적 세계관>까지 폭넓게 아우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독일 학설에 따르면 종교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양심은 그보다는 <윤리적 옳고 그름에 대한 내면의 법정>에 가깝다고 합니다.
한편, 사상과 신조 역시 양심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우리 헌법이 따로 ‘사상의 자유’를 두지 않은 배경에는, [양심 조항을 매우 폭넓게 해석하여, 내면적 신념 전반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헌재 1991. 4. 1. 89헌마160).


V. 양심 개념과 원리에 대한 판례 및 학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인가?”—법원과 학계의 시각>


I) 주관적 양심 개념
국내외 판례와 학계는 양심을 [“옳다고 믿는 것을 하지 않으면 자기 존재가치가 무너진다고 여길 정도로 강력하고 진지한 내면의 소리”]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이를 <주관적 양심>이라고 부르는데, 국가나 사회 다수가 생각하는 ‘공익’이나 ‘합리성’과 일치하지 않아도 보호 대상이 됩니다.
물론 “단순히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수준은 헌법적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려우며, [그 내적 확신이 매우 절실하여 ‘양심상의 갈등’을 야기할 정도여야 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엄격하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II) 보호영역
헌법재판소는 양심을 [<내심에서 형성되는 자유>와 <그것을 외부로 표현·실현하는 자유>까지 포함]한다고 정리해 왔습니다 (헌재 1998. 7. 16. 96헌바35). 이를 좀 더 나누면
(i) 양심형성(‘무엇이 옳은가’ 판단),
(ii) 양심표현(그 판단을 말하거나 드러내거나 혹은 침묵할 자유),
(iii) 양심실현(그 판단에 따라 행동하거나 거부하는 행위)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양심에 따른 행동’이 다른 이의 권리나 사회 전체의 이익과 충돌할 때]인데, 독일이나 한국 모두 이 경우에도 먼저 <“그 행동 자체가 양심의 자유 보호영역에 포함되는가”>를 판단한 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의 정당성이 있는지를 논합니다.


III) 제한에 대한 논의
<양심 형성 자체>는 개인의 내면세계이므로 국가가 침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양심에 따라 행동·표현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등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면 <비례원칙> 등을 통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다만 이때 “양심을 얼마나 존중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가령 병역의무 거부, 보안관찰제도, 불고지죄 등에서 [“내면의 확고한 신념에 기반한 부작위(행동하지 않음)를 처벌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 침해인지”]가 자주 쟁점이 되었는데, 합헌 결론이 많았지만 반대 의견들은 “양심실현의 자유는 국가 존립과 충돌하더라도 보다 신중하게 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IV) 국가의 종교·세계관 중립
양심이나 신앙이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특정 이념에 [동조하거나 적대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중립성 의무를 지닙니다. 이를 <국가이념 설정 금지>라고도 합니다. 전체주의 체제 아래에서 한때 <반공·반OO> 같은 ‘국가원칙’을 강제하는 일이 있었지만, 헌법상 양심의 자유는 그러한 일방적 편향을 배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국가가 신념·사상 등을 기준으로 집단을 차별해선 안 되며, <“이 사상은 옳으니, 저 사상은 틀렸다”> 식의 평가를 공식적으로 내려서도 안 됩니다(BVerfGE 12, 1f.(4)).


VI. 양심의 자유 조항 개정 필요성 검토

<현행 제19조로 충분할까, 손볼 곳이 있을까?>


양심의 자유 규정(헌법 제19조)은 지금도 <국내외 학계와 판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석되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다만 병역거부나 사죄광고, 보안관찰처분 등 구체적 분쟁에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와 충돌하는 양심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늘 화두입니다.
독일처럼 헌법에 [양심적 병역거부권 등]을 명시하지 않은 우리 체계에서, 제19조를 개정해 ‘대체복무’나 ‘개인의 신념에 따른 예외’를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미 헌법 제37조 제2항이 포괄적인 제한 요건을 두고 있으므로, 굳이 개정이 없어도 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쟁점은 [입법 및 사법부의 해석과 제도설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양심의 자유 규정> 자체를 당장 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크지 않으며, 오히려 세부적인 법률 정비와 재판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실질적 보호를 구현하는 방향이 주로 논의됩니다.


(본 글은 [헌법 주석서(법제처 연구용역), 한국헌법학회, 제19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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