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8조: 세금이라는 이름의 형벌?

재산권과 평등권, 사회권을 둘러싼 세금 이야기

The Supreme Court's decision on the Brown v. Board of Education case in 1954 marked a culmination in a plan the NAACP had put into action more than forty years earlier--the end to racial inequality. African American parents throughout the country like Mrs. Hunt, shown here, explained to their children why this was an important moment in history.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I. 납세의무가 등장한 이유와 헌법에 담긴 뜻

"국가가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시민은 왜 세금을 내야 할까요?"


우리 헌법 제38조는 [납세의무]를 국민의 기본의무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흔히 국방의무와 함께 <국민의 2대 의무>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국가가 운영되는 데 필요한 재원을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도록 규정한 핵심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가 도로·교통·치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 예산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로 [조세국가] 체제이며, 헌법 제38조가 그 근거를 마련해 둡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국가에 “왜 돈 내야 합니까?”라고 묻기보다는 “어떻게 얼마나 납부해야 합니까?”가 더 중요한 물음이 됩니다.

또한 헌법 제38조와 함께, 조세를 구체적으로 징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가 존재합니다. 이는 법률(국회) 없는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원칙으로, 정부 마음대로 세금을 올리거나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 납세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방지합니다.

(i) 국민의 기본의무로서 납세: 어떤 의미일까요?

[기본의무]란, 국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대표적인 의무를 말합니다. 이는 국민의 재산권·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담이 됩니다. 납세의무는 이러한 [대국가적 의무]의 전형적 예로, 국방의무와 함께 고전적인 형태로 정착해 왔습니다.

쉽게 말해, 모든 국민은 국가가 요구하는 법적인 형태(세금)로 국가 운영에 기여해야 합니다. 이는 시민 상호 간의 사적인 의무가 아닌, 국가와 국민 사이에서 공적으로 요구되는 의무인 셈입니다.

(ii) 납세의무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헌법에 납세의무가 규정되어 있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어떻게, 얼마나 내야 합니까?”는 결국 법률에 의해 정해집니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납세의무를 명시하는 동시에 “법률 없이는 과세할 수 없다”라는 조항(제59조)을 별도로 두어, 국가의 과세권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한편 납세가 재산권 침해가 아니냐는 물음도 있는데, 헌법학계와 판례는 “헌법에 납세의무가 규정된 이상, 재산권이 납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해석하는 방향이 강합니다. 다만 ‘세금’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재산을 과도하게 빼앗거나(이른바 “교살적 조세”), 실질적으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입니다(헌재 89헌가95 등).


II. 납세의무의 역사: 우리 헌법 속 세금 규정은 어디서 왔을까요?

"오늘의 조항은 과거 헌법에서부터 쭉 이어져 왔을까요?"


우리 헌법 제38조(이전 헌법에서는 제29조 등)는 제헌헌법 때부터 지금까지 커다란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제헌헌법 당시만 해도 ‘재정’ 파트를 별도의 장으로 편성해 납세의무와 조세 관련 규정을 함께 두었습니다만, 이후 개헌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분 편제가 수정되었다가, 현행 헌법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제2장에 납세의무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 변화 속에서도 “국민이 세금을 낸다”는 대원칙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시대와 정치체제는 바뀌어도, 국가 운용에는 안정적 세원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도, 프랑스혁명이나 미국 독립전쟁 당시 외쳤던 “대표 없는 과세는 부당하다”는 구호가 헌법 차원으로 확장되어 [조세법률주의]가 자리 잡게 됩니다. 그 흐름이 우리나라 헌법에도 반영되어, 납세의무를 규정하는 동시에 “법률로 정해야만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원칙이 확립된 것입니다.


III. 외국 헌법은 어떻게 규정할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세금 문제를 헌법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근대 이후 대의제(대표를 통한 의회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납세’ 문제는 시민 혁명의 주요 이슈가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1789년 인권선언 후 제정된 헌법, 미국 연방헌법(1787년) 등이 대표적으로 [무대표 무과세] 원칙을 포함한 사례입니다.

유럽 여러 나라 헌법은 세금 부과 권한을 의회에 귀속시키고, 그 구체적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납세의무] 자체를 아예 헌법에 적어 두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헌법(제30조)에는 “국민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무를 진다”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데, 우리 헌법과 유사한 규정입니다.

한편 독일 기본법에는 납세의무 조항이 직접 나타나지 않지만, [조세법정주의]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며, [조세국가원리]라는 개념하에 의회가 세율 등 핵심 사항을 반드시 법률로 결정하도록 합니다. 이렇듯 각국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납세제도의 헌법적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핵심은 “과도한 과세권 남용을 막고, 국민이 소득이나 재산 일부를 공동체를 위해 분담한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합니다.


IV. 납세의무, 다른 헌법 조항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세금과 재산권, 평등권은 서로 어떻게 연결될까요?"


(i) 재산권(헌법 제23조)과 세금

세금을 낼 때 가장 예민하게 다가오는 이슈는 “재산권 보호”입니다. 내 재산이 국가에 과도하게 뺏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와 다수 학설은 [납세의무]를 헌법상 의무로 규정한 이상, 일반적인 재산권 보장이 납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즉 “세금은 재산권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전통적으로 강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재산권 자체의 내용에 “헌법이 예정한 납세 한도가 포함된다”는 설명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금이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세금이 개인의 재산을 터무니없이 빼앗아 생활기반마저 흔드는 수준이라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가능합니다(헌재 2001헌바25 등). 이를 ‘교살적 조세’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개인의 재산권을 교살할 정도”로 과도한 과세라는 뜻입니다.


(ii) 평등권(헌법 제11조)과 세금

우리는 흔히 “왜 나는 이렇게 많이 세금을 내야 합니까?”라고 불만을 표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핵심 쟁점이 바로 [조세평등의 원칙]입니다.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조세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평등권은 ‘완전한 동일 부담’을 의미하지 않고, “합리적 차이가 있으면 그에 맞춰 달리 과세해도 된다”라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합니다. 가령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법인과 개인을 다르게 분류하여 과세율을 매긴다 해도, 이것이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라면 평등권 침해가 아닙니다(헌재 94헌바42, 98헌가2 등).

이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원리가 [응능과세원칙], 곧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비례하여 세금을 부과하자”는 방향성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능력을 판단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예외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V. 핵심 법리와 판례: 조세국가원리와 조세법률주의

"법원이나 학계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i) 조세국가원리

[조세국가원리]란, 국가는 필요한 경비를 원칙적으로 조세로 조달한다는 헌법적 개념을 말합니다. 이는 독일 등에서 이론적으로 먼저 발전했지만, 우리도 헌법 제38조와 제59조, 그리고 헌법재판소 판례(89헌가95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전제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이 원리에 따르면, 국가가 영리를 직접 추구하거나(기업형 국가) 무분별하게 목적세·부담금을 마구잡이로 부과하는 것에는 제한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금만이 유일한 재정수단”이라고 못 박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국가 차원에서 발행하는 특별부담금, 기금 운용 등 다양한 방안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세국가원리]는 “정부의 무리한 징세 또는 재정 운영”을 경계하고, 국가 재원이 국민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둬져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ii) 조세법률주의

납세의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조세법률주의]입니다. 즉, “세금을 걷으려면 반드시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헌법 제59조).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과세요건법정주의]와 [과세요건명확주의]가 있습니다.

과세요건법정주의: 납세자, 과세대상, 세율, 과세기간 등을 꼭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헌재 90헌바21 등).

과세요건명확주의: 이렇게 정해진 법률이 모호하지 않고,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세법조항에 대해 이 원칙들이 지켜졌는지 끊임없이 심사합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판결이 잇달았지만, 최근에는 “세금 문제는 복잡하고 예외도 많으므로 어느 정도 위임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고려해, 과도하게 경직된 해석을 지양하고 있습니다(헌재 93헌바2 등).

결국 [조세법률주의]는 국민의 재산권을 무분별한 과세에서 지키기 위한 장치이자, 조세행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필수적인 헌법원리로 평가됩니다.


VI. 앞으로의 과제: 납세의무 조항,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세금 규정, 개헌해서 고쳐야 할까요?"


헌법 제38조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습니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 재정을 부담한다는 선언과, 그 부담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미 법치국가의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다만 [조세법률주의]가 현실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세제(稅制)를 단순히 재정 충당뿐 아니라, 복지·환경·경제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흔하기에, 입법자가 필요한 변화를 적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어느 범위까지 위임해 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학계 일부에서는 “너무 엄격한 법률주의가 정책 운용상의 탄력성을 해친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그렇다고 막연히 위임하면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세제를 휘두를 위험이 크다”는 걱정도 제기됩니다. 따라서 [조세의 정당화론], [조세국가원리], [공평과세] 등에 관한 헌법적 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결국 국가의 재정 운용과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8조가 선언하는 [납세의무]와 헌법 제59조가 정하는 [조세법률주의]를 현실에 맞게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조세는 단순히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둥”이 아니라, 국민이 자신의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헌법 주석서(법제처 연구용역), 한국헌법학회(2007), 제38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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