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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J.S.밀이 말하는, 사회주의자가 된 이유

19세기 영국인이 살펴본 자본주의의 그림자와 사회주의의 가능성

밀이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표현한 대목 - Autobiography Ch. 7.에서 발췌
In short, I was a democrat, but not the least of a Socialist. We were now much less democrats than I had been, because so long as education continues to be so wretchedly imperfect, we dreaded the ignorance and especially the selfishness and brutality of the mass: but our ideal of ultimate improvement went far beyond Democracy, and would class us decidedly under the general designation of Socialists. While we repudiated with the greatest energy that tyranny of society over the individual which most Socialistic systems are supposed to involve, we yet looked forward to a time when society will no longer be divided into the idle and the industrious; when the rule that they who do not work shall not eat, will be applied not to paupers only, but impartially to all; when the division of the produce of labour, instead of depending, as in so great a degree it now does, on the accident of birth, will be made by concert on an acknowledged principle of justice; and when it will no longer either be, or be thought to be, impossible for human beings to exert themselves strenuously in procuring benefits which are not to be exclusively their own, but to be shared with the society they belong to.


(본 글은 인문학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목차

J.S. Mill이 사회주의에 주목한 이유

빈곤이라는 오래된 그림자

노동 vs. 경쟁: 사회주의자들의 핵심 비판

분배 체계의 문제: 상인·도매상·소매상을 둘러싼 갈등

새로운 ‘봉건제도’의 출현? : 산업 봉건제

밀의 문제 제기: 사회주의 비판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

맺음말: “변화의 문턱에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들”


I. “사회주의(Socialism)”라니, 밀은 왜 이 개념에 주목했을까?

“프랑스와 독일에서, 그리고 스위스에서도 이미 사회주의 사상이 노동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음을 보았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사회주의 사상을 단순히 “급진적 혁명가들의 주장”으로 치부하지 않았습니다. 밀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이미 노동자들의 정치·사회적 권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목격했고, 이러한 변화가 곧 자본과 노동의 관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로 이어지리라 보았습니다. 그는 “노동 계급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지금, 사적 소유와 재화 분배가 과연 얼마나 정당한지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법과 제도가 과연 ‘공익’에 부합하는지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서문 및 제1장 참조).

밀은 동시에 “각종 개혁이 한 번에 급작스럽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미 뿌리 깊은 문제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는 특히, 각국 정부와 의회에서 투표권이 크게 확대되면서 “기존에 정치 영향력이 미약했던 대다수 노동자들의 요구가 강력히 표출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이들은 “빈곤과 소외에 신음하는 현실은 바뀌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품고 있으며, 결국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전면적 논의를 요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II. 빈곤(Poverty)이라는 오래된 그림자

“만약 누군가 굶주림에 허덕인다면, 그것을 곧바로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합니다. 제도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면, 그것이 사회의 실패입니다.”


밀은 책의 도입부에서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사회의 실패는 ‘빈곤’이며, 이는 기존 사적 소유 체제가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고질적 문제”라고 못박았습니다 (제1장 참조). 그리고 이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사회 구조 및 제도 설계와 깊이 맞물려 있음을 조목조목 설명하였습니다.

(i) 개인의 노력과 보상의 불일치
밀은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아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들이 많다”고 꼬집습니다. 능력·성실성과 상관없이 임금 노동자는 늘 경쟁 과잉과 경기 변동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부는 태어남과 동시에 막대한 부(富)를 물려받고, 노력 없이도 안정된 삶을 누리며, 때로는 부정직한 방법으로 부를 쉽게 늘려가기도 합니다.

(ii) 빈곤의 범위와 결과
밀은 “대규모 실직 사태나 경기 침체, 혹은 단순한 개인적 불운만으로도 많은 노동자가 곧장 최저 생계선 이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결과적으로 실업자가 넘치게 되면 일부는 범죄나 도박, 극단적 선택에 내몰립니다. 이를 막을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하기에, 빈곤은 늘 커다란 불안 요소로 작용합니다.

(iii)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격차
누군가는 부유한 부모를 만나 재산을 자연스럽게 물려받고, 누군가는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교육마저 제대로 받지 못해 또다시 가난을 대물림하게 됩니다. 사회가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방치한다면, 이는 사실상 태생적 불평등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됩니다.


III. 노동 vs. 경쟁: 사회주의자들이 제기한 핵심 비판

“자유 경쟁은 결국 노동자를 옥죄는 ‘경매장’이 되지 않는가?”


존 스튜어트 밀은 책 본문 중반에 사회주의 사상가들의 목소리를 길게 소개하였습니다. 예컨대 프랑스의 루이 블랑은 노동시장이 “누가 더 적은 임금을 받아도 버틸 수 있느냐”의 경쟁 구도가 되는 현실을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였습니다. 그 대표적 단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경쟁(competition)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자리를 경매에 부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도급업자가 일꾼을 구할 때, 세 명이 지원한다고 해봅시다. —‘당신 임금은 얼마면 되겠소?’ —‘2실링6펜스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서요.’ —‘좋소. 다음 사람은?’ —‘2실링이면 됩니다. 아이는 없지만 아내가 있어요.’ —‘알겠소. 그럼 마지막 당신은?’ —‘저는 혼자이니 1실링8펜스면 충분합니다.’ 그러자 도급업자는 ‘좋소, 당신이 일을 맡으시오’ 하고 계약합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굶어 죽든가 하길 기대해야겠죠. 혹시라도 그들이 훔치기라도 하면? 걱정 말아요. 경찰이 있습니다. 살인을 저지른다면? 교수형 집행인이 있지요. 그리고 운 좋게 일자리를 잡은 사람도 잠깐뿐입니다. 매일 굶지 않고 격일로 굶어가며 견딜 수 있는 네 번째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임금은 더 내려갈 테니까요. 그러면 또다시 누군가가 버려져 빈민가나 감옥으로 밀려나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 『Socialism』, pp.38-39

루이 블랑의 이 삽화는 “노동시장은 사실상 최저가 경매”라는 점을 매우 극단적이지만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한 사람이 운 좋게 낮은 임금을 받아서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더 절박하고 더 적은 임금에 일할 사람 (iv) “노동자”가 나타나면 그 “행운”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가 ‘낙오자’가 되어 굶거나 범죄에 손대는 순간, 사회 전체의 비용(경찰, 감옥 등 공공비용)은 더욱 커집니다.

루이 블랑은 이를 근거로 “경쟁이란 결국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임금이 내려가고 재교육이나 안전망이 없는 한, 빈곤은 ‘누군가의 몫’으로 계속 남으며, 이들 중 일부가 범죄와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설명합니다.


(i) 임금 하락과 극빈층 양산
위 문단에서 표현된 대로, “가족 부양 여부, 건강 상태, 절박함의 정도”에 따라 임금이 마구 떨어지는 모습은 결코 드문 현상이 아닙니다. 프랑스의 현실만이 아니라, 영국에서도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하여 ‘더 싼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합니다.

(ii) 경쟁에서 밀려난 자들의 ‘사회적 비용’
밀은 “이들이 합법적 방식을 떠나 범죄로 빠져들면, 사회는 또 다른 비용(경찰력, 교정시설, 사법제도 등)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악순환의 책임을 단순히 “개인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iii) 무제한 경쟁이 과연 효율적일까?
루이 블랑, 푸리에주의자들, 오언주의자들 모두 “경쟁이 진정한 생산성 향상과 성장을 가져오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임금을 낮추어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 “노동자만 계속 가난해질 뿐, 사회 전체의 풍요와 보편적 안녕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IV. 분배 체계의 문제: 상인·도매상·소매상을 둘러싼 갈등

“유통은 필요한 활동이지만, 지금처럼 과잉 중개가 난무하면 착취의 통로가 된다”


사회주의자들은 “노동 대 자본”의 대립만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위치한 수많은 상인, 중개인, 유통업자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현실 또한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i) 과잉 유통과 가격 왜곡
푸리에주의자(Victor Considérant 등)나 루이 블랑은 “매번 거래를 거칠 때마다 중간 마진이 덧붙어 최종 소비자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한다”고 지적합니다. “제1단계 중개상, 제2단계 중개상, 도매상, 소매상 등”을 거치면서 상품의 가격이 원래 가치보다 훨씬 상승하며, 그 비용은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고 설명합니다.

(ii) 상인 간 경쟁이 불량품 양산
상점들이 서로 가격을 낮추거나 “더 싸게 사들이기” 위해 원재료나 상품 품질에 손을 대게 됩니다. 한 상인이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품질을 낮추더라도 소비자가 진짜 품질을 즉각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질 낮은 상품이 시장에 넘쳐나게 됩니다.

(iii) 최종 독점의 형성
“값을 낮추기”가 극단에 이르면, 자본력이 큰 몇몇 업체만 남아 시장을 독점하게 됩니다. 이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다시 올려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되며, 소비자와 노동자는 “고가의 독점 상품”“낮은 임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V. 새로운 ‘봉건제도’의 출현? : 산업 봉건제 (La Féodalité Industrielle)

“이대로 가면 소수 대자본가가 모든 생산 수단을 장악하고, 대다수는 사실상 산업 예속 상태가 될 것이다”


푸리에주의자들은 경쟁이 심화될수록, 소수의 대자본 혹은 대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그들이 말하는 “산업 봉건제(la féodalité industrielle)”의 전형적 징표입니다. 중소 생산자, 소상공인, 독립 자영업자 등은 결국 대기업 및 대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종속적 지위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국가 부채가 증가하면 결국 국가 전체가 그 이자를 받는 소수 자본가에게 재정적으로 종속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이자가 불로소득으로 축적되면서, 부(富)는 더욱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나머지 대중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VI. 밀의 문제 제기: 사회주의 비판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하다

“지금의 사적 소유 체계가 낳는 문제점을 비판하되, 다른 대안이 과연 더 나은가도 숙고해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사회주의자들이 제기하는 불평등과 빈곤, 그리고 경쟁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사회 전체가 갑자기 하나의 대안(사회주의)으로 급변하면, 또 다른 부작용과 파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그는 사회주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인용하는 이유에 대해 “기존 제도의 정당성을 더 이상 ‘당연하다’고만 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The fundamental doctrines … are now put again on their trial” - p.13).

(i) 인정해야 할 현실
이미 많은 노동자가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고 있으며,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 수준의 삶, 교육, 의료 등이 현 체제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따라서 정치적 주장으로서 사회주의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그들이 제기하는 “경쟁, 빈곤, 독점, 불평등” 등 근본 문제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ii) 사회주의의 한계와 가능성
밀은 “노동조합, 협동조합(협동 생산)의 확대, 상속세나 토지 소유 제한 등” 개혁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장기적으로 사회주의적 요소를 일부 도입하되, 자유주의 원칙을 함께 고려하는 ‘절충’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iii)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의 장
밀은 “변화를 무작정 늦추면, 갈등은 더욱 과격하게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이미 유럽 곳곳에서 발생하는 노동 쟁의와 정치적 혼란이 이를 방증하며, “노동의 가치와 자유 경쟁의 원리, 재산권의 적절한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숙고를 시작해야 사회 전체가 보다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VII. 맺음말: “변화의 문턱에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들”


『Socialism』에서 존 스튜어트 밀은 노동자 계층의 정치적 각성이 부와 재산제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i) “왜 다수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존’조차 힘든 상황이 지속되는가?”

(ii) “사회가 문화·도덕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하면서, 생산수단과 재화는 왜 여전히 소수 손에 집중되는가?”

루이 블랑이 들려준 “노동은 경매에 붙여진 상품이자,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는 임금”이라는 삽화는 바로 이 질문의 본질을 건드리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밀이 보여주듯이 이러한 질문은 단지 “급진적” 사상가만의 몫이 아니라 이미 대중의 고통에서 비롯된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결국 밀이 제안하는 핵심은 “자유주의 사회에서 사적 소유와 경쟁이 과연 어디까지 유효하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심도 있게 토론하자는 것입니다. 현 체제를 그대로 둘 것인지, 부분적 개혁을 시도할 것인지, 혹은 전혀 다른 방향을 모색할 것인지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런 논의 없이 현 상태를 ‘자연스럽다’고 방치하기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루이 블랑이 설명한 “굶주림의 경매장”에 부당하게 던져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본 글은 [Socialism, J. S. Mill (1879)]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고,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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