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임금, 그리고 자본의 딜레마와 대안적 가능성 논쟁
(본 글은 인문학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현존 체제는 인간에게 본질적인 결함인가, 아니면 체제 자체의 구조적 문제인가.
존 스튜어트 밀은 『Socialism』(1879)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제기하는 여러 비판을 충실히 소개하고 검토합니다. 그는 먼저 “현존 사회 질서의 문제는 인간 자체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인가, 혹은 사회 제도에서 연유한 것인가?” (It is impossible to deny that the considerations brought to notice... or against the position of man himself in this world.) - 『Socialism』, p.65”라는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즉, 빈곤과 불평등 같은 무서운 현실이 오늘날 제도 탓인지, 아니면 인간 삶 자체가 가진 한계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금은 점점 줄어든다”라는 주장에 내재된 정치경제학적 오류
사회주의 비판가들이 자주 내세우는 쟁점 중 하나는 [지속적인 임금 하락(une baisse continue des salaires)](There is, in the words of M. Louis Blanc, une baisse continue des salaires) - 『Socialism』, p.66 라는 루이 블랑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밀은 임금이 일정 기간 일시적으로 내려가는 현상과,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지속 하락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합니다. 기술 발전 또는 특정 산업구조의 변화로 일시적으로 임금이 주춤하거나 특정 업종이 사양화되는 일은 있지만, 이 사례를 전체 근로자 임금 수준의 영구적 하락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존 체제하에서 임금이 충분하지 못한 영역이 많으며, 악조건에 놓인 노동자층이 존재함을 부인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그것을 ‘전체적 법칙’처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밀은 이 문제를 인구 증가율, 산업 구조 전환, 정부 정책,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요소와 결부 지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 임금이 더 하락한다는 생각과, 그 이면의 복잡한 인과관계의 고찰
밀은 루이 블랑이 말하는 것처럼 인구가 필연적으로 임금을 누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는 초창기 맬서스가 인구의 자연 증가는 언제나 식량(혹은 생존 자원)의 증가보다 빠르다고 주장했던 점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맬서스주의와 달리, 밀은 현대 사회가 교육 향상과 이주(노동력 이동)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인구 압박’을 점진적으로 완화해 왔다고 말합니다. 즉, “현존 사회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점진적이지만 확실히 더 나은 상태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사실 완만하긴 해도).” - 『Socialism』, p.70라는 것이 밀의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인구 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밀은 과잉 인구가 저임금 구조를 심화하는 핵심 원인임은 분명하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이 문제는 사회주의적 체제 역시 마찬가지로 고민해야 할 과제이지, 현존 체제에만 국한된 결함이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경쟁이 가져오는 가격 인하 효과는 분명하지만, 품질 저하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초래함.
사회주의자들은 종종 “경쟁이 임금을 깎고, 소규모 생산자를 몰아내며, 결국 강자의 독점을 가져온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밀은 경쟁이 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그는 여기서 “경쟁은 분명 가격을 낮추는 최선의 장치이지만, 품질까지 보장해 주지는 못합니다(Competition is the best security for cheapness, but by no means a security for quality.) - 『Socialism』, p.75”라고 말하며, 품질 관리 문제에서 경쟁이 지닌 한계를 인정합니다. 실제로 과도한 경쟁 환경에서 부정·불량품이 범람하거나, 상인이 급격한 이윤을 좇다가 도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돌아갑니다. 밀은 이를 근대 상업 세계가 처한 도덕적·구조적 위기라 진단하며, 공정 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협동조합 방식이 “유통 마진”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실제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지 고찰.
부정·불량품이나 가격 왜곡 문제를 줄이기 위해 밀은 [협동조합 형태의 유통(store)을 통한 대안]에 주목합니다. 그는 “사회는 이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힘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It must be said... that society has never yet used the means which are already in its power of grappling with this evil.) - 『Socialism』, p.78”라고 지적하는데요. 이 말은 곧, 유통 구조에서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직접 조합을 조직해 도매 형태로 물자를 구입하면, 유통 비용이 상당 부분 절약된다는 뜻입니다. 밀 당대에도 소규모 협동조합 상점이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상품 품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비용을 절감해 구성원에게 배당을 돌려줌으로써 “가격 인하 효과와 품질 보증”을 동시에 실현해 냅니다. 밀은 이것이 당장의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복하지 않고도 시장 원리를 일정 부분 활용하면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실현할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가 “이러한 조치는 사유재산 제도와도 충분히 양립 가능합니다(The operation... is consistent with the existing constitution of property.) - 『Socialism』, p.80”라고 한 대목은 협동조합 방안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급진적 제안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자본가가 모든 부를 독차지한다”는 통념에 대해, 밀은 좀 더 복합적 시각을 제시함
사회주의자들은 흔히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가져간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밀은 자본의 존재 방식을 조금 다르게 해석합니다. 예컨대 2만 파운드의 자본을 투입해 연간 2천 파운드의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중 진정한 ‘순수 자본수익’(즉, 아무런 노동 없이 이자만으로 생기는 수익)은 당시의 평균 저축 이율(대략 3~4%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상당 부분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 즉 보험금 또는 사업 경영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입니다. 밀은 이를 가리켜 “자본가의 몫 전체가 노동자 몫을 뺏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중 일부만이 순수 이자로 구분됩니다”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대형 사업에서 운이 좋으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의 위험 또한 크므로 단순히 ‘자본가=거대한 기생층’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땅의 사적 소유와 국가부채는 분배 구조에서 또 다른 쟁점을 일으킨다.
밀은 토지와 관련된 사유재산 문제, 즉 지대가 사적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역시 사회 전체가 과거 전쟁·재해·정책 등에 쓴 비용을 뒤늦게 갚느라 현재 생산물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처럼 “자본 소득”이라 여겨지는 것 가운데에는, 사실상 더 이상 실체가 없는 과거 지출의 대가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지대(rent) 문제가 겹치면 사유재산과 공유지(公共地)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밀은 “토지를 전적으로 국가 소유로 바꾸는 식의 조치 역시 가능하지만, 이것이 다른 생산 수단까지 사회화해야 함을 당연히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망합니다. 요컨대 토지 문제와 자본 문제는 깊이 맞물려 있지만, 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각각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는 과연 불가피한 역사적 귀결인가, 아니면 점진적으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실험인가
밀은 이 장(章)을 마무리하며 “현존 체제의 폐단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필연적으로 무너질 만큼 악화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정리합니다. 그에 따르면, 사회주의가 제기한 중요한 질문(예: 임금·착취·자본 분배)을 지금 당장 하나의 완결된 이념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삶에서 ‘협동조합’ 같은 요소를 통해 부분적으로 실현하고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어떤 한 가지 폐단만 없앤다고 해도 인류가 곧바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떠한 제도와 정책이 ‘불가피한 삶의 어려움’을 더 효과적으로 완화하느냐가 핵심입니다](There is not any one abuse... from suffering into happiness. What is incumbent on us is a calm comparison between two different systems of society, with a view of determining which of them affords the greatest resources for overcoming the inevitable difficulties of life.) - 『Socialism』, p.91”라는 밀의 말로 요약됩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계몽된 공적 제도와 도덕적 성찰에 있다고 믿습니다. 인구 문제, 임금 문제, 불량 경쟁과 비윤리적 상행위, 그리고 토지·자본의 소유 문제 등이 뒤얽힌 복잡한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적 통찰과 점진적 제도 개선 모두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본 글은 [Socialism, J. S. Mill (1879)]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