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감정 단어로 살펴보는 일상의 감정 지도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은 기쁨과 분노처럼 분명한 것부터 ‘답답하다’처럼 애매하게 표현되는 것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감정을 단순히 ‘긍정’과 ‘부정’이라는 두 범주만으로 나누면,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풍부한 정서의 결들을 놓치기 쉽습니다. 본 논문은 한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정서단어를 직접 조사하고, 이를 탐색적·확인적 요인분석으로 구조화했습니다. 그 핵심 동기는 “정서 연구와 실용적 개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서들 간의 구분과 그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한국인의 정서 구조와 측정』, p.89). 즉,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고 빈번히 사용되는 정서 경험은 보편적인 기본정서뿐 아니라 파생정서와 이차정서 등 다양한 수준의 정서들을 포함함을 논의하였다.” - p.108]고 볼 수 있지요.
[“본 연구에서는 한국 문화맥락에서 정서단어를 분석하여 한국인의 정서경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측정할 자기보고 측정도구를 제안하였다.” - p.89]라는 문장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한국어로 표현되는 정서의 특징과 활용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특히 집합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정서뿐 아니라 긍정정서도 관계 위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기존 외국 심리학에서 만든 정서척도를 그대로 들여오기만 하면, 문화적·언어적 특수성으로 인해 ‘긍정 혹은 부정’이라는 이분법적 분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본 논문은 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 익숙한 감정 어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하위 범주를 도출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기본적인 정서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정서조절과 정서장애, 치료적 개입,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본성에 관한 진일보한 발견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정서는 인지처리와 수행에 핵심적 변인으로 이해되어...” - pp.89-90]라는 분석에서 보듯, 오늘날 교육·상담·임상·조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감정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절실해졌습니다. 바로 이러한 필요에 응답하기 위해, 한국인의 정서를 잘 반영하는 측정도구 개발이 중요해졌다는 것이지요.
본 논문은 먼저 탐색적 요인분석(Exploratory Factor Analysis, EFA)으로 수집된 긍정·부정 정서 단어들을 요인별로 묶은 뒤,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 CFA)을 통해 그 타당도를 검증하는 두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연구진은 “단순히 스크릿플롯 하락율에 따른 기술적 기준에 맞춰 요인 구조를 결정하기보다, 선행연구에서 제안되었던 기본정서 이론들을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요인 구조를 찾고자 하였다”고 밝힙니다(『한국인의 정서 구조와 측정』, p.94). 분석 과정에서 여러 정서단어들이 제외되거나 교차부하를 보였습니다. 예컨대, 부정정서에서 [“‘무섭다’ 정서 단어는 요인 간 교차부하의 문제를 나타냈다.” - p.95]라는 설명이 있는 것처럼, 공포 관련 단어가 일상적인 맥락에서는 불안이나 슬픔 등 다른 정서에 섞여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긍정정서 쪽에서는 ‘행복하다’ 같은 단어가 여러 요인에 걸쳐 부하되어 제외되기도 했는데, 이는 일상언어에서 ‘행복하다’가 특정한 긍정정서 한 범주만을 지칭하기보다 다양한 긍정적 상태를 두루 포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FA 결과, 부정정서는 크게 7개의 하위 범주를 형성했습니다. 저자는 이를 확인적 요인분석으로 재검증했을 때도 높은 적합도를 보였다고 보고합니다. 각 범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슬픔우울 [“요인 1은 ‘우울하다, 상실감, 서럽다, 슬프다, 외롭다’의 5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 p.96]라는 설명에서 보듯, 상실감과 외로움, 서러움 등이 ‘슬프다’와 함께 묶여 있습니다. 연구자는 일상언어에서 슬픔과 우울이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고 연속선상에서 경험된다고 말합니다. 2) 분노혐오 [“증오, 괘씸하다, 역겹다, 약오르다, 화나다” - p.96]처럼 분노의 강도와 표현 양상을 달리하는 단어들이 한 요인으로 묶였습니다. 특정 가치를 침해당했을 때 생기는 공통된 분노성 정서를 포괄하기에, 일상생활에서도 이 둘은 함께 경험되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3) 불안걱정 불안, 초조, 근심걱정이 하나의 군을 형성했습니다. 현재의 직접적 위협이라기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성에서 오는 감정이 이 요인에 해당합니다. 4) 선망질투 샘내다, 부럽다, 아쉽다와 같이 타인과의 비교 혹은 미련·시샘에서 비롯되는 자의식적 정서들을 묶었습니다. 5) 수치죄책 부끄럽다, 창피하다, 죄책감, 후회하다처럼 자기를 평가하는 잣대가 작동할 때 생기는 정서들입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고유한 차이가 있더라도 일상 속에서는 매우 밀접하게 함께 경험된다”라는 논의도 제시됩니다. 6) 권태싫증 귀찮다, 지겹다, 싫증나다처럼 흥미가 결핍되고 무기력해진 상태가 이 요인에 포함됩니다. 이는 한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면서도 정식 연구가 많지 않았던 정서 영역이기도 합니다. 7) 미분화괴로움 답답하다, 속상하다, 심란하다, 속타다 같은 표현이 하나로 묶였는데, [“미분화된 정서상태를 다른 정서들과 독립적으로 개념화하거나 측정한 경우는 흔치 않다.” - p.104]라는 문장처럼, 기존 연구에서 본격 조명되지 않았던 혼재된 부정정서가 별도 범주로 도출되었습니다.
다음으로 긍정정서 분석에서는 [“애정, 성취, 재미, 평안, 감동감사”의 5개 요인이 확인되었다.” - p.97]고 보고됩니다. 구체적으로 각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정 사랑스럽다, 반하다, 정겹다, 설레다 등 대인관계 상황에서 주로 느끼는 정서입니다. 한국어의 ‘정(情)’과 맞닿아 있으며, 서로에게 특별한 호감이나 매력을 느낄 때 사용됩니다. 2) 성취 뿌듯하다, 자랑스럽다, 보람차다처럼 어떤 결과를 만들어낸 뒤 만족이나 자존감을 느낄 때 경험하는 정서입니다. 3) 재미 재미있다, 유쾌하다, 즐겁다의 세 단어가 묶였습니다. 비교적 각성이 높고 경쾌한 기분 상태를 반영하는 정서 범주입니다. 4) 평안 편안하다, 평화롭다, 홀가분하다처럼 차분하고 안정된 상태입니다. 긴장감이 낮고, 온전히 쉴 수 있는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5) 감동감사 공감하다, 고맙다, 감탄하다, 감동하다 같은 단어들이 한데 묶여 있습니다. 대인관계적 교류나 어떤 대상의 가치에 공명할 때 커다란 울림이나 감사함을 느끼는 정서군입니다.
이번 연구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정서는 주관적으로 경험하거나 또는 최소한 자신의 행동을 통해 추론하는 자기참조적 심리적 경험이다”라는 점입니다(『한국인의 정서 구조와 측정』, p.101). 그렇기에 자기보고(self-report) 방식이 일상생활에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 상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연구가 주목하지 않았던 ‘권태싫증’이나 ‘미분화괴로움’ 같은 정서 범주가 등장했다는 점, 그리고 긍정정서를 다섯 갈래로 세분화했다는 점은 학문적·실천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기본정서에만 주목하기에는 실제 경험이 너무나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 요지 재구성]는 문제의식에 대한 답변으로, 향후 상담·임상·교육·조직관리 등 다양한 현장에서 구체적인 정서 중재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서는 단순히 학술연구의 대상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 논문이 개발한 정서측정도구는 개인 혹은 집단의 정서 상태를 파악하고, 부정정서와 긍정정서가 각각 어떤 하위 범주에서 발생하는지 구조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고 빈번히 사용되는 정서 경험은 보편적인 기본정서뿐 아니라 파생정서와 혼합정서 등 다양한 수준의 정서들을 포함한다” - p.108]고 재차 강조되는 대목에서 보듯, 한국 사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러 감정들을 세밀한 항목으로 분류해낼 수 있다는 데에 이 척도의 의의가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진폭과 뉘앙스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심리적 개입도 한층 섬세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논문은 “한국인의 정서 구조”라는 주제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감정 단어를 근거 삼아 분석했기에, 연구결과가 실제 생활과 밀접하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덕분에 기존의 서양 중심 정서이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던 ‘권태’나 ‘미분화된 괴로움’ 같은 정서도 주요 범주로 떠오릅니다. 일상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좀 더 섬세하게 이해하거나, 상담 및 교육 현장에서 한국인에게 맞는 감정 중재 방안을 고민하는 데 큰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본 글은 [최해연, 최종안, “한국인의 정서 구조와 측정”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및성격> pp.89-114 (2016),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