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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지쳐가는 마음과 일하는 보람 사이에서

사회복지사가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감정 조절’ 이야기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I. 감정노동의 부상 배경과 의의

- ‘서비스 시대’의 도래와 감정 조절의 가시화


오늘날 행정 분야를 포함해 고객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직종에서는 감정노동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본 논문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고객서비스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위해서 감정노동이 반드시 필요한 직무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조직차원의 체계적 관리 역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p.202). 이는 Mastracci, Newman & Guy(2006)의 논의와도 맥이 닿는데, “조직 차원의 관심이 부족하면 개인의 소진과 불만이 누적되어 결과적으로는 고객서비스의 질마저 하락할 위험이 있다”(p.202)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이처럼 감정노동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관심이 쏠렸지만, 사실 예전부터 존재해 온 개념입니다. 다만 Hochschild(1983)가 “조직이 요구하는 표현규칙에 맞추기 위해 자신이 느끼는 진짜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드러내도록 의식적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그 부정적·긍정적 효과가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p.201 참고). 서비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현대행정에서 감정노동은 “일선 직원의 핵심 역량”(p.201)으로까지 여겨지지만, 동시에 구성원이 감정 자원을 지나치게 소모하게 하여, 소진이나 이직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II. 표면행위와 내면행위

- 감정노동 전략 두 가지, ‘숨기는 법’과 ‘진심으로 바꾸려는 법’


감정노동은 주로 표면행위내면행위라는 두 가지 전략으로 나뉩니다. “표면행위는 조직의 감정표현 규칙에 맞추어 말투나 표정만 억지로 바꾸는 전략이며, 내면행위는 실제로 그 감정을 느끼도록 인지적으로 노력하는 방식이다”(p.203). 예컨대 원문에서는 표면행위를 “‘나는 클라이언트에게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p.215)”고 묘사하며, 내면행위에 대해서는 “‘나는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 클라이언트의 기분이나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 - (p.215)”라는 예시를 듭니다.


표면행위는 진짜 마음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 불일치(dissonance)가 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소진이 강하게 유발되기 쉽습니다. 반면 내면행위는 “표정이나 말투뿐 아니라 실제 감정 자체를 변화시키려 하므로, 감정 불일치는 줄어들지만 여전히 인지적 노력이 필요해 피로를 야기할 수 있다”(p.210)는 점이 논문에서 지적됩니다. 결국 두 전략 모두 감정 소모가 없을 수 없으나, 표면행위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친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III. 사회복지사라는 일선관료의 특수성

- Lipsky의 일선 관료 개념과 감정노동


본 논문은 감정노동의 중요성을 공공부문에까지 확장하여 다루고자, 사회복지사를 대표적인 ‘일선관료(Street-level Bureaucrat)’로 선정했습니다. Lipsky(1980)는 “일선관료는 제한된 자원과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시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장에서 사실상 정책을 집행·결정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정책 대상자와 깊은 감정적 교류가 필수적이고, 돌봄과 상담의 과정에서 고객의 폭언이나 분노를 직면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회복지사의 29%가 고객으로부터 폭언을 경험했고, 그 중 32.6%는 탈진을 호소했다”고 보고됩니다(p.203). 그러나 피해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이나 고충 처리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공식적 도움이나 법적 대응을 경험한 사례는 2% 미만”(p.203)이라는 점이 드러나 사회복지사의 감정노동 문제가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논문에서도 “과도한 감정노동이 누적될 경우 결국 서비스 제공자의 이직으로 이어지고, 이는 복지서비스의 질 저하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p.208)고 경고합니다.


IV. 감정노동이 초래하는 소진과 만족도의 변화

- “서서히 지쳐가는 마음” vs “일하는 보람” 사이에서


감정노동을 겪다 보면 소진(burnout) 현상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저자는 Maslach와 Jackson(1981)의 소진 개념을 인용하여 “정서적 고갈(emotional exhaustion), 개인적 성취감 저하, 비인격화” 중 특히 정서적 고갈을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p.205). “표면행위의 경우 감정 불일치가 크므로 정서적 고갈을 더욱 강화하며, 내면행위 역시 노력이 필요하지만 표면행위만큼 강력한 고갈을 일으키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p.220)는 것이 연구 전반의 결론입니다.


직무만족에 대해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표면행위는 직무만족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반면, 내면행위는 만족도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공감을 통한 보람을 유지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p.221)는 것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를 안면환류가설(Adelmann & Zajonc, 1989)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즉,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내면행위는 조직몰입이나 자기효능감과도 어느 정도 연동되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V. 조직의 지원이 주는 완충효과

- 의사소통 기구, 직무교육, 수퍼비전의 중요성


감정노동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면 조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논문은 이를 크게 의사소통 기구와 교육·수퍼비전 지원이라는 두 갈래에서 살펴봤습니다. 먼저 “기관 내 직원 공식회의체나 고충처리위원회, 노사협의회 등이 실질적으로 운영될수록 구성원 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해결책을 찾을 통로가 마련되어 정서적 고갈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p.218)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직무교육과 수퍼비전은 사회복지사가 업무 수행 중 겪는 감정적·기술적 문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조직 내 상호작용을 풍부하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동”하는데(p.219), 이를 통해 표면행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소 경감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원문에서 소개된 한 인터뷰 사례에 따르면, “정기적인 수퍼비전 실시 이후 팀원들의 이직이 줄고, 전반적인 조직 분위기가 개선되었다는 응답도 있었다”(p.223). 이는 “수퍼비전이 제공되는 과정에서 불만을 공유하고, 구체적 코칭을 받음으로써 서비스의 전문성과 개인의 만족도를 함께 높이는 효과가 있다”(p.224)고 설명합니다.


VI. 연구 방법과 주요 발견

- 국내 사회복지사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본 논문은 국가인권위원회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2013)’의 응답 결과(총 2,774명 중 1,359명 활용)를 바탕으로 다중회귀분석을 수행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사회복지사의 감정노동(표면행위·내면행위), 조직 지원(의사소통 기구, 직무교육 및 수퍼비전) 등이었으며, 이들이 직무만족과 소진(정서적 고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p.213).


결과적으로 “표면행위는 정서적 고갈을 높이고 직무만족을 낮추는 유의미한 영향을 보였다. 내면행위 역시 정서적 고갈을 어느 정도는 촉진하지만, 만족도 저하와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았다”(p.220)고 요약됩니다. 특히 의사소통 기구와 교육·수퍼비전 같은 조직 지원 요인이 강할수록 표면행위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완화되는 조절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p.221~222). 이는 감정노동을 개인이 ‘견디는’ 수준을 넘어,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됩니다.


VII. 시사점과 한계

- 감정노동 관리를 위한 조직적 대안 모색


본 연구는 기존 선행연구에서 감정노동의 구성개념이나 부정적 결과가 혼재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표면행위와 내면행위라는 하위차원을 구분해 각 전략이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름을 입체적으로 검증한 점”에 이론적 의의가 있음을 강조합니다(p.225). 나아가 앞으로는 “감정노동이 조직성과와 구성원 행복에 미치는 중·장기적 결과, 감정노동과 이직 간의 구체적 관계, 그리고 매개·조절요인들을 더욱 정교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p.225)고 제안합니다.


실무적으로도, 사회복지사의 과도한 감정노동은 “결국 서비스 질 저하와 이직으로 이어지고, 이는 복지 체계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한다”(p.208)는 함의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의나 돌봄 정신만으로는 감정노동을 충분히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화된 의사소통, 공정한 보상, 체계적인 직무교육과 수퍼비전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사례분석과 실증결과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조직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이지 않는 감정 조절’을 관리한다면, 사회복지사가 보다 건강한 심리 상태로 고객에게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은 [송현진, 조윤직, “감정노동이 소진과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사회복지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행정학보> pp.201~234 (2016),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


[독자의 평가와 일독을 권하는 이유]

이 글은 우리 사회가 간과하기 쉬운 사회복지사의 감정노동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감정노동이 ‘개인적 능력’이나 ‘소명 의식’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제도적·조직적 지원이 필수적임을 학술적으로 증명해주기 때문입니다. 공공부문의 감정노동이 단순 민원 서비스뿐 아니라 복지·보건·교육 등 다방면으로 심화되는 현실에서도, 감정노동의 양상이 표면행위와 내면행위로 세분화되어 다르게 작동한다는 분석은 실무 담당자와 제도 설계자 모두에게 유용한 통찰을 줍니다. 보다 나은 복지서비스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스스로가 감정적으로 건강한 근무환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잘 드러내고 있으므로, 공공행정·복지 분야 종사자와 일반 독자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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