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의 언어를 넘어설 수 있을까?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법무부가 처음 입법예고한 이후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했습니다. 원문에서는 이를 두고 “2007년 최초 발의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둘러싼 갈등이 한국 사회의 차별·인권 인식 지형을 드러내고 있다” (p.84)라고 분석합니다. 법 취지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명시한 평등권을 좀 더 구체화하고,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일반 법률의 형태로 제정하려는 목적” (p.86)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입법이 지연된 이유는, 보수적 종교계와 정치권 보수주의가 “차별금지법은 성적지향·종교 문제 등을 둘러싼 위협” (p.87)이라고 간주하며 반복적으로 반발해 온 점에 있습니다. 2020년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하면서 다시 공론화되었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가 정파성과 결합되어 재점화하고 있다” (p.87)는 것이 원문이 지적하는 핵심 배경입니다.
원문은 “이 글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담론의 이면에 정파성에 토대를 둔 이중화된 인권 담론이 내재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p.85)라고 서두에서 밝힙니다. 즉,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이미 ‘인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제정이 왜 어려운지, 그 이면의 인권 개념이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까닭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원문에 따르면, “인권 개념은 보편적 평등의 측면이 강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에서 상충하는 해석이 등장한다” (p.88)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런 상반된 태도가 주로 드러나는 영역이 성적지향·종교의 자유라는 민감한 쟁점들이며, 이 과정에서 “광의의 인권 담론이 타자의 권리를 배제·부정하는 목소리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 역설적인 모습” (p.105)이 부상한다고 진단합니다.
논문은 비판담론연구(critical discourse studies)를 통해, “언어와 사회구조 사이를 매개하는 사회적 인지가 어떤 집단의 가치와 이념을 재생산하는지” (p.90) 살펴봅니다. 특히 차별금지법 담론이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유통·소비되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2000년 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의 기사 5,372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분석에는 텍스트마이닝(구조화토픽모델, STM) 기법을 활용해 빈도·연결성·시계열 변화를 추적했고, 비판담론연구 관점으로 기사 본문에서 “긍정적 자기제시(positive self-presentation)와 부정적 타자 제시(negative other-presentation)” (p.90) 같은 담론 전략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원문은 이것이 “차별금지법 반대 담론이 ‘위협적 타자’를 특정 범주로 과잉어휘화하여 대립 구도를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 (p.93)라고 설명합니다.
연구 결과, “단일 언론사 중 가장 많은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를 다룬 곳은 ≪국민일보≫(1262건)로, 주요 일간지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량의 23.5%를 차지한다” (p.95)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각각 996건, 971건을 보도해 세 신문사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원문은 이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관한 논쟁이 기존의 정파적 지형(진보·보수)에 따라 명확하게 갈리는 경향을 보인다” (p.96)고 말합니다. 가령 보수 성향 언론은 “성적지향” 문제를 강조하며, 보수적 개신교계와 결합해 차별금지법 제정의 위험성을 역설하는 담론을 집중 보도합니다. 반면 진보 성향 매체는 “혐오와 비하 담론에 의해 차별금지법이 좌절되는 문제를 비판하면서, 입법 필요성과 정당성을 역설” (p.99)하는 기사를 수차례 생산해 왔습니다. 결국, “모두가 ‘인권’을 외치지만, 그 해석은 극단적으로 달라져 이중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p.105)는 것이 원문의 분석입니다.
원문은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갈등은 단지 성적지향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정치적 보수주의와 종교적 보수주의가 결합해 인권을 자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103)고 말합니다. 특히 개신교 우파의 반대 담론은 동성애를 ‘건전한 종교와 사회질서를 무너뜨릴 위험’으로 과잉어휘화합니다. 예컨대 한 기사에서는 “‘차별과 인권으로 위장한 동성애 독재’라는 표현을 사용해, 국민의 양심·종교·표현의 자유가 박탈될 위험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p.100). 또한 “성적지향은 공산주의·이슬람·반윤리에 이은 위협 세력”으로 묘사하는 등, 반공주의나 국가안보 프레임과 결합된 모습이 관찰됩니다 (p.103). 그 결과 “차별금지법=성적지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신앙·윤리·공동체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파적 보수 세력과 개신교 우파가 “인권의 기표를 선점하되, 그 범주에 ‘소수자 인권’을 배제해버리는 담론 전략을 가속화” (p.105)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결국 “인권은 차별금지법 찬성·반대 양측이 모두 내세우는 개념임에도, ‘우리의 인권’과 ‘가짜 인권’이란 식으로 분절된다” (p.109)는 것이 원문이 말하는 핵심 역설입니다.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는 논리와, 종교적·정치적 이유로 특정 성적지향·소수자 권리는 인권 범주에서 배제하는 논리가 충돌하며, 인권이 ‘소수자의 권리’를 지우는 데 악용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지요. 원문에서는 이를 두고, “인권이 오히려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배제를 촉진하는 언어로 전용될 수 있음을 차별금지법 갈등이 보여준다” (p.102)라며, 이 현상을 ‘이중화된 인권’이라 개념화합니다. 한쪽에서는 보편성을 강조하며 제정을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동성애 독재를 막는 것이야말로 인권’이라는 식으로 반대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원문은 “차별금지법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평등권을 구체화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이지만, “정파성과 보수 종교계의 결합이 이를 계속 가로막고 있는 현실” (p.110)이라고 지적합니다. 지금까지 발의됐다 폐기된 여러 차례 법안들을 보면, “성적지향을 둘러싼 극단적 반발이 주된 걸림돌이 되었다” (p.86)는 점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이때 단순히 법 제정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소수자의 존재를 혐오와 비하로 지우는 언어와 이를 확대·유통하는 매체 환경” (p.112)이 더 근본적 문제라고 논문은 강조합니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설득할 것인지, ‘인권’이라는 개념의 권위가 반대로 타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오용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를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원문은 “혐오표현을 제도적으로 규제하기 이전에, 대중매체의 차별에 관한 담론 생산이 정치적 공론장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85)며, 언론 스스로 반성을 통해 감시·교정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논문은, “차별금지법 제정은 현존하는 광범위한 차별을 인지하고, 제도적으로 대응하려는 출발선” (p.112)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법 제정만으로 하루아침에 차별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최소한 소수자를 배제하는 혐오와 낙인을 공적 영역에서 제재하는 최소한의 규범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이 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소수자에게 특권을 부여하거나 다수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인권=가치수호’ 프레임을 내세웁니다. 결국 서로 다른 ‘인권관’을 둘러싼 이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뿐만 아니라 언어와 담론 그리고 사회적 공론장의 질적 개선이 뒤따라야 함을 시사합니다. “민주주의와 뉴미디어가 발전할수록, 혐오와 차별의 메시지는 더 빠르게 확산되기도 한다” (p.114)는 경고를 통해, 혐오를 줄이고 상호 존중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핵심 과제로 제시됩니다.
이 논문은 단순히 법 제정 찬반만을 다루지 않고, 한국 사회가 ‘인권’이라는 말을 어떻게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전유(專有)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종교·정치·미디어가 결합하여 혐오와 분열을 재생산하는 구체적 양상을 밝히는 한편, 차별금지법 논쟁이 왜 그렇게도 ‘성적지향’과 ‘개신교 보수’라는 키워드에 매달려 있는지 그 이면을 짚어냅니다. 무엇보다 “광의의 인권이 타자의 권리를 배제해버리는 모순적인 장면을 드러낸다” (p.105)는 통찰을 통해, 인권을 실제로 작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제도 하나가 사회의 모든 차별을 일거에 해소하기는 어렵겠지만, 바로 그 출발점이 될 차별금지법에 관해 고민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논문입니다.
(본 글은 [김종우, "한국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담론 지형과 이중화된 인권" <경제와사회> pp.84-117 (2021),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