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생각보다 더 귀찮고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생각보다 더 멋지고 대단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침묵은 금이라고 하죠, 아이가 없다면요. 아이 키우는 부모에게, 침묵은 상당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랍니다.
-육아에 관한 몇 가지 농담들
나는 여러가지 공부와 활동, 시험을 경험해 봤지만 인생에서 육아가 가장 어려운 일 같다. 어렵다는 개념은 좀 모호하긴 하다. 부모님에게 도대체 어떻게 우리 형제들을 키웠냐고 물어보면 그냥 알아서 자랐다고 말씀하신다. 가장 어려운 일이면서도 어찌보면 되게 쉬운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아들은 발달지연 때문에 워낙 감각에도 예민하고 짜증이 많다보니 평균보다 더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발달 문제가 드러나기 이전에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간혹 맘카페에 보면 유니콘으로 불리는 잘 크는 아이들도 실존한다고 한다. 혹은 육아의 달인이라서 한 번에 아이 5명을 키우는데도 힘든 줄 몰랐다는 사람들도 간혹 존재하는 것 같다. 역시 세상에는 다양한 적성과 삶의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별 노력 없이도 수능에서 고득점을 하고 서울대에 입학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수능을 쉬운 시험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일반적인 관점에서 육아를 쉽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박지성 선수도 어느 예능에서 축구보다 육아가 힘들다고, 심지어 축구 두 경기를 뛰는 게 낫다고 말한 적 있다고 한다. 나는 진지하게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육아의 진짜 어려운 점은 긴 시간 동안 다른 일도 못한채 단순한 일을 반복하면서 아이의 짜증을 달래줘야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물론 박지성 선수가 그 실력을 얻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겠지만, 축구 한경기에서 두 개의 심장으로 남보다 높은 활동량을 가지는 것도 맞지만, 어쨌든 축구는 90분 +추가시간 안에 끝난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수능 시험이나 영어 공부를 엄청 고통스럽게 했다고 말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잠을 쫓으면서 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로스쿨에 들어가는 과정보다 아이를 케어하는 시간이 훨씬 힘들고 지쳤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 키우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아이가 못났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육아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는, 육아에서 얻는 기쁨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내가 인생에서 겪은 가장 큰 고통과 노력이 육아에 관한 것이었다면, 가장 큰 기쁨과 행복도 육아와 가족에게서 온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고통과 고난은 외부에서 관찰되기 쉬운 반면, 아이에게서 얻는 기쁨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게 자폐를 가진 아이라도 마찬가지다. 이번 글에서는 육아에 관한 여러 농담과 명언들을 소개하면서 나의 사견을 덧붙여보려고 한다. 역시 인간의 유머는 복잡한 이야기를 임팩트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위대한 도구인 것 같다. 아래 농담과 명언들은 누가 처음 말했는지 알기가 어렵고, 구글에 나오는 원작자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화자의 권위를 믿기보다는 메시지 자체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Being a parent is like being a catchers' mitt – always on the receiving end of whatever life throws at you." "부모가 되는 것은 마치 포수의 글러브가 되는 것 같아요 – 삶이 무엇을 어떻게 던져주든지 반드시 받아내야만 하죠."
"Raising kids is part joy and part guerrilla warfare." - Ed Asner "아이를 키우는 것은 반은 즐거움이고, 반은 게릴라 전쟁입니다." - Ed Asner
"You're a mom when going to the grocery store by yourself feels like a vacation." "혼자서 식료품 가게에 가는 것이 휴가 같은 느낌이 들 때, 당신은 엄마가 된 것입니다."
"Having a two-year-old is like having a blender that you don't have the top for." - Jerry Seinfeld "두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것은 뚜껑이 없는 믹서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 Jerry Seinfeld
"Why do mother kangaroos hate rainy days? Because then the kids have to play inside." "왜 캥거루 엄마들이 비오는 날을 싫어할까요? 그러면 아이들이 집안에서 놀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이 생각나서 더욱 공감된다. 비 오는 날 놀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너무 적은 것 같다.)
"Parenting is like a circus. You juggle everything and occasionally get to eat an apple." "부모가 되는 것은 서커스와 같습니다. 모든 것을 저글링하고 때때로 사과도 베어먹어야 하거든요"
"The quickest way for a parent to get a child’s attention is to sit down and look comfortable." - Lane Olinghouse "부모가 아이의 주의를 가장 빨리 끌 수 있는 방법은 앉아서 편안한 표정을 짓는 것입니다." - Lane Olinghouse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왜 엄마들은 손이 두 개 밖에 없는 걸까요?" - Milton Berle
"아이에게 금붕어를 사주는 것은 아이에게 책임감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략 24-36시간 동안은요." - Conan O’Brien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동안 집을 청소하는 것은 눈이 내리는 동안 도로의 눈을 치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 Phyllis Diller
"It just occurred to me that the majority of my diet is made up of the foods that my kid didn’t finish." - Carrie Underwood "나의 대부분의 식단은 아이가 남긴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방금 떠올랐습니다." - Carrie Underwood
"Raising kids: The days are long, but the years are short." - Gretchen Rubin "아이를 키운다는 것: 하루 하루는 길지만, 한 해는 너무 짧습니다." - Gretchen Rubin
Me: Yes, you were in my belly. 3yo: Why... tears in her eyes ...why did you eat me?
엄마: 그래, 너는 내 배 속에 있었어. 3세: 왜... 눈물이 고이며 ...왜 나를 먹었어?
8-year-old: fights with her sisters Me: All right, who started it? 8: You did when you had so many kids.
8세 딸: (자매와 싸움) 엄마: 좋아, 누가 싸움을 시작한거야? 8세: 엄마가 아이를 많이 낳으면서 시작했죠.
Child: "Dad, what's it like having the best son in the world?" Dad: "I don't know, you'll have to ask grandpa." 아들: "아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들을 가진 것은 어떤 느낌인가요?" 아빠: "모르겠어, 네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렴"
"Having kids is like living with tiny, constantly evolving puzzles that you have to figure out every day."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매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작은 퍼즐들을 매일 풀어야 하는것과 같습니다.
"Being a parent means accepting that your house will never be clean again but will be filled with love and laughter instead." "부모가 되는 것은 당신의 집이 다시는 깨끗해지지 않으며, 대신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Raising children is like flying a kite: one minute they're soaring high, the next they're crashing into the neighbor's yard." - Unknown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연을 날리는 것과 같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높이 날아오르다가 다음 순간에는 이웃의 마당으로 추락하죠." - 미상
"아이들에게 이를 닦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워셔액으로 가글하라고 설득하는 것과 같습니다."
"The biggest mistake I made is the one that most of us make while doing this. I did not live in the moment enough. This is particularly clear now that the moment is gone, captured only in photographs. There is one picture of my three children sitting in the grass on a quilt in the shadow of the swing set on a summer day, ages 6, 4 and 1. And I wish I could remember what we ate, and what we talked about, and how they sounded, and how they looked when they slept that night. I wish I had not been in such a hurry to get on to the next thing: dinner, bath, book, bed. I wish I had treasured the doing a little more and the getting it done a little less." - Anna Quindlen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입니다. 나는 충분히 순간을 살지 못했습니다. 이는 특히 지금, 그 순간이 사진 속에만 갇혀 있을 때 분명해집니다. 여름날 그네 세트 그림자 속에서 이불 위에 앉아 있는 나의 세 아이들, 6세, 4세, 1세의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먹었던 것, 우리가 이야기했던 것, 그들이 어떻게 들렸는지, 그들이 그 밤에 잠들었을 때 어떻게 보였는지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는 다음 일을 서둘러 하려고 했던 것을 후회합니다: 저녁, 목욕, 책, 침대. 나는 하는 것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이루는 것을 좀 더 줄였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 Anna Quindlen
"Having a baby is like suddenly getting the world's worst roommate." - Anne Lamott
"아기를 가지는 것은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나쁜 룸메이트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 Anne Lamott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이를 깨닫게 될 것이며, 그들은 잠자는 시간에도 당신을 괴롭히기 시작할 것입니다." - Ray Romano
"The trouble with being a parent is that by the time you are experienced, you are unemployed" "부모가 되는 것의 문제점은 육아 경험이 웬만큼 쌓이는 때에는, 아이가 독립하고 부모로서 할 일이 없어져 실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If your kids are giving you a headache, follow the directions on the aspirin bottle, especially the part that says ‘keep away from children.’" - Susan Savannah
"당신의 아이들이 두통을 유발한다면, 아스피린 병에 적힌 지시사항을 따르세요, 특히 '어린이들로부터 멀리하라'는 부분을요." - Susan Savannah
"It's not only children who grow. Parents do too. As much as we watch to see what our children do with their lives, they are watching us to see what we do with ours. I can't tell my children to reach for the sun. All I can do is reach for it, myself."
"성장하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부모들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보는 만큼, 그들도 우리가 우리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태양을 향해 손을 뻗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저 스스로 그것을 향해 손을 뻗고 노력할 뿐입니다." - 조이스 메이나드. (좋은 부모가 되려면 결국 좋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린 위의 농담들을 통해서 육아의 7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예측 불가능성과 끊임없는 변화: 육아는 포수의 글러브, 뚜껑 없는 믹서기, 바람에 날리는 연에 비유되며, 부모가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삶에서 새로운 도전과 단계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므로 역동적이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육체적, 정서적 피로: 식료품점이 휴가처럼 느껴진다거나 엄마가 두 손이 더 필요하다는 농담은 육아로 인한 육체적 피로를 강조합니다. 한편, '나쁜 룸메이트'와 함께 살거나 '테러리스트' 전술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은 정서적 피로도 심각하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기쁨과 보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육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을 강조하는 농담이 몇 가지 있습니다. "기쁨의 일부",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과 같은 표현은 자녀가 부모의 삶에 가져다주는 행복을 강조합니다.
바쁘고 멀티태스킹이 필요하다: 서커스 저글러에 대한 비유나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소망은 끊임없이 바쁘게 지내는 육아를 보여줍니다. 부모는 종종 자녀 양육 및 가정 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와 책임을 다하면서 멀티태스킹해야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가르치는 책임감: 아이들에게 양치질을 가르치거나 금붕어를 사주는 농담은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부모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부모는 종종 일상적인 상황을 중요한 삶의 기술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가르침의 순간으로 활용합니다.
어린이의 관점: 왜 '먹었냐'고 묻는 아이의 농담이나 아이가 너무 많다고 부모를 탓하는 모습은 아이들의 독특하고 종종 유머러스한 관점을 나타내며, 이는 부모에게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기: 안나 퀸들렌의 인용문과 부모가 같이 성장한다는 글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겪는 변화를 강조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장을 도울 때 부모도 배우고, 진화하고, 지혜를 얻습니다.
오해하지 말자.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 임신이나 출산, 육아를 경험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삶이 있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가령 영화를 연출해서 개봉하는 경험, 월드컵 결승전 경기장에서 밤을 새며 선수의 사인을 받는 경험, 배낭 하나만 메고 세계를 여행하는 경험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유독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서만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아이만 키워봤지, 영화 연출도, 월드컵 구경도, 세계 여행도 무척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인생의 자원은 한정된 것이고, 나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인생을 쏟아부었다. 아이 때문에 세계 여행을 못 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누가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다른 삶의 방식도 궁금한 건 사실이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앞으로 열심히 벌어서, 아이에게만 올인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경험에도 투자해보고 싶다.
세계 여행을 경험한 친구는 나에게 강추했다. 나도 아이를 가지는 경험에 대해 친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솔직히 현재 한국 현실에서 평균적인 사람에게 출산과 육아를 추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게 행복의 기대값을 높여주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나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내 친구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냥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세태에서는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행동 자체가 무척 이례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원래 모든 개별적인 삶은 이례적이라고 믿는다. 내가 영화를 간절히 갈망했던 것처럼 내 친구가 아이를 가지기 원한다면, 나는 강력 추천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고통이나 고난에 겁먹지 않기를 바란다. 이례적인 선택의 결과로 이례적인 행복과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내 선택에 꽤 만족하고 행복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