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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in Apr 08. 2024

왕의 퇴위

늙은 왕의 왕관을 내려놓으며

2박 3일 동안 서울에 다녀왔다, 나는 지방 사람이라 서울에 있는 고층빌딩 숲을 보고 있자니 뒷목이 아려올 지경이었고, 버스를 타는 내내 도로에 가득 찬 차들로 길이 막히자 마치 귀성길에 오른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아, 서울도 썩 살기 좋은 동네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썼던 글들을 다시 보면서 나름 시간을 때우곤 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발전한 시대에 글이 과연 어떤 자리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들었던 심정을 가지고 이렇게 써본다.


확실하게, 글이란 것은 21세기 시대에 들어서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이 약해졌다.


 과거의 글은 지식인들의 무기이면서 재산이었고,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위치에 있었기에 문화의 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보, 오락, 기록… 모든 요소에서 글은 가장 우선적이고 좋은 수단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렇기에 글을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높은 계급에 위치한 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사람들 모두가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글은 더 이상 군림할 수 없게 되었다. 글은 이해하는데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한 반면 그림과 미디어는 보는 대로 곧장 이해하기 쉬워지면서 글은 자신이 쓰고 있던 왕관을 그들에게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책보다는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글을 읽는 것이 익숙하고, 자기가 원하는 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는 거에 익숙해졌다.


 보고 싶지 않은 글과, 내용이 긴 글들은 더 이상 선호되지 않고, 자극적이고 이목을 끌 만한 글이 아니라면 이제는 글을 쓰는 사람이 쓰고 싶은 글보다는, 남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글을 써야 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언젠가 헬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을 타로 상담했던 적이 있다, 상담이 끝나고 나서 서로 했던 이야기는 얼마나 매체가 중요한 지에 대해서다, 원래 헬스장에는 중장년이 청년 인구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향적인 사람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헬스장에는 이제 중장년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매체의 발전이 영향을 끼치는 점이 중대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체가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글은 점점 더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이다, 얼마 전 한강 작가가 Prix Médicis étranger라는 상을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글로 수상하였다, 세계적인 상을 탈 정도로 대문호였던 그녀는 오히려 한국에서만큼은 관심이 없거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다.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는 한강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서울의 한강을 떠 오리지 그녀의 작품은 ‘채식주의자’를 들어봤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처럼 더 이상 책과 문학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주류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글을 쓰는 어린 작가들마저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자극적인 소재나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에 목을 매달지,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발하거나 실험적인 글을 쓰더라도 이것을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건 그저 독백에 불과한 것이니까, 심지어는 글을 쓰는 사람끼리 서로를 헐뜯는 일도 본 적이 있다.


 예전에 학생 작가 두 명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웹소설을 쓰고, 한 명은 주로 수필과 소설을 써 올리는 학생이었는데, 둘을 A와 B로 각각 부르자면 A 학생은 웹소설을 쓰면서 나름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었다, 작품명과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작가명은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고민은 자신이 쓰고 싶었던 글은 이게 아니었다는 것, 자신의 글을 봐주는 사람들에게는 고맙지만 자신이 쓰고 싶었던 글은 이런 글보다는 서정적인 시와 수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B 학생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상담 과정 내내 몹시 공격적이고 염세적이었다, 자신의 글은 지역 문호 작가 밑에서 직접 배우며 써왔던 글이고 자신의 수필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쓰는 글이나 웹소설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며, 그의 친구도 글을 쓰는지 자신이 몇 년 동안 글을 써도 성공하지 못할 때, 그는 벌써 웹소설로 소득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몹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고 내게 말했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글은 더 이상 주류 문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저 두 어린 작가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서 꽤나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글을 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소득이 확정적이지도 않고, 내가 글을 써서 누군가 봐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서, 내가 든 궁금증은 이것이었다. 이번 왕은 과연 얼마나 오래 즉위를 하게 될까?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선호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사랑하는 글이라는 군주가 퇴위한 것은 분명 슬픈 일이지만, 그것에 대해 저항할 수는 없을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나 왕이 퇴위했다고 한들 그 영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우리는 모두 퇴위한 왕에게 영광을, 새로 즉위할 왕에게 축복의 갈채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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