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어머니
어린 시절, 나는 사진을 찍는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거나, 어머니가 찍은 사진이 담긴 앨범을 펼쳐보곤 했습니다. 렌즈 너머로 본 세상이 실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좋았던 것 같다. 그저 모든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일까, 나를 담아내던 어머니의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어머니의 카메라에는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내 모습과 감정이 변치 않고 남아 있는 매정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나에게 사진은 시간을 담는 작은 향기와도 같다. 천천히 변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그 변화를 놓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진 속에 담긴 순간은 기억의 향기로 남아, 그 시절의 감정과 이야기를 고스란히 되살려 준다. 한 장의 사진에서 지난 계절의 바람 냄새가 떠오르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한 공간에 공존하게 된다.
내가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세계는 그런 곳이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머물 수 있는 공간, 아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순간의 쉼표 같은 것.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잔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 세상 속에서, 나는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그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풍경을 담고 싶다. 그 안에서 우리의 소중한 시간들이 그저 흘러가지 않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