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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빛과 그림자의 조화

빛으로 하는 인물 사진 연출

by 곽용신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카메라가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것도 빛이며, 우리가 렌즈 너머로 보는 세상도 결국 빛과 그림자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진에서 빛과 그림자는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를 넘어선다. 그것은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가장 강렬한 언어이기도 하다.

스튜디오에서 인물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부분에 빛이 들어오게 할지, 그리고 어디에 그림자를 드리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진의 감정과 메시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빛이 얼굴의 한쪽을 밝히면 그 사람의 부드럽고 따뜻한 면을 강조할 수 있지만, 반대쪽에 그림자를 남기면 깊은 생각이나 고독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다.

때로는 조명이 만드는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인물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예를 들어, 모델의 얼굴에 정면으로 빛을 비추면 그의 자신감과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지만, 옆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은 얼굴의 한쪽을 밝히며 그의 내면에 숨겨진 섬세한 감정을 암시할 수 있다. 또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어깨나 뒷배경은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정서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빛과 그림자는 단순히 밝고 어두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 그리고 보는 이가 무엇을 느낄지를 결정짓는 도구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빛이 드러내는 것과 그림자가 감추는 것 사이의 균형을 고민한다. 너무 많은 빛은 모든 것을 드러내어 상상력을 앗아가고, 너무 많은 그림자는 메시지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결국 빛과 그림자의 대화다. 그들이 서로를 필요로 하듯, 나는 그 조화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빛은 사실을 드러내고, 그림자는 감정을 숨긴다. 둘의 조화 속에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감정을 담은 예술로 거듭난다.

스튜디오에서 인물을 찍을 때,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한다. 이 빛과 그림자가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그리고 이 사진을 보는 사람이 그 안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찾아 카메라를 든다. 그것이야말로 사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마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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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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