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이유.
사진은 시간을 붙잡는 마법이다. 눈으로 보이는 순간은 금세 흘러가지만, 사진은 그 찰나를 조각처럼 남긴다. 나는 종종 사진을 보며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슬프고, 또 어떤 순간에는 그리움을 느낀다. 사진은 단순히 피사체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온도를 함께 담아두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가족과 함께 간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내 모습 뒤로 파도가 부서지고, 저녁 햇살이 물결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때는 그저 사진 한 장 찍었다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사진을 펼쳐볼 때마다 그날의 공기, 바람, 그리고 가족과의 웃음소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살아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진은 나에게 기억의 저장소이다. 사람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처음에는 또렷하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빛이 바랜다. 그러나 사진은 그 빛을 다시 불러온다.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기억의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과거의 풍경을 완성시킨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은 더욱 그러하다. 그들이 남긴 흔적, 그들의 미소와 눈빛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작은 불씨로 남아 있다.
나는 종종 촬영을 할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한다. 사진의 가장 큰 힘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담아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진 속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연결짓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진을 찍기 전에 내가 느낀 감정과 장면의 분위기를 최대한 깊이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행동 이상이다. 그것은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다.
사진 속 시간은 멈춰 있지만,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의 기억 속 시간은 흘러간다. 그래서 사진은 결국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자, 현재를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다.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게 해주는 동시에,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앞으로 남길 사진들은 또 어떤 기억으로 나를 찾아올지 기대하게 한다. 사진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그 속에는 시간이, 감정이, 그리고 삶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써 내려가고 싶다. 사진을 통해 시간 속으로 여행하고, 나의 기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도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셔터를 누른다. 단 하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흐려지지만, 사진은 그 순간을 빛으로 붙잡아 둔다. 나는 과거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때의 나와 다시 마주하고, 미래의 나는 오늘의 사진을 꺼내 보며 또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사진 속 시간은 멈춰 있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계속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셔터를 누른다.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연결하는 한 장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단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순간을 다시 살아볼 수 있는 창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일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