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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진과 시간의 역설

시간을 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by 곽용신

사진은 시간을 멈추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멈춘 시간을 통해 우리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한다. 우리는 사진 속에서 멈춘 순간을 보며 현재의 위치를 돌아보고, 때로는 미래를 상상한다. 어린 시절 찍힌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때는 단순히 지나간 추억일 뿐이던 것이 현재의 나에게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예컨대 어린 시절 가족여행 사진 속,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부모님의 웃음 뒤에는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노력과 고단함이 담겨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진은 시간을 기록하지만, 우리가 그 사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변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빛과 색으로 보였던 이미지가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과 이야기를 품게 된다. 어떤 사진은 오래된 책장 속에 숨어 있다가 우연히 꺼내졌을 때, 과거의 기억을 생생히 되살리며 현재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사진 속 순간은 멈춰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설은 사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사진 한 장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그 순간을 다시 느끼고 새롭게 해석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예를 들어 오래된 흑백 사진 속 풍경은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디테일이 부족할지 몰라도,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해 그 장면을 마음속에서 완성한다. 나무 위로 부드럽게 내리쬐던 햇빛, 들판을 스치던 바람, 그 순간의 소리와 냄새까지도 사진을 통해 떠올리게 된다.


사진은 멈춘 시간을 통해 현재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과거를 바라보며 우리는 현재의 위치를 돌아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흔적을 반추하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진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며, 멈춘 시간과 움직이는 기억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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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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