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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진, 기술의 진보와 예술의 본질

결국 먹을 것인가 즐길 것인가의 차이.

by 곽용신

사진의 역사는 기술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시작해, 필름 카메라를 거쳐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그리고 오늘날 AI 기술까지 사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사진이 가진 표현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켰다. 과거에는 사진을 찍는 데 긴 시간과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제 우리는 손끝 하나로 고화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발전이 예술로서의 사진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기술은 사진을 더 편리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표현 방식과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예를 들어 HDR 기술은 어두운 그림자와 밝은 빛의 디테일을 모두 살려 한 장의 사진에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게 해준다. 드론 사진은 우리가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AI는 없는 장면조차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 속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진이 단순히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의 가치는 기술적인 완벽함에 있지 않다. 그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과 이야기에 있다. 마치 요리가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활용해 만들어지지만, 결국 요리를 완성하는 것은 요리사의 손길이듯, 사진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카메라와 최신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사진작가의 시선과 감각이 없다면 그것은 단순한 이미지일 뿐이다.


기술의 진보는 사진을 예술로서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지만, 기술만으로는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 예술적 사진은 기술을 넘어, 사진작가의 감성과 철학이 담겨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는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도 사진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를 찍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포착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임을 기억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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