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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진의 진화

기록에서 예술로, 과정의 즐거움으로

by 곽용신

사진을 처음 배울 때, 나는 단순히 기록하는 도구로 사진을 생각했다. 특별한 순간을 남기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가족의 웃음, 친구들과의 추억, 여행지의 풍경들. 사진은 언제나 우리의 기억을 보존해 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사진이 단순한 기록 이상의 것임을 깨달았다. 마치 요리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에서 예술로 진화했듯이, 사진도 그렇게 변화하고 있었다.

옛날의 요리는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허기를 채우고,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정. 하지만 오늘날 요리는 더 이상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다. 이제는 요리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었다. 접시 위에 그려지는 색감과 질감, 음식을 만들며 느끼는 창작의 즐거움,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순간의 감동까지. 요리는 그 과정을 즐기는 예술로 자리 잡았다.


사진도 그렇지 않을까? 처음에는 중요한 순간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면, 이제는 그 순간 자체를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하는 예술의 영역으로 변모했다. 빛과 구도, 피사체의 감정, 그리고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의도가 모두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된다.
단순히 ‘무엇을 찍을까?’에서 시작했던 질문은

이제 ‘어떻게 찍을까?’,

‘왜 찍을까?’ 로 확장된다.


게다가 사진을 찍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대상과 마주하는 시간, 셔터를 누르기 전의 긴장감, 그리고 찍고 난 뒤 사진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디테일들이 사진을 찍는 과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마치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냄새와 소리, 손끝에서 느껴지는 재료의 감촉이 요리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듯, 사진도 찍는 그 순간의 경험이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물론, 여전히 기록으로서의 사진도 존재한다. 마치 간단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요리가 여전히 필요한 것처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진과 요리가 같은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이다. 예술과 기록, 그리고 과정의 즐거움이 공존하며,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나는 오늘도 카메라를 든다. 찍는 과정 속에서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결과물이 멋지지 않아도 괜찮다.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나는 이미 내가 창작자임을 느끼고 있으니까. 사진은 더 이상 단순히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의 한 부분이며,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시간이 갈수록 더 풍요롭고 즐거워지고 있다.

요리가 배를 채우는 일을 넘어 예술과 즐거움이 되었듯, 사진도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의 감정을 담고, 그 순간을 즐기는 도구가 되었다. 그것이 사진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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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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