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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r 05. 2023

6화. 덴마크 박사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부제. 미국, 영국 박사과정과는 어떻게 다를까

덴마크 박사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합격 소식을 듣고 3개월이 지난 후, 나는 덴마크에 와서 박사과정을 시작하였다. 

해외에서 박사를 시작한 지인들의 경험을 대략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로 미국 혹은 영국에서 유학을 했었던지라 

덴마크의 박사과정에 대해서는 딱히 아는 바가 없었다.


덴마크에서 박사를 시작하고 3년이 지나니, 

이들 간의 유사성 혹은 차별성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미국, 영국, 덴마크 이 세 국가의 박사과정 사이에서 덴마크의 박사과정을 단순하게 포지셔닝하자면, 

"수업 학점이수가 필수인가?""내 논문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이 언제인가?"를 기준으로 하여

미국의 박사과정과 영국의 박사과정 그 어느 사이 지점에 위치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박사 과정 중에 이수해야 하는 수업 학점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덴마크 박사과정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영국은 이수해야 하는 수업 학점은 없지만 

박사과정 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논문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덴마크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즉, 덴마크 박사과정은 수업을 듣고 이수해야 하는 학점 요건도 있으며, 

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논문을 시작하게 된다.


반면, 덴마크가 박사과정이 미국과 영국 박사과정과 결이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지점은 

과정 중에 “중도 평가”해서 “탈락”시키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과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서 무사히 완료할 수 있도록 데리고 가려는 경향이 조금 더 강하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중간 평가 과정을 미국은 “졸업자격시험”, 영국은 “Probational review”라고 부르고, 

이를 통과하는 학생에 한해 “PhD candidate(박사과정 수료생이라고 보면 될까?)” 

타이틀을 부여한다고 알고 있다. 


반면, 덴마크는 중간 평가 과정 “Work-in-Progress”라고 부르며, 

이 과정은 'PASS' 혹은 'FAIL'의 결과로써 평가되지 않는다. 

따라서, 덴마크 박사과정에는 PhD candidate이라는 타이틀이 존재하지 않으며,

박사과정 동안 'PhD student' 혹은 'PhD fellow'로 자신의 타이틀을 가져간다. 

이 과정을 박사 시작하고 1년 이내에 1번, 논문 제출하기 6개월 전에 1번 총 2번을 거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도 탈락시키는 경우도 간간히 있다고 한다.)




덴마크의 박사 과정을 수업 과정, 논문 작성 과정, 논문 디펜스, 그 외 특이사항 등으로 분류하여 

얘기해 보자면, 


첫째, 덴마크 박사과정에는 수업 학점 이수요건이 있으며 

우리 학교 기준으로 30 ECTS (유럽의 학점 시스템, The European Credit Transfer and Accumulation System) 이수가 필수이다. 일반적으로 1과목 이수에 5 ECTS를 부여하니, 6과목 정도를 이수해야 한다고 볼 수 있으며, 수업 과목은 학과에서 지정해 주는 과목은 2과목 정도이고, 나머지 과목은 내가 박사 논문을 쓰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론, 방법론 수업 등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또한, 학교 내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듣고 학점 이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나 역시 우리 학교에서 들은 수업은 3과목 정도이고, 다른 과목들은 영국, 스웨덴, 핀란드에 있는 대학에서 

들었다. 역시 수업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미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덴마크는 학기가 따로 없고, 수업이 5일 동안 전일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한 주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이루어지므로 짧은 기간 동안 집중해서 수업이 진행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논문 작성에 있어서는 영국과 동일하게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동시에 나는 내 논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학교 입학 지원서를 작성할 때, 논문 프로포절을 제출해야 하므로 박사과정 시작과 동시에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큰 틀에서야 논문 프로포절과 비슷하게 연구가 진행되지만, 과정이 진행될수록 그 안에 이론이나 방법론 등은 무수하게도 변경되므로 내 결과물은 논문 프로포절과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셋째, 논문 디펜스 하는 과정도 세 국가가 차이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공개와 비공개가 결합된 형태로, 초반에는 공개 형태로 논문 내용을 발표하고 후반부에는 평가 위원들끼리 비공개 형식으로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반면, 영국은 처음부터 평가위원만 들어오는 비공개 형식으로 엄격하게 디펜스가 진행된다고 들었다. 


덴마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형식이다. 나는 학교에 입학한 후 같은 과에 앞서서 졸업한 친구들 논문 디펜스를 참석하였는데, 디펜스 하는 자리에 동료, 가족, 친구, 평가위원까지 한 자리에 모여서 초반 40분은 논문 내용을 강의 형식으로 발표하고, 후반 40분은 평가위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평가위원들끼리 다른 자리로 옮겨가 패스 여부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덴마크 박사과정에서의 독특한 사항은 다른 국가 타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을 꼭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경험을 쌓게 하는 동시에, 같은 분야의 학자들과의 네트워크를 쌓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요건인데 박사 과정 이수에 있어 필수 요건이다. 반대로 우리 학교에 교환학생을 온 미국, 영국 대학의 박사 과정생들이 있기도 하였지만 이들에게는 이게 필수인 듯하지는 않았다. 나는 입학 초반에는 코로나로 인해 교환학생을 가지 못하다가, 교환학생을 곧 떠나게 된다. 이 얘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볼 예정.




결론적으로, 덴마크의 박사과정은 시작과 동시에 독립 연구자로서 나의 논문 “프로젝트”를 잘 운영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나 싶다.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있어 

나에게 필요한 이론 및 방법론 수업들을 적절한 시기에 맞추어 선택해서 수강하고, 

그 과정에서 두 번의 work-in-progress 세미나를 통해 진행상황을 점검하며, 

마지막으로 디펜스 날에는 프로젝트 결과를 모두에게 공유하고 마무리하는 단계를 거칠 수 있도록 말이다.


덴마크 박사과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포스팅이 조금이나마 유용하기를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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