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컨택부터 입학허가까지 4개월 간의 과정
2019년 12월 13일 나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비행기 보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 간 있었던 에티오피아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보딩게이트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 메일 알람이 울렸다.
내가 입학 문의를 위해 처음 컨택했던 담당 교수님이 보낸 메일 제목과 메일의 첫 줄이 보였다.
“친애하는 xx님,
저는 우리 대학의 PhD School이 당신의 독립적 박사과정 입학지원을 승인했다는 것을
알리게 되어 기쁩니다. 나로서도 축하를 보냅니다!"
으아아!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합격메일이 출장의 피로로 방심한 틈에 내게 훅 치고 들어왔다.
보통은 기분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내가 이번 출장에서 처음 만나게 된 출장단 한 분에게 메일을 받자마자
“저, 박사과정 합격했어요!”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해버릴 정도로 내게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 날은 내가 처음 박사 지원을 위해 이메일로 문의를 한 지 약 4개월 하고도 절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2019년 7월 말, 국비장학생이 되어 3년 동안 장학금을 지원받게 된 나는
바로 학교 지원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고,
2019년 7월 말경,
학교 홈페이지에서 우리 단과 PhD coordinator 교수에게 처음 문의메일을 보냈다.
우리 학교는 각 단과별로 PhD coordinator의 역할을 담당하는 교수가 있는데,
해당 교수는 슈퍼바이저와 별도로 박사과정 입학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해당 단과의 박사 과정생들 멘토링, 상담 등을 담당하는 교수이다.
처음 메일에는 간단한 내 소개, 내가 관심 있는 연구 주제 소개, 3년 간의 펀딩을 가지고 있어
독립 박사과정생으로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렸다.
PhD coordinator로부터의 답신은 일주일 정도 지나서 받았다.
사실 여름휴가기간이라 답신이 더 늦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받아서 놀랬다.
"너의 메일 잘 받았어. 너의 연구주제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우리 단과 교수 2명에게 네 연구주제를 소개할 거고, 둘 중에 한 명이 슈퍼바이저를 한다면 그때부터 슈퍼바이저와 서로 연락하여 연구제안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하기 전까지 연구제안서의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면 좋겠어."
그로부터 다시 일주일 정도가 지나, 다시 메일이 왔다.
교수 2명 중 한 명(지금 나의 슈퍼바이저)이 내 연구 주제에 관심이 있고,
자신의 연구 영역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지도를 하겠다고 했다며 둘이 온라인 미팅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것으로 일단 1차 관문은 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연구주제에 관심 있는 교수가 없다면,
내가 외부 펀딩을 가지고 왔던, 훌륭한 연구제안서를 들고 왔던 더 진전시키기 어려웠을 수 있겠다 생각한다.
나는 바로 슈퍼바이저에게 감사 메일과 함께 내가 작성해 둔 연구제안서 초안을 송부했고,
다시 5일 정도 지나 슈퍼바이저와 온라인 미팅으로 첫 대면을 했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 이전이라 스카이프를 사용했는데,
스카이프라 하니 갑자기 너무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진다.
이 날이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약 3개월 동안 약 4~5번 서로 메일을 오가며,
연구 제안서에 대한 지도를 받았고 드디어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연구제안서를 완성했다.
'휴우, 쉽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11월 24일 학교에 공식적으로 입학지원서를 제출했다.
(입학지원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목록은 아래 참조해 주세요)
커버레터 Cover letter
연구제안서 Research proposal (a brief project description)
기존 대학 학위증/성적표 Copy of diplomas/transcripts
이력서 Curriculum Vitae (CV)
연구물 리스트 List of written works, if any
보고서, 논문 샘플 Sample of written works (e.g. master’s thesis)
장학금 증명서 Documentation for the funding of the PhD study as an independent PhD student
지원서를 제출했을 때 나의 솔직한 마음은 슈퍼바이저까지 정해졌고,
이 정도까지 작업했는데 입학은 거의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PhD coordinator로부터 나의 확신에 금이 갈 만한 불안한 답신을 받았다.
“입학 지원 이후 평가 과정을 설명하자면, 우리 단과 내 내부 평가는 약 3주 정도 소요되고, 내부 평가에서 통과된다면 박사과정 심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열릴 거야. 거기서 최종 승인을 결정하기까지 약 1주 정도 소요될 거야.”
“너의 최종 입학은 내부 심사위원들이 네 제안서가 박사과정 입학에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박사과정 심사위원회가 너의 추가적인 자격(경력, 연구능력 등)이 영국에서 취득한 1년 석사과정의 부족함을 보완할 만한 것인지를 평가한 이후에 결정될 거야 (참고로 덴마크에서 석사 과정은 보통 2년이기 때문이야).”
즉, 단과 내 내부 심사위원들은 나의 연구제안서 품질을 평가하는 거였고,
박사과정 심사위원들은 박사 과정 입학에 필요한 기초 요건들을 내가 갖추었는지를 보는 건데,
내가 한 석사과정은 1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덴마크 석사과정 2년에 비해 동일한 자격이라고 볼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얘기였다.
추후에 알았지만, 덴마크 대학의 석사과정, 박사과정 입학 기초 요건들은 꽤 까다롭다.
예를 들면, 석사 과정 지원을 위해서는 동일한 전공의 학사 과정을 취득하고, 해당 전공과목을 몇 학점 이상 이수해야 하며, 졸업한 지 10년이 초과해서는 안된다라는 등의 요건을 제시하는 학교가 많다.
영국의 석사과정은 대부분 1년인데,
영국의 석사과정이 덴마크에서 그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요지는 그 부족한 1년을 내 기존 경력이나 연구 능력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를 심사위원회가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최종 입학 허가 메일을 받기 전까지 나의 입학은 확실시될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나를 감싸고돌았다.
아마 일주일 간의 빠듯한 일정의 출장이 아니었다면,
좀처럼 불안한 마음을 안고 2주를 넘는 시간을 보냈어야 할 것이다.
여하튼 약 4개월 반의 시간을 거쳐 2019년 12월 나는 마치 연말의 선물처럼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 뒤에 닥쳐올 코로나는 예감도 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