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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y 27. 2024

파타고니아에는 철학을 담당하는 임원이 있다고?

임팩트 기업의 조직 경영과 문화 


Purpose 360이라는 비즈니스의 사회적 영향력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파타고니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에 대한 얘기는 수없이 들었지만,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의 존재는 처음 알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는 이본 쉬나드의 조카이자,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의 흥미를 확 잡아끈 지점은 그의 직책이었다. 파타고니아의 철학 이사(Patagonia's Director of Philosophy)라니..


파타고니아의 철학 이사 (Director of Philosophy) 

'철학 이사(Director of Philosophy)'라는 타이틀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직함이었다. 일반적인 다국적 기업 혹은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창출해 내기 위한 기업에서 '지속가능성 이사(Sustainability Director)' 혹은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 혹은 '최고임팩트책임자(Chief Impact Officer)'라는 직책 정도로 해석되지 않을까 싶다. 


반면,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성' 혹은 '임팩트'라는 표현을 굳이 쓰지 않고 '파타고니아의 철학'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굳이 지속가능성 혹은 임팩트라는 단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조직 내부에서도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철학이 조직문화로서 내재화되어 있는 지를 의미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회사가 주요 책임자에게 '철학 이사'라는 타이틀을 줄 수 있을까. 


철학 이사로서의 역할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에 대해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때마침 놀랍게 한 달 전에 한겨레 21과 그가 인터뷰한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기사는 아래 참조)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5425.html


 그의 인터뷰 내용 중 임팩트 기업에게 '조직문화'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그러한 조직 문화를 가꾸어나가고 뿌려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있어 아래와 같이 옮겨본다. 


인터뷰어가 "파타고니아의 ‘영혼을 잃지 않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문화적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라는 질문에 빈센트 스탠리는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파타고니아의 조직문화가 있음으로 설명하였다.   


리더십의 일관되고 꾸준한 메시지 


빈센트 스탠리는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에서 ‘인간의 행복과 지구의 선을 고려하겠다’는 쉬나드 가문의 꾸준한 노력이 매우 일관됐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행복과 지구의 선'이라는 철학이 관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내려야 하는 큰 전략적 결정부터 조직 내부 부서, 조직원 개인 모두가 "나의 의사 결정은 인간의 행복과 지구의 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결정의 결과가 기대하는 것이었던 혹은 기대를 벗어나는 것이었든 그 조직 문화에는 철학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나의 의사 결정은 인간의 행복과 지구의 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인가?

직장에서도 자신의 깊은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는 조직원들의 믿음 


"둘째가 중요한데, 파타고니아 대부분 직원이 똑같이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친구나 가족을 대할 땐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공정하려 하고, 연민을 갖는 등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직장에선 사람들이 지지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수익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 이런 가치를 억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깊은 가치를 집에 남겨둬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면, 결국 직장인들은 회사를 영혼 없는 곳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런 점을 발견했다. 직원들이 사적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자신의 깊은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올바른 일을 해야겠다는 긍정적 동기를 얻는다는 사실 말이다. 상사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동료와 고객, 그리고 지구에 대한 애정과 존중에서 행동하게 되는 거다. 이러한 주체성이나 내적 책임감이 결국 직원들이 크고 작은 비즈니스 문제를 숨기거나 떠넘기지 않게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국 비즈니스 번창에도 도움이 된다. 끝으로 내 생각에는 파타고니아의 모든 직원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만약 이런 자부심이 없다면 잘못된 제품을 팔기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일 테니 그런 건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당연시되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여기서 가장 나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우리는 이런 점을 발견했다."라는 그의 말이었다. 조직 구성원들이 파타고니아가 말하는 철학이 자신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직원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살폈다는 것. 임팩트 기업이 중요하다고 인지하면서도 정작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조직을 처음 설립할 때 혹은 조직에 처음 들어올 때 우리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조직 내에서 일을 하다 보면 그 가치가 얼마나 다양하고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공동의 가치를 다시 발견해 내는 장이 제공되는 것. 그것이 임팩트 기업이 만들어야 중요한 조직 문화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중요성과 조직 내의 소통 강조 


“공장식 축산 등 변화가 필요한 사안들에 대한 ‘실감 나는’ 인식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혹은 세상에서 더 많이 보고 싶은 것들이 실제로 어떤지 느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으로 직접 가고,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책, 기사, 웹사이트, 매장에서의 대화를 통해서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강렬한 인식을 전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이 모든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파타고니아의 조직 문화가 내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궁금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 이사'라는 직책을 만들 수 있는 회사, 조직의 철학을 조직 문화로 내재화하려는 고민이 담긴 기업이라는 점에서 파타고니아는 정말 그런 조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임팩트 조직의 조직 문화는 어떠한지 혹은 조직 문화의 정립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끝. 




그림 출처: https://www.ern.org/en/patagonia-lance-une-campagne-pour-sauver-les-oc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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