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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Nov 29. 2022

2화. 박사 유학,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덴마크 박사 유학을 통해 얻고자 한 세 가지 업무 역량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썼던 글을 가져왔습니다)


덴마크에 와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어느덧 아니 순식간에 1년 반이 흘렀다. 이리저리 헤맸고 (코로나와 동시에 시작했으니, 그 핑계를 좀 대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핑곗거리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조바심도 냈다.


그러다가 오늘은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며, "내가 박사과정을 통해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여정을 시작한 거였지?"라는 분명 던진 적은 있었으나, 명확하게 답한 적은 없고, 살짝 대답한 것 같기도 하나 잊고 있었던 그 질문을 다시 내 앞에 내어 놓았다. 물론 'PhD' 타이틀 없는 서러움도 겪었던 지라, 타이틀은 전혀 내 목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분명 그것보다는 다른 목적들이 있었다.


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와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과 모델과 관련된 이론을 충분히 학습하고, 박사논문을 통해 이를 정리할 뿐만 아니라 사례연구를 통해 이해를 높임으로써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다.


두 번째, 국제개발 연구자로서, 실무자로서 필요한 업무 역량을 강화한다.


이 이야기는 두 번째 목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박사논문을 제출하고 나면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정교한 어휘와 문장을 사용한 영어 작문 능력


늦은 나이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해외에서 박사를 하기로 한 가장 큰 목적은 영어라는 외국어로 인해 내가 맞닥뜨리게 되는 직업 장벽의 제약을 최대한 부수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해외에서 흥미로운 research job position을 발견할 때마다, 나의 부족한 writing skill이 발목을 잡아 영영 그런 직장에서 내가 일할 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대화를 하며 일하는 것과, 전문적인 수준의 영어 보고서를 쓰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실력이기 때문이다.


정교한 어휘와 문장 구조를 통해서 내가 가진 생각들을 논리 정연하게 보고서로 써 내려가고 싶었고, 이 장벽을 부수던지 혹은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역량을 쌓는 데 있어서는 꽤 긴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박사과정이 적절한 방법이 아닐까라 생각했다. 박사를 시작하고 나니, 라이팅 실력이 늘어난 건 아직 모르겠고, 스피킹 실력도 키워야 한다는 걸 절절히 절감했다는 역효과가 발생했지만. 그래서 올해 1월부터 링글도 시작했다. 여전히 연습 해내가는 과정이지만, 중언부언 길게 말하지 않고, 정교한 어휘를 사용하여 단순하면서도 정확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2. 연구 방법론의 학습과 적용    


그다음은 연구 방법론에 대한 역량을 쌓아 올리는 것이었다. 사실 박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연구방법론에 대해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게 항상 나의 부족한 점이라고 느껴왔기 때문에,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 연구방법론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야지 생각했다. 박사를 시작하면서 연구방법론에 대한 수업을 몇 개 들였지만, 결국 내가 적용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정보들이었다.


이런저런 문헌들을 읽고 어찌어찌해서 첫 번째 논문세미나를 마친 이후, 내가 연구하는 분야 관련 논문들을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을 활용하여 쭉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래서 또 조바심들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겠지만, 그래도 성장을 위해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1차로 스크리닝 작업을 통해 400개의 문헌을 걸러냈다. 400개 문헌을 읽어 내려가야 한다는 마음에 흠칫하기도 싶지만, 다 읽고 나면 적어도 이 이론은 내가 알만큼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겠지.


'신날 거 같은 마음도 한 15% 정도 든다. 아니 한 25%는 드는 것 같다.'


3. 프로젝트의 체계적 관리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박사과정의 가장 큰 목적 달성은 박사학위 취득이다. 사실 그래서 내가 얻고 싶은 세 번째 역량은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다. 박사과정은 3년 혹은 4년이라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맞추어 논문이라는 결과물을 제출해야 하는 일련의 프로젝트이다. 누군가 나를 강제하는 사람이 없기에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마냥 늘어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박사과정생 그룹에는 박사과정생의 '미룸(procrastination)'을 표현하는 밈(meme)들이 넘쳐난다.


진짜 난 줄...

출처: Facebook High Impact PhD Memes Group


박사를 시작하기 전에 수년 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한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박사과정을 3년짜리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세요. 3년 안에 꼭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그 말씀이 더더욱 마음에 닿는다.


학위 취득이라는 프로젝트의 최종 성과를 두고, 몇 단계의 중요한 마일스톤을 세우고, 마일스톤을 달성하기 위한 몇 개의 작은 돌다리들을 촘촘히 세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혹시 부서진 돌다리는 없는지, 떠내려간 돌다리는 없는지 점검하고 대응하기도 해야 한다. (이 참에 시작하며 세웠던 워크플랜을 다시 점검해야지.)




잊을만하면 다시 꺼내서 읽고, 잊을만하면 다시 꺼내서 읽자.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가 닿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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