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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Nov 29. 2022

1화. 왜 덴마크를 선택했나요

40대 경력자가 박사유학국가를 선택할 때 고려한 것들

나는 박사 과정에 들어오기 전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단기 출장이든, 장기 거주이든 해외에서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영역이다. 물론, 그 여정의 도착지는 대부분 소위 개발도상국이다. 물론 나 역시 네팔에서 길지 않게 거주한 경험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리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며 거쳐온 나의 출장지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호주 등 대부분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선진국의 끝판왕으로 인식되는 덴마크에 3년째 거주하고 있다. 내가 해외에서 머물렀던 그 어떤 기간보다 가장 긴 거주기간이다.




나는 지금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경영학 박사과정 20학번이다. 내가 덴마크에 있는 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렸을 때 한국에 있는 국제개발 분야 사람들은 “왜 덴마크에 가나요 혹은 왜 경영학을 공부하나요?”라고 물었다. 보통 미국, 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덴마크라는 선택은 꽤 생소하게 들렸을 것이다. 또한,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박사 공부를 위해 주로 선택하는 학문은 개발학, 국제보건학, 교육학, 경제학, 국제정치학 등이므로 ‘경영학’이라는 선택 역시 쉽게 읽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것 덴마크에 온 이후, 학교에 입학해서 마주치는 사람들 역시 나에게 던지는 첫 질문은 “(여기서 쉽게 볼 수 있는 동양인은 아닌 듯하니) 방문학생이에요?”이고, “아니요, 여기 학생이에요.”라고 하면, 대부분 이어지는 질문이 “(미국, 영국도 아니고) 왜 덴마크에 왔어요?”이다.


인구 약 580만 명의 작은 나라,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유학 국가도 아니요, 한국사람을 쉽사리 찾아보기도 힘든 이곳 덴마크라는 나의 선택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덴마크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읽히는 부분은 아닌 듯하다. 나도 막상 오고 나니, 대부분이 덴마크 사람, 독일 사람, 유럽 사람으로 이루어진 이 학교에 나 혼자 덩그러니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각될 때면 이 환경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누군가에게는, 심지어 나에게도 낯선 선택으로 여겨질 내 선택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공부하고 싶은 목적을 이뤄줄 곳을 여기 외에 찾지 못했다. 정확히는 덴마크라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덴마크에 소재한 이 학교에 오고 싶어 덴마크에 온 것이었다.


덴마크, 경영학을 선택한 이유는 이러했다.


첫 번째, 국제개발 분야 내에서 “+@”로서 “비즈니스 전문성” 구축하기


내가 경영학 박사과정을 선택한 이유는, 커리어 측면에서 내게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 영역의 전문성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개발 분야와 관련된 학문으로 ‘개발학(development studies)’라는 영역이 있지만, 개발학은 사실 경제학, 정치학, 지리학, 인류학, 보건학, 교육학 등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발전과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 여러 학문분야를 포괄하는 매우 넓은 범위의 학문이다.


국제개발 분야의 실무 영역에 있어서도, 국제개발 전문성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원조 정책 및 전략에 대한 이해, 원조사업 기획, 실행, 모니터링 및 평가와 같은 것을 지칭하며, 국제개발+@의 전문성이 있어야 전문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국제개발’ 보건’ 전문가, ‘국제개발’ 교육’ 전문가, 국제개발’ 농업’ 전문가 등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를 ‘비즈니스’, 구체적으로는 국제개발 분야에 참여하는 민간영역, 예를 들면, 다국적 기업,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사의 비즈니스 전략, 비즈니스 모델, 조직 전략 등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이 분야의 전문성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두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개발'이라는 테두리 안에 머물기


경영학을 배울 수 있는 학교는 꼭 이곳이 아니어도 어디든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국제개발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와 개발학 센터라는 연구소가 있는 걸 발견했고, 이 연구소에서는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발전과 관련된 기업의 다양한 활동을 연구하고 있었기에 내 관심분야와 접점이 크다고 생각했다. 매우 흥미롭게도, 이곳에 와서 이 연구센터가 내가 석사를 했던 학교와 올해부터 공동으로 세미나를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관심사를 따라 선택한 두 개의 학교가 만나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내가 제대로 와야 할 곳에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국제개발이라는 넓은 테두리 안에서 나의 구체적인 관심사를 이해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머무르고 싶다는 것이 내가 이 학교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박사 3년 차를 맞이하는 지금,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욱 발견하게 되면서 내 선택이 그때 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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