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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Nov 30. 2022

"임팩트", "사회가치"와 같은 의미인가요

외국에서 온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 개념은 번역되어야 할까

임팩트의 정의와 개념에 대한 생각을 이어 가던 중, ‘임팩트’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앞선 글(참고 ‘임팩트가 무엇인가요’ https://brunch.co.kr/@taryn/3)에서도 잠시 언급하였지만, 저는 어떤 개념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볼 때 단어 사전을 먼저 펼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제개발 분야 내 잦은 외국어 개념 사용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존재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임팩트’라는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에 대한 의견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가장 먼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임팩트'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찾는 결과가 없다고 나오는 걸 보니, 임팩트라는 단어는 정식적으로 국어로는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18년 한 신문기사(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2181315580279)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신문기사에서는 '임팩트(impact)'라는 단어는 외국어(外國語)로서, 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아직 국어로 정착되지 않은 단어"를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마치 우리말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국어로 인정받지 못한 외국어이기 때문에 "충격 혹은 영향"과 같이 우리말로 대체해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스(gas)' 혹은 '바나나(banana)'는 우리 국민 사이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어 국어로 인정받았고, 국어사전에 우리말로 등재된 "외래어(外來語: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이므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임팩트'라는 단어는 국립국어원 한국어 어문규범 사이트(https://kornorms.korean.go.kr/search/searchList.do) 내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서 '1) 충돌, 충격 혹은 2) 영향(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외래어로써 '임팩트'로 표기한다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kornorms.korean.go.kr/search/searchList.do


또한,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오픈사전인 ‘우리말샘(https://opendic.korean.go.kr/main)’에서도 ‘임팩트’라는 단어를 “방망이, 손, 발 따위를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가하는 충격” 혹은 “정서적인 충격, 또는 그런 충격으로 생기는 강렬한 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는 전문가 감수 의견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임팩트"라는 단어는 정식 국어로서는 아직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낯선 외국어로써 보기에도 어렵지 않을까, 어느 정도는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단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설명하는 '임팩트'라는 단어의 의미 "충격, 영향"은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 개념에서의 임팩트를 충분히 설명하는 데는 분명 제약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 등의 개념은 어느 수준에서 국어사전에서 받아들여지고 설명되고 있을까 찾아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 오픈사전인 '우리말샘'에서는 '참여자 제안 정보'라는 항목 아래에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 임팩트 펀드의 개념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있었습니다. 참여자 제안 정보라 함은 일반 사람이 다음의 개념을 표기하고 그 정의를 소개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임팩트 비즈니스(impact business):

기업이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 내면서 경제적 부가 가치도 창출하는 형태의 사업


임팩트 투자(impact投資):

수익   창출과 사회 문제의 해결을 함께 추구하는 투자


임팩트 펀드(impact fund): 

빈곤   퇴치나 환경 문제 해결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사회적 가치 실현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형태의  펀드


(출처: https://opendic.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C%9E%84%ED%8C%A9%ED%8A%B8&dicType=1&wordMatch=N&searchType=&currentPage=1&cateCode=&fieldCode=&spCode=&divSearch=search&infoType=suggest&rowsperPage=10&sort=W)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는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와 같은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걸 찾을 수 있었는데요. 먼저, 국립국어원 내 새말 모임에서는 2020년 7월, '임팩트 투자'를 '사회가치투자'로 순화할 것(출처: https://korean.go.kr/front/imprv/refineView.do?mn_id=158&imprv_refine_seq=20834)을, 이어 2022년 2월에는 '임팩트 비즈니스'라는 단어를 '사회가치 병행사업'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opendic.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1616580&viewType=confirm).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기사(출처: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899170)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4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쉽고 바르게 소통하는 언어 환경 조성을 위해 새로 유입되는 외국어로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외국어 도입 초기에 신속하게 우리말 대체어를 마련해 지속 보급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임팩트 투자, 임팩트 비즈니스와 같은 단어들은 우리 국민들의 일상생활 소통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외국어이므로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여기서 사용되는 '임팩트'라는 개념을 '사회가치'로 번역하여 사용하자는 권고이지요. 




지금까지 '임팩트'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언어로써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하나씩 풀어보았습니다. 저는 언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 '충격, 영향'이라는 의미의 '임팩트' 단어는 외래어 표기법에도 설명되고 있고, 국어 전문가들의 감수 의견을 반영하여 소개되고 있는 반면, '임팩트 비즈니스'와 '임팩트 투자'의 '임팩트'는 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회가치'라는 표현으로 사용돼야 할까? 


두 번째,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를 사회가치 병행사업, 사회가치투자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제 고민의 결론을 먼저 공유하자면, 저는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 '임팩트 펀드'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첫째, 위의 단어들은 지금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에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라기보다는,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경우에 매번 번역을 하기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 측면에서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둘째, 사회가치 병행사업이나 사회가치투자라고 순화했을 때, 그 의미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더 쉽게 잘 이해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제 개인적으로 쉽게 공감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습니다. 사회가치 병행사업, 사회가치투자 역시 한자어로 만들어져 제가 만약 이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직관적으로 이 단어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는데요. 이건 아마 개인마다 다른 의견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셋째, 임팩트 비즈니스에서의 '임팩트'는 '사회가치'와 동일한 개념이기보다는, 사회가치를 넘어 환경, 포용적 성장, 평화 등 더 넓은 의미를 포괄하는 가치를 담고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비즈니스'는 '사업'이라기보다는 '기업' 혹은 '기업의 활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나라는 의견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단어 그 자체는 표면적으로 변하지 않더라도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는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개발, 발전(development)'이라는 단어이지요. 개발이라는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주로 경제적 개발을 의미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으로써 사회적 발전, 인권 존중, 경제, 환경, 사회를 포괄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의미로 진화하였습니다. 저는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투자가 실제적으로 사람, 사회, 환경에 긍정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만들어냄으로써 '임팩트'라는 단어가 실속 없는 빈 껍질인 임팩트 워싱(impact-washing)에 악용되지 않고 긍정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단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리 쓰다 보면 우리 삶에 더 깊이 들어와서 마치 '바나나'처럼 시간이 지나면 더욱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에서 받아들여지고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옥스퍼드사전에 '김치' '오빠' '김밥' 등 한국어가 정식 영어단어로 등록되었다며,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국내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우리말을 보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든 외국어를 무조건적으로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라 고만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맥락을 고려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반대의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지고 계신 생각들을 공유해주시면 저도 좀 더 깊은 고민들을 지속해보고 싶습니다. 끝. 



(커버 그림출처: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89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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