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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May 13. 2016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보이는 삶에 대해

2015년 5월17일


아빠는 자주 포커페이스를 말했다. 침묵에 대해서도 말했다. 같은 얘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 것. 더 많이 알아도 더 적게 말할 것.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우연히 공개된 사진들은 그녀에게 '천재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그녀가 죽고 난 뒤였다. 비비안의 직업은 유모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삶을 '안타깝다'고 말한다. '마음이 아프다'고도 했다. 지성과 관점을 모두 갖춘 예술가가 생전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비비안에게는 카메라가 있었고 사진을 찍을 시간이 있었다. 자신이 좋은 사진작가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주위를 보고, 카메라를 열고, 초점을 맞췄다. 수십만 번 셔터를 눌렀다.

어쩌면 그녀는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그 결과물이 좋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녀가 사진을 '남겼다'고 말하고, 비밀스러운 그녀의 삶을 불완전한 듯 설명한다.


나는 보이지 않는, 말하지 않는 삶을 생각했다. 아마 아빤 내가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진작에 알아챘나 보다. 티 내기 위해 애쓰고, 담고 싶은 게 아니라 잘나 보이는 것들을 프레임 속에 욱여넣고 있다.

무관심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장면이 더 궁금해 보일 때까지 대상을 빼나가라는 '단순화'의 기술을 배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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