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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Jun 17. 2016

키티버니포니, 앤트러사이트, 심양꼬치

줄줄이 day


은하랑 여행 가려다가 '돈 벌면 가자'로 마무리했다. 기차값 아껴 여러 번 나눠 만나면 되지, 뭐.



한 번 와봤다고 아는 척 하다 근처에서 지도를 켰다. 골목을 꺾어서 "여기에 있다고?" 두 번쯤 말하면 나타난다.



키티버니포니 매장은 계단으로 올라 마당을 지나야하고, 바로 앞엔 디자인북을 판다. 서점 먼저 보고 들어갈까? 묻길래 아니! 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딱히.



머리카락색 머리끈을 산 걸까, 머리끈색으로 염색을 한 걸까. 신기방기.



이불 사고 싶다. 엄마가 들으면 방청소나 하라고 하겠지.



길 기준 1층, 마당 기준 반지하. 반쯤만 슬쩍 보이는, 계단을 내려가는 수고가 필요한 반지하의 매력.



말라빠진 모빌.



합정 앤트러사이트. 처음 와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2층에 올라가서 생각이 났다.

세상 세상 멋있다고 생각하던 사람을 여기서 처음 봤다. 마주 앉아 이야기 하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감사할 정도였다. 그러다 불쑥, 찾아갈 수 있는 정도가 되고, 그러다 어디에 와서야 아, 그랬었지! 하는 정도가.

나한테 있어서 사람이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하는 건 시간의 문제보다도 그냥 정성 탓, 취향 탓이다.



이 좋은 자리만 비어 있길래 왜지? 했는데, 저 꽃에서 꽃답지 못한 냄새가 났다. 대각선의 원리를 이용해, 모서리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규식이 등장. 멋쟁이처럼 등장했는데 아저씨향이 났다.



심양꼬치로 마무리. 양꼬치야 늘 맛있고. 제일 좋았던 하나는 맥주잔이다. 작아서 자꾸만 부어줘야 한다. 맥주를 가득 따랐다가, 반쯤 마시고 나면 저 노란색 마크에 맥주가 걸려 일출 같...


은하랑 올해 런던에서, 작년에 회사에서, 재작년에 리솜에서,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다 손꼽히게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지나고 보면 좋더라는 걸 알면서도 지나고 나야 좋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추억이 있고 후회가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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