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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Aug 05. 2016

문정이의 오전 퇴근

성북동, 최고 온도 36도


누워있는데 발 끝에서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손에 닿지 않는 거리다. 누굴까, 좀 이따 봐야지 생각했다. 1분도 안돼서 핸드폰이 다시 한 번 울렸다. 이건 두 가지 중 하나다. 하나, 두 사람이 각각 보냈는데 우연찮게 시간이 1분 차이였던 것, 둘, 한 사람이 메세지를 두 개 보냈는데 두 번째 내용이 길었던 것.


둘 다 틀렸다. 문정이였다. 오늘 뭐해? 묻곤 빨리 답장해, 라고 하나 더 보낸 거다. 다행히 세 번째 진동이 오기 전에 문정이의 이른 퇴근 찬스를 붙잡을 수 있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만났다. 첫 목적지는 알렉스더커피. 네이버지도를 검색해서, 마을버스를 탔다. 내가 앞장 서서 안내한 덕분에 원래 내려야할 정류장보다 두개 먼저 내렸다. 힛. 그리고 버스를 내려 우리가 지나온 길.


지도앱에 감탄했다. 어떻게 이렇게 어렵게 길을 알려줄 수 있지?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골목을 이렇게 정확히? 다시는 어플을 믿지 않겠어. 차라리 사람들이 쓴 블로그를 찾아봐야지.

지도앱에 방향까지 켜고도 헤매는 나를 보고 문정이는 니가 왜 길을 잃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내가 뒤를 쫓기로 했다. 드디어 길다운 길이 나오고 문정이가 말했다. 저건 거 같아!

그냥 집이었닼. 무단침입에 머쓱해하면서 돌아나왔다. 나중에 왜 거기로 갔냐니까 집이 카페처럼 예뻐서라고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보다는 어플이 나은 것 같다.


그래도 곧. 도착.

34도에 한껏 익은 고구미

들어오자마자 물을 두 잔 마셨다. 몰랐는데 오늘 최고기온이 36도라고 했다. 사람 체온이 그렇게 뜨거운 줄 몰랐다. 문정이가 꼬불꼬불 오면서, 그래도 여기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얼굴 보니까 거짓말이었던 거 같다.

나무 먹기
고마워 흑흑

기념할 거 없이 받는 선물도 너무너무 좋다. 뭐든지 써볼게. 알차게 쓸게! whatever!

순서가 바뀐 코스의 마지막은 막국수. 들깨수제비를 못시켜서 아쉬웠지만 또 오면 되니까! 한참 먹고 나서는 둘 다 고추가루를 빼느라 한참 더 앉아있었다. 굉장히 대단한 식사를 한 기분이었다.


지도가 길을 더 어렵게 알려준 덕분에, 막국수 고추가루가 끼기에 딱 적당한 사이즈인 덕분에 더 기분을 냈다. 불편한 게 좋기도 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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