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배기 배추 혹은 쌈배추라 불리는 배추의 정체가 궁금하다.
밀푀유 나베가 유행하며 알배기 배추가 식탁에 더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다. 쌈장과 함께 생으로 먹거나 국이나 전골에 넣는 것뿐만 아니라 무침을 해 먹거나 전을 부치는 등 활용도도 다양하다. 불현듯 알배기 배추는 겉잎이 생기기 전 수확한 일반 배추인 건지 궁금해졌다.
어릴 때만 해도 알배기 배추가 이렇게 흔하지 않았다. 경상도에서 자란 나는 배추 속잎을 밀가루 반죽에 묻혀 부친 '배추전'을 겨울철에 먹기도 했지만, 알배기 배추를 사서 만든 건 아니었다.
배추 겉잎을 떼어낸 것처럼 생긴 이 알배기 배추는 정말 겉잎을 떼어낸 그냥 배추인 걸까? 아니면 알배기 배추 수요가 늘면서 개발된 전용 품종으로 생산한 것일까. 어떤 매체에서는 품종이 따로 있다고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상태가 안 좋아진 겉잎을 떼어낸 것이라 한다.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및 알배기 배추 생산지, 유통처에 문의해보았다.
결론은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는 거다.
① 알배기 배추 품종
'노랑 쌈배추'라고 하는 알배기 배추 전용 품종이 따로 있으며 이는 2013년에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배추와 다르게 밑동이 노랗고, 반으로 갈랐을 때 일반 배추보다 잎의 색이 더 진한 노란색이다.
② 겉잎을 떼어낸 배추 속
전용 품종을 재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배추 품종을 밀식 재배하는 경우도 있다. 밀식 재배라 함은 배추를 심을 때 배추 간 간격을 좁게 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씨앗과 씨앗 사이의 간격을 10cm 띄우던 것을 5cm 만 띄우게 되면, 배추는 자라면서 옆으로 퍼지지 않고 작게 자라게 된다. 사람이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서 몸을 좁게 만드는 것과 같다. 식물체 간 간격을 좁혀 생산하면 그 공간에 맞춰 식물도 작게 자란다. 또한 일반 배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겉껍질을 벗겨 알배기 배추로 판매하기도 한다. 전용 품종으로 재배된 배추보다 밑동은 비교적 하얗다.
즉 알배기 배추 전용 품종으로 재배된 알배기 배추를 고르려면 밑동이 노란색인지 확인하면 된다는 말이다. 쌈 전용으로 나온 데다가, 일반 배추보다 잎도 더 노랗다고 하니 왠지 일반 배추로 재배한 것보다 맛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시장에 가면 배추 포장 비닐의 앞면만 아니라 밑동이 보이는 옆면을 들춰봐야겠다. 재료를 알게 되니 시장 가는 일이 더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