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의 시대

by 휘기에

본격적인 첫 아르바이트 첫 날부터 주문은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사장님, 주문이요. 사장님 여기 물 좀……. 사장이란 소리를 듣기에, 그래도 아직은 내가…그렇게 늙어 보이는 얼굴은 아니지 않나, 일단은 나를 부르는 듯하여 주문을 받고 물을 가져다 줬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아니,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사장님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 하나? 물론 손님은 왕이고, 왕은 사장님보다 높긴 한데…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무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싶어, 잠시 한가해졌을 무렵에 성화 형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 곳에서 내게 일을 가르쳐준 것도 형이었다. 형, 왜 사람들이 저보고 ‘사장님’이라고 하죠? 응? 아…그거야 그게 ‘예의’이기 때문이지. 형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예의’라구요? 그래, 너도 이제


<사장님의 시대>에 들어왔잖아.


그 소리를 들으니 뭔가 더 아리송해지는 기분이었다. <사장님의 시대>라니요. 그래, <사장님의 시대> 말이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불가항력적으로 <사장님의 시대>에 들어오게 되지. 어쩔 수 없는 거야. 에뮬레이터*에 이미 <사장님의 시대>가 실행 중이거든. 아니, 그래서 그 <사장님의 시대>가 뭔데요? 너…정말 몰랐던 거야? 음…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그래, 이제는…누구나 ‘사장님’이 되고 싶어 하잖아? 비슷한 말로는 ‘영감님’이란 게 옛날에 있었지. 그땐 모두가 영감님이 되고 싶어 하는 시대였어. 정말이지,

<영감님의 시대>였지.


*컴퓨터가 어떠한 게임기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것을 허용하는 프로그램.


근데 그건 끝이 난지 오래야. 아무래도…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대외적으로 유명한 건 ‘운영진의 무능함’ 때문이었다고 해. 글쎄 수많은 버그들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뒀다지 뭐야. 그것 참…무능한 운영진이네요. 그렇지. 아무튼 그렇게 <영감님의 시대>는 삭제되었다고 해. 그리고 그 자리를 <사장님의 시대가>가 차지했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를 한 번에 알아듣는 건 역시 무리리라. 그래도…그래, 일단 ‘게임의 일종’같으니, 나름 공략법이 있지 않을까, 그걸 알 수 있다면 이 게임을 클리어 하는 것도 더 수월해지겠지,라는 생각에 그만…형에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었다고 말할 수 있는, 질문을 했다. 형, 그럼 이 게임의 <공략법>은 뭔가요?

그건 네가 직접 찾아야지. 너도 이제 어엿한

<플레이어>이니까

말이야.


그 소리를 듣자…정말이지 새로운 스테이지가 시작된 기분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어쩐지 조용한 사람이 되었다. 정말 <플레이어>처럼…말없이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사장님에게서 의뢰를 받고…손님들에게 ‘사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며…묵묵히 물을 가져다 주고 구해오라는 것을 구해올 뿐이었다. 어쩐지 <NPC> 같은 손님들은 한 없이 커 보이고 나는 점점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없이 큰 <NPC> 같은 손님들도 어딘 가에선 <플레이어> 일 텐데, 어쩐지 우린 서로에게 <NPC> 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쯤 되니 <NPC>와 <플레이어>의 구별이 없다고 느껴졌다. 모두가 묵묵히…일을 맡기고 일을 수행하고…보상을 주고 다음 의뢰를 받고…언제쯤이면 이 게임이 끝나는 것인지, 처치해야 할 <용>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형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는 참았다.

나도, 형도 그저…<플레이어> 일뿐이니까 말이다.


수고했어.

사장님이 담배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마치 담배 연기가 말 위를 떠다니기라도 하는 것처럼, 흐릿하게 들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마치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것처럼, 네- 뿐이었다. 그래, 모름지기 사람은 자네처럼 우직함이 있어야 해. 바보가 산을 옮긴다는 속담 알지? 그런 우직함들이 모여서 큰 일을 해내는 거야. 나는 우직히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네-. 녀석, 남자다워서 참 좋다니까. 사장님이 어느새 개피에서 ‘꽁초’정도로 변한 담배를 바닥에 툭 떨어트리며…발로 짓뭉게는 것을 나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래, 이제 가봐도 돼. 고생했어. 성화도 내내 고생 많았어. 네-. 내일 봬요 사장님. 두 <플레이어>가 대답했다.


7월 초의 자정은 실로 흐릿하고 습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산이라도 옮겨놓고 싶을 정도로…습하고 텁텁한 공기가 공중에 가득했다. 첫 아르바이트도 했겠다…마침 날씨도 텁텁한데, 이런 날 맥주를 안 마시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형이 말했다. 6시간 내내 ‘의뢰’의 반복에 지쳐있던 나는 놀랍도록 신선한 ‘제안’에 긍정했다. 좋아! 역시 남자답고 아주 좋은걸. 따라와 봐. 이쪽에 아주 괜찮은 맥주집이 있지. 그는 그렇게 나를 이끌고 가게에서 한 세 블록 정도를 가더니…마지막 블록에서 왼쪽으로 틀고, 작은 골목을 하나 가로질러 나갔다. 마치 모험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따라가다 보니 나온 곳은 <HOPE 365>라는 간판이 붙은 작은 맥주 집이었다. 너도 곧 이곳의 진가를 알게 될 거야. 그런 말을 흘리며 그는 익숙한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가게 안은 존 레논의 ‘Imagine’이 은은히 공중을 채우고 있었다.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이곳에서는 모름지기 이 맥주를 시켜야지. 메뉴판에 <HOPE>라는 이름의 생맥주를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이곳의 <HOPE>는 정말 ‘희망’ 그 자체라구. 이모, 여기 <HOPE> 두 잔 주세요! 이모…이모…?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정말 형과 혈연으로 이어진 이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조심하기로 했다. 눈을 감으며 존 레논의 Imagine을 감상하고 있던 형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이모님이 아주 미인이시네요. 응? 네가 내 이모를 봤어? 아…아까…저 분보고 ‘이모’라고……. 뭐? 아하하!

한참을 웃더니 그가 말을 이었다. 이봐, 아무리 <사장님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너무 빡빡한 것 아니야? 이곳은…<HOPE 365>라고. 순간…산이라도 옮기고픈 기분이었다. 그때, 주문했던 맥주 두 잔을 들고 이모가 다가왔다.

총각, 또 왔네! 아이구 이모, 당연하죠 하하. 새로운 친구야? 친구는 잘 안 데리고 오더니만 웬 일이래! 하하, 글쎄 그렇게 되었네요. 인사드려, 여기 <HOPE 365> 주.인. 이모님 이셔.

어쩐지 주.인.에 강조를 하는 듯한 그의 어조에 나는 멋쩍게 이모에게 인사드렸다. 안녕하세요. 아휴 그래 총각, 인물이 참 좋네! 하하하 이모도 참. 그러면 진짠 줄 알아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습하고 텁텁했던 공기 위로 올라 시원하고 상쾌한…구름 너머로 솟아오르는 듯해 슬쩍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잘생긴 총각들. 잘 놀다 가, 응? 하하, 네- 이모. 형과 내가 대답했다.


자, 그럼 첫 아르바이트 첫 날을 보내 본 소감을 들어보실까.

음…그냥 묵묵히 일했던 것 같아요.

호오, 그것 참 일반론적인 대답이구만. 그런 거 말고, 너의 진짜 마음을 말해보란 말이야.

마치 오래 알고 지낸 형처럼…그가 물어왔다.


생각해보자면…다들 어차피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장님이라 부르는 손님들이나, 사장님이라 불리는 저나. 사실…언제든지 서로가 바뀔 수 있는데...


오…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지.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들도 자신들의 가게에 가면 ‘사장님’이라 불릴 테지. 서로의 위치가 돌고 도는 세상인 거야. 결국 다들 <사장님>이 되고 싶어 하니까.


왜 다들 그렇게 ‘사장님’이 되고 싶어 할까요?


그건…‘권위’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

라는 말과 함께 그가 <HOPE>를 쳐다봤다. 이런, 아직도 안 마시고 있었군. 이 ‘구름’이 있을 때 마셔줘야 한다고. 맥주 위에 떠 있는 거품을 그는 ‘구름’이라고 불렀다.

자 건배-!

두 맥주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은은히 퍼지다가…존 레논의 Imagine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마시고 내려놓은 잔에는 ‘구름’이 반 이상 사라져 있었다. 그가 구름이라도 내뱉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사실…지금까지 에뮬레이터에서 실행됐던 ‘프로그램’들에는 공통점이 있어.


그게 뭔데요?

바로 ‘권위’라는 거야. 영감님이나…사장님이나…결국은 권위의 문제였던 거야. 대대적으로 비밀로 붙여졌던 사항이지. 스스로 깨닫지 않고는 알 수 없어. 내가 네게 너의 <공략법>을 찾아내라고 했었지? 이게 내가 찾아낸 <공략법>이야.


결국은…권위의 문제라는 것.


구름이라도 만지는 듯한 모호한 말이었다. <HOPE>를 한 잔 마시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


‘권위’라는 건 뭘까요?


내 생각에, 그건 인류가 이용해온 것 중에 불 다음 가는…양날의 검이야. 가장 뛰어난 양날의 검은 물론 불이지. 그 다음이 바로 ‘권위’였던 거야.

그의 표정이 먹구름이라도 드리운 듯 어두웠다고 기억한다. 먹구름 사이사이로, 존 레논의 ‘Imagine’이 별이라도 되는 것처럼 빛을 흘리고 있었다.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며칠 전에 뜬 기사인데 말야, 존 레논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가 말을 꺼냈다.

어느 교수가, 여학생을 추행한 일이 있었어. 자신에게 잘 대해주면, 학점도 잘 주고 취업에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더군. ‘잘 대해주면’ 말이야. 하하, 기가 막힐 노릇이지.

전성기의 존 레논이 왔더라도 기가 막혔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한 번에 그친 것도 아니었다고 해. 처음에는 차 한 잔, 다음 번엔 밥 한 끼를 구실로. 놀라울 따름이지.

정말이지…놀라울 따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무튼,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을 덮고 있는 것은 <사장님의 시대>만이 아니라고 생각해. 대체적으로는 <사장님의 시대>이지만, 여기저기 구석구석에는 다른 <시대>들이 있는 거지. 구름처럼…오하이오에는 다른 구름이 있을 수 있고, 모스크바에는 또 다른 구름이 있을 수 있고…경찰에게도, 정치인에게도, 하다 못해 마을 이장에게도, 그들만의 구름이 있을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여러 구름들이 모여 하늘을 덮어버린 꼴이지. 아까 그 교수에 경우에는…


<선생님의 시대>이겠네요.


그렇지, 제법 이해가 빠른데? <선생님의 시대>라는 구름이 있는 거지. 자, 그럼 더 생각해보자. 아직도 ‘프로그램’의 이름이 <사장님의 시대>라고 생각해? 아니지. 내 생각은 말야,


실행 중인 ‘프로그램’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는 거야.


바뀐 것은 ‘프로그램’의 이름일 뿐이야. 너도 이제 알 테지. 본질은 그대로라는 걸. 아마 지금 실행 중인 프로그램의 진짜 이름은 <Authority 365> 정도가 아닐까 싶어.

그가 남은 <HOPE>를 단 숨에 마시며, 말을 이었다.


구름을 걷어내야 해.


이 맥주처럼…구름을 걷어내야 진짜 세상이 보이는 거야. 걷힌 구름 사이로 드는 햇살을 받는, 따뜻하고…노랗게 빛나는 세상. 아, 물론 맥주에서의 ‘구름’은 좋아해. 그저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말이지.


어쩐지 머리 속으로…Imagine의 가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그날 밤은…그렇게 <HOPE>를 주고받으며 그의 희망을 들었다는, 생각이다. 3잔 이상의 <HOPE>를 주고받았을 무렵, 우리는 <HOPE365>를 나왔다. 안녕히 계세요 이모. 그래, 또 와…정도의 말을 했다고 기억한다. 왔던 길을 걸으며 형은 오늘을 끝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는 말을 했다. 난 이제 <공략법>을 알았으니 더 이상 <사장님의 시대>에 머물지 않을 거야. 별처럼 떠 있던 가로등들이 수 놓던 골목을 지나며 그가 말했다. 어딘가에…그런 곳이 있겠지. 하늘이 항상 구름에 뒤덮여 있는 것은 아니니까. 구름이 없는…그런 곳이 있을 거라고 난 믿어. 확실히, 지구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래도…지구의 구름들은 바람에 따라 흘러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나는 근처 정류장에서 형을 배웅하고 돌아왔다. 그가 다음에 또 <HOPE 365>에서 보자는 말을 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너만의 <공략법>을 찾으라고, 자신의 선택과는 다른 <공략법>이 있을 거라고, 어떤 게임이든 <용>을 잡는 것만이 끝이 아니라고, 누구나 자신만의 <엔딩>이 있다고 그가 내 눈을 보며 말한 것을 잊을 수 없다. 나의 <공략법>…그리고 나의 <엔딩>은 무엇일까, 흐릿하고 습한 7월의 새벽을 걸으며 나는 생각했다. 너무도 많은 것을 들은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큰 ‘비밀 누출’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고요했으며, 다들 어떤 <공략법> 들을 찾고 있을까 문득 의문이 드는 밤이었다. 사실 이토록 많은 <플레이어>들이 필요한 까닭은 그 만큼의 많은 <공략법>들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에뮬레이터의 비명이라도 들리는 듯했으나 객관적으로 들리는 것은 바람이 이파리에 스치는 소리뿐이었다.


시계를 보니 시침이 어느새 4를 지나…5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또 어느 순간 12에 근접해 가고, 다시 4로, 5로 근접해 갈 것이다. 세상은 결국 ‘근접’의 연속인가…생각하다, 문득 귓가에


야옹


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무릇 삶이란 근접의 연속일진대, 갑작스레 날아와 꽂힌 ‘야옹’에 나는 당혹스러웠다는 느낌이다. 소리의 발원지에는 작다고도…크다고도 할 수 없는, 마치 4와 5 사이에 있던 시침처럼 가만히 앉아있던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초침처럼…가만히 다가갔고 고양이는 여전히 부동(不動)이었다. 주황빛 가로등 아래에서 한 <플레이어>와 <고양이>가 마주 보고 있었다.


야옹


하고 고양이가 다시 발성(發聲)했다. 어쩐지 아까와는 다른 ‘야옹’이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대조하자면, 좀 더…말을 거는 듯한 ‘야옹’이었다. 나도 ‘야옹’

하고 응답했다.

그러자 고양이도

‘야옹’

으로 내 응답에 반응했다. 정확히 맞췄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그도 나를 부르고 있었다.

주황빛 가로등 아래에서 한 <플레이어>와 <고양이>가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너희들끼리는 서로를 ‘야옹’이라 부르겠구나, 정도의 말을 나는 ‘야옹’에 응축하여 송신(送信)했다.

그러자 고양이가

야옹

하고 정확하게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야옹’의 대상은 나였다.

어쩐지, <야옹이의 시대>에 떨어졌다는 느낌이다.


그인지…그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고양이>가 일어나더니 내게 근접해왔다. 무엇을 하려는 거니 야옹아, 야옹야옹.

그러자 고양이…아니, 야옹이는 샌들을 신은 나의 발가락을 핥았다.

구름이 지상에서 발견되었대, 정도의 속보를 들은 충격이었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그 날 오전에 성남시에서 구름이 지상에서 발견되는 속보가 있었다는 걸 들은 것은 먼 훗날에 일이었다. 실제로는…화장품 공장에서 나온 폐 거품이었다, 는 사실을 들은 것은 더욱더 먼, 훗날의 얘기지만 말이다.


나는 야옹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주황빛 가로등 아래에 서로가 서로를 쓰다듬었다. 그곳에 <플레이어>도…<고양이>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줄 뿐이었다. <야옹이의 시대>는 그토록 단순한 구조였다. ‘야옹’, 하고 부르고, ‘야옹’하고 다가가서, ‘야옹’하고 서로를 쓰다듬어 준다. 왜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는가…정도의 생각을 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 날 새벽의 가로등 위에는


어쩐지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서서히 동이 트고 있었다.